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교 성립의 시대적 배경

   인간 사회의 모든 현상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으며 그 시대와 사회의 환경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불교가 발생한 인도는 그 이전부터 거대하고 복잡한 문화권을 형성하여 사상적으로나 종교적으로 가장 발달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도가 갖는 지리적 특성, 풍토적 성격, 인종적 복잡성 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인도는 인류 4대 문명의 하나인 인더스 문명이 형성된 곳으로서 일찍이 문화가 발달한 곳 가운데 하나이다. 기원전 1,500년 경 아리안 족이 힌두쿠시산맥을 넘어 인도에 침입하였다. 아리아인들은 인도의 원주민인 드라비다족과 북부 인도 일대의 문다족을 정복하고, 서북 인도의 펀잡 지방에 정착하게 되면서 새로운 인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였다.
   아리아인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인한 유목 민족이며, 또 무기와 전술에 뛰어났기 때문에 원주민인 드라비다족을 쉽게 정복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원주민들은 숫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아리아인의 지배 아래 예속되었으며, 최하의 노예 계급으로 전락하였다.
   펀잡 지방에 정착하였던 아리아인들은 그 후 동남쪽으로 이주하기 시작하여 갠지스강과 야무나강 사이의 비옥한 평원지대에 이르러 작은 촌락을 이루고 사제를 중심으로 한 씨족제 농촌 사회를 형성하였다.
   또한, 아리아인들은 기원전 1,200년 무렵의 리그 베다를 시초로, 기원전 500년 무렵까지 주요 베다 성전을 편집하였으며, 바라문교라는 종교를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인도 사회를 특징짓고 있는 특별한 신분제도인 사성제도를 형성하였다.
   사성계급(四姓階級)이란 사제(바라문), 왕족(크샤트리아), 서민(바이샤), 노예(수드라) 계급을 말한다.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종교 의식을 담당하는 사제 계급인 바라문 계급은 신적인 지위를 누렸다. 그들은 아래 계급과의 결혼은 물론, 친교를 맺거나 한자리에 앉아 함께 식사하는 일조차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원전 7세기 경에 철기 문명이 유입되고 이후 갠지스 강의 비옥한 토지를 바탕으로 많은 농산물이 생산되면서 상업이 발달하고 신흥 세력들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농경 사회가 붕괴되고 상업을 중심으로 하는 소도시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소도시들은 다시 여러 군소 국가와 대국가로 병합되어 코살라, 마가다 등의 강력한 대 국가들이 인도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오래 전부터 전승되어 오던 바라문 계급이 점차 권위를 잃어가고, 대신 왕족의 세력이 강화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원주민과 아리아인과의 혼혈이 생겨났으며, 점차로 원주민의 종교 형태를 수용하는 등의 변화가 생겨났다. 이 시대의 인도는 사회적ㆍ사상적으로 대전환기를 맞고 있었던 것이다.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 부처님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출현하셨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나실 무렵 기원전 6세기경의 인도 사상계는 매우 복잡하였다.
기존의 바라문 사상에 대해서 사문(沙門)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사상가들이 대거 출현하여 새로운 우주관, 인생관을 제시하였다.
   당시 바라문들은 베다의 종교를 신봉하고 제사를 지냈다. 바라문 사상가들은 태초에 브라만이라는 신이 있어 열(熱)을 일으켜 하늘과 땅을 낳고, 세상의 모든 피조물들을 창조해 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브라만은 우주를 창조한 인격신이고, 우주의 본질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바라문 사상을 부정하며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혁신적인 종교 수행자들은 ‘부지런히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문(沙門)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집을 떠나서 걸식 생활을 하며 직접 유행기의 생활로 들어간다.
   불교 경전에는 당시 이와 같은 사문을 대표하는 여섯 명의 사상가가 소개되고 있다. 이들은 당시 인도의 정통바라문 사상에서 볼 때 이단(異端) 또는 외도(外道)로 간주되었다. 이들은 모두 베다의 권위를 부정하고 바라문교에 반항하였으며, 신흥 도시의 왕후, 귀족, 부호의 정치적, 경제적 원조아래 활동하였다. 이들을 육사외도라고 한다.
   육사외도들이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선악의 행위는 결과를 가져오는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문제였다. 사람을 죽이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더라도 도덕적 결과를 받지 않는다는 도덕 부정론을 주장한 사람도 있었고, 인간의 행복과 불행이란 인간의 의지와 행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또는 숙명적으로 미리 정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사람이 죽은 후에는 영혼 따위가 있을 수 없고, 오직 흙(地), 물(水), 불(火), 바람(風)의 네 가지 원소만이 실재한다는 유물론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인간의 능력으로는 절대적인 진리를 알 수 없다는 사상가도 있었고, 인간의 육체적인 욕망이나 본능을 극복하여 마음의 자유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수행자도 있었다. 그래서 엄격한 계율과 고행을 실천하기 위해서 무소유(無所有)를 강조하고 의복까지도 버리고 나체로 수행하는 사람도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도의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바탕으로 불교는 탄생했다. 부처님은 바로 이러한 당대의 사상들이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극단에 치우쳐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들 견해는 모두 인간의 자유의지나 노력의 가치를 부정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