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행원품

   보현보살이 부처님의 수승공덕을 찬탄하고나서 여러 보살과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여래¹ 의 공덕은 비록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께서 수없이 많은 세월을 두고 계속하여 말씀하시더라도 다 말씀하지 못한다. 만약 이러한 공덕을 성취하고자 하려면 마땅히 열 가지 큰 행원을 닦아야 한다.
그 열 가지 행원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요, 둘째는 부처님을 찬탄하는 것이요, 셋째는 널리 공양하는 것이요, 넷째는 지은 허물을 참회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남이 짓는 공덕을 함께 기뻐하는 것이다. 여섯째는 설법해 주기를 청함이요, 일곱째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함이요, 여덟째는 언제나 부처님을 본받아 배움이요, 아홉째는 항상 중생을 따르는 것이요, 열째는 지은 바 모든 공덕을 모두 다 돌려 주는 것이다.”
   선재동자가 물었다.
   “거룩하신 이여, 어떻게 예배하고 공경하며 어떻게 돌려 주어야 합니까?”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한다는 것은 여래² ㆍ허공계ㆍ시방삼세(時方三世)모든 부처님 세계의 많은 부처님을 보현의 수행과 서원의 힘으로 깊은 믿음을 내어 눈 앞에 계신 듯 받들고 청정한 몸과 말과 뜻을 다해 항상 예배하고 공경하되, 한 분 한 분 부처님 계신 곳에 수없이 많은 몸을 나타내어 수많은 부처님께 두루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다. 허공계³ 가 다하면 나의 예배와 공경도 다하겠지만, 허공계가 다할 수 없으므로 나의 예배와 공경도 다함이 없다.
   이와같이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예배와 공경도 다하겠지만, 중생계와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예배와 공경도 다함이 없다. 생각이 계속되어 끊임없어도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다.
   선남자여, 또한 부처님을 찬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법계ㆍ허공계ㆍ시방삼세의 불국토에 수없이 많은 부처님이 계시고, 그 한 분 한 분 부처님 계신 곳마다 한량 없는 보살들이 둘러싸 모시고 있다. 그 분들을 내가 마땅히 깊고 뛰어난 지혜로써 눈 앞에 나타난 듯 알아 보고, 변재천녀⁴보다도 더 뛰어난 변재로써 부처님의 한량 없는 모든 공덕을 찬탄하며, 미래세가 다하도록 계속하여 끊이지 않고, 끝없는 법계에 두루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찬탄도 다하겠지만, 허공계와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찬탄도 다함이 없다. 생각이 계속 되어 끊임없어도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다.
   선남자여, 또한 널리 공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온 법계ㆍ허공계ㆍ시방삼세 모든 불국토에 수없이 많은 부처님이 계시고, 한 분 한 분 부처님 계신 곳마다 한량 없는 보살들이 둘러싸 모시고 있다. 나 보현의 행원과 서원의 힘으로 깊은 믿음과 지혜를 일으켜 눈 앞에 계신 듯 받들고, 여러 가지 훌륭한 음식들로 공양한다. 이른바 꽃과 꽃타래와 천상의 음악과 천산개운이며, 옷과 여러 가지 하늘의 향인 바르는 향, 사르는 향, 가루향 등 이와 같은 것들이 각각 수미산⁵만하다. 또한 여러 가지 등을 켜는 등불은 우유등ㆍ기름등ㆍ향유등인데, 등의 심지는 각각 수미산 같고 기름은 바닷물과 같다. 이러한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항상 공양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그러나 모든 공양 가운데는 법공양이 가장 으뜸이다. 부처님 말씀대로 수행하는 공양과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공양과 중생을 거두어 주는 공양과 중생의 아픔을 대신 받는 공양과 착한 일을 하는 공양과 보살의 할 일을 버리지 않는 공양과 보리심⁶을 여의지 않는 공양이 바로 그것이다.
   선남자여, 앞에 말한 많은 공양으로 얻는 공덕을 잠깐 동안 쌓은 법공양의 공덕에 비교한다면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백천만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께서는 법을 존중하기 때문이며, 부처님 말씀대로 수행함이 많은 부처님을 나게 하는 까닭이며, 또한 보살들이 법공양을 행하면 이것이 곧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행이 참다운 공양이다. 넓고 크고 가장 훌륭한 공양은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공양도 다할 것이다. 그러나 허공계와 중생의 번뇌가 다할 수 없으므로 나의 이 공양도 다하지 않는다. 이처럼 순간마다 생각이 계속되어 끊임없어도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다. 선남자여, 지은 허물을 참회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살아 오면서 탐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으로 말미암아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모든 악한 없이 한량없고 끝이 없어, 만약 이 악업이 형체가 있다면 끝없는 허공으로도 그것을 다 받아 들일 수 없을 것이다. 내 이제 청정한 삼업⁷으로 법계에 두루 계시는 부처님과 보살들 앞에 지성으로 참회하고, 다시는 악한 업을 짓지 않으며 항상 청정한 계율의 모든 공덕에 머물러 있으리라’하는 것이니라.
