경전의 성립 과정



2. 경전의 성립 과정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 가섭을 비롯한 많은 제자들은 비탄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당시 부처님을 비방하던 무리들은 이제 부처님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가섭은 ‘서둘러 부처님의 교법(敎法)과 계율(戒律)을 결집(結集)하지 않으면 머지 않아 비법(非法)과 비율(非律)을 말하는 자가 횡행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법과 율을 결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여러 비구들에게 경전 결집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렇게 하여 이루어진 최초의 결집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 불교 교단의 수제자인 가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왕사성의 칠엽굴에서 5백 명의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들이 참석하여 최초로 성전 편찬 회의를 가진 것이다. 그 당시에는 종이가 없었으므로 아난존자가 부처님께서 설하신 교법의 내용을 암송하고, 교단의 생활규범인 계율에 관한 부분은 우팔리 존자가 암송하여 동석한 5백 비구의 승인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를 제1결집, 왕사성 결집, 500결집이라고 하는데 이때 경과 율이 결집되었다. 이 결집은 교단이 존속하고 부처님의 교법이 정리되어 오늘에 이르게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제1결집을 시작으로 부처님이 입멸하신 이래 모두 네 차례의 결집이 행하여졌다고 전한다. 제2결집은 남전과 북전의 결집 과정이 다르게 전하고 있는데 남전에서는 제1결집 후 백년이 경과한 시기에 바이샬리의 밧지족 출신의 비구들이 제기한 열가지 계율의 새로운 해석 문제를 놓고 700 여명의 장로 스님이 이러한 해석이 모두 옳지 않다는 것을 결의하고 율을 결집한 것을 말한다. 이 결집을 바이샬리 결집 또는 700결집이라고 한다. 이에 반대하는 스님들이 별도로 대중부를 조직하니 교단은 상좌부와 대중부로 분열되고 이를 근본분열이라고 한다. 북전에서는 대천(大天)이 제기한 5사의 문제로 제2결집이 이루어졌다고 전한다. 제3결집은 제2결집 후 다시 백년 가량 지나서 인도 사상 최초로 통일 제국을 건설했던 마우리아 왕조의 제3대 아쇼카 왕의 주선으로 이루어 졌다. 아쇼카왕은 부처님의 정법 사상에 입각하여 선정을 베풀었으며 포교사를 해외에 파견하여 불교를 널리 전파하였다. 당시 마우리아 왕조의 수도 화씨성의 계원사에는 6만의 스님들이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외도들이 승려로 가장하고 교단의 화합을 깨뜨리므로, 아쇼카왕은 그들을 정리하기 위하여 당시 고승인 티싸(帝須)에게 교설의 확장 통일과 교단의 화합을 도모하도록 위촉하였다. 이 아쇼카왕의 주선으로 화씨성(華氏城)의 계원사(鷄園寺)에서 1,000여명의 스님이 모여 제3결집이 이루어졌다. 이를 화씨성 결집, 일천집법(一千集法)이라고도 한다. 이 때 구전으로 전승되던 부처님의 말씀이 문자화되었으며 경ㆍ계율 이외에 법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내용인 논장이 결집됨으로서 비로소 삼장의 형식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 그 후 다시 3백년쯤 지나 2세기 전반 대월지국의 카니슈카왕의 뒷받침으로 제4결집이 이루어졌다. 불교 교단 내에 여러 부파가 있고, 각 부파의 교의가 같지 않음을 안 카니슈카왕은 각 부파의 이설(異說)을 통일하고자 협존자(脇尊子)와 상의하여 카슈미르의 환림사(環林寺)에서 경전을 편찬하였다. 제4차 경전 편찬은 경ㆍ율ㆍ론 삼장에 대한 편찬이 아니라, 삼장의 주석(註釋)에 관한 결집이었다. 이때 바라문교의 거룩한 성전어(聖典語)인 범어(Sanskrit)로 불교 경전을 표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범어 경전은 대승 불교권으로 전래되었다. 이러한 결집을 통해 성립된 불교의 경전을 대장경이라 하는데, 대장경은 부처님의 모든 말씀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것으로, 일체경(一切經), 삼장경(三藏經), 또는 줄여서 장경(藏經)이라고도 한다. 대장경은 삼장(三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장은 석가모니의 설법이 기록된 경장, 교단의 계율을 기록한 율장, 경전을 해설하고 주석한 문헌인 논장을 말한다. 후대에 이르러서는 불제자를 비롯하여 인도ㆍ중국ㆍ한국 등의 모든 조사, 고승들이 남긴 저서ㆍ문헌도 여기에 포함되게 되었다. 그 후 불교는 인도라는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에 전해졌다. 각 나라에 전해진 불교 경전은 그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전승되어 오는 많은 불교경전 가운데서 비교적 체계가 훌륭하게 갖추어진 것은 파리어(巴利語) 경전, 범어(梵語) 경전, 서장어(西藏語) 경전, 한역(漢譯) 경전 등이다. 특히 고려시대에 우리 선조들의 슬기로 조성된 ‘고려대장경’은 부처님의 헤아릴 수 없는 팔만사천의 가르침을 담았다는 의미와 함께 조성된 경판 수가 팔만여장 이기 때문에 ‘팔만대장경’이라 하며 또 해인사에 봉안되어 있기에 ‘해인사 팔만대장경’ 혹은 ‘해인사 고려대장경’이라 하기도 한다. 가야산 해인사의 장경각에 보관되어 있는 국보 32호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오자(誤字)가 없는 정확한 내용과 팔만여 장의 경판이라는 방대함으로, 서른 가지 남짓한 세계의 대장경 가운데 최고의 판본으로 인정받는 한국 불교의 성보(聖寶)이며, 다른 대장경에는 없는 희귀 자료들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문화 유산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고려대장경연구소에서 대장경의 보존과 계승, 발전이라는 대장경학의 연구를 통하여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계승하여 선양하고 널리 인류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대장경의 전산화 작업을 완료함으로서 디지털 시대에 알맞은 팔만대장경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컴퓨터를 통해서 각국의 대장경을 비교 검색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공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도 대장경을 봉안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