   이와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참회도 다할 것이다. 그러나 허공계와 중생의 번뇌가 다할 수 없으므로 나의 참회도 다하지 않는다. 이처럼 생각이 순간마다 계속되어 끊임없어도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다.
   선남자여, 또한 남이 지은 공덕을 기뻐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온 법계ㆍ허공계ㆍ시방삼세 불국토의 수많은 부처님께서 처음 발심하신 때로부터 모든 지혜를 위하여 부지런히 복덕을 닦을 때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으셨다. 또한 수없이 많은 세월을 지나면서 그 세월 속에서 머리와 눈과 손발까지도 아낌없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시를 했다. 또, 이와 같은 행하기 힘든 고행을 하면서 여러 가지 바라밀문⁸을 원만히 갖추었고, 보살의 지혜를 증득해 들어가 모든 부처님의 가장 훌륭한 보리를 성취하였으며, 열반에 든 뒤에 사리를 나누어 공양했다. 이와 같은 모든 착한 일을 내가 다 따라 기뻐하며 갈래 길에서 태(胎)ㆍ난(卵)ㆍ습(濕)ㆍ화(化)네 가지로 생격난 중생들이 짓는 털끝만한 공덕일지라도 모두 같이 기뻐한다. 시방삼세의 일체성문과 벽지불⁹ 배우는 이나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이의 모든 공덕도 내가 함께 기뻐하며, 모든 보살들이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하면서 가장 높은 진리를 구하던 그 넓고 큰 공덕 또한 내가 모두 함께 기뻐한다.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나의 이 함께 기뻐함은 다하지 않는다 했다. 이처럼 생각이 순간마다 계속 되어 끊임없어도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다.
   선남자여, 또한 설법해 주기를 청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온 법계ㆍ허공계ㆍ시방삼세 불국토의 아주 작아 미미한 것에도 각각 수많은 부처님 세계가 잇으니, 이 낱낱 세계에서 잠깐 동안에 수없이 많은 부처님들에게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시고 여러 보살들에 둘러싸여 계신다. 그 때 내가 그 모든 부처님께 몸과 말과 뜻의 여러 가지 방편으로 설법해 주시기를 청하는 것이다.
   이와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해도 내가 모든 부처님께 항상 바른 법 설하여 주시기를 청하는 것은 다함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생각이 순간마다 계속되어 끊임없어도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다.
   선남자여, 부처님께 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온 법계ㆍ허공계ㆍ시방삼세 모든 불국토의 수많은 부처님께서 장차 열반에 드시려 하거나 또는 모든 보살과 성문ㆍ연각¹⁰의 배우는 이와 더 배울 것이 없는 이와, 모든 선지식들에게 두루 청하길 ‘열반에 들지 말고 수없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세상에 머물면서 일체중생을 이롭게 해주소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해도 나의 이 권청은 다하지 않는다. 이처럼 생각이 순간마다 계속되어 끊임없어도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다.
   선남자여, 항상 부처님을 본받아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사바세계¹¹에 오시기까지 법신인 부처님께서 처음 발심한 때로부터 정진하여 물러나지 않으시고 수없이 많은 몸과 목숨을 보시하고 살갗을 벗겨 종이를 삼고 뼈를 쪼개 붓을 삼고 피를 뽑아 먹물을 삼아서 경전 쓰기를 수미산만큼 하였다. 부처님은 법을 소중히 여기셨기 때문에 목숨도 아끼지 않았는데, 하물며 왕의 자리나 도시나 시골이나 궁전이나 정원 등의 일체 소유와 갖가지 하기 어려운 고행인들 무슨 문제가 될 수 있겠느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이루던 일이나 여러 가지 신통을 보이고 변화를 일으키며, 많은 대중이 모인 곳에서 여래의 화신(化身)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여러 보살이 모인 도량이나 혹은 성문과 벽지불이 모인 도량 ,전륜성왕¹²과 작은 나라의 왕과 그 권속들이 모인 도량, 혹은 찰제리ㆍ바라문 ㆍ부호ㆍ거사들이 모인 도량, 심지어 천(天) 용(龍)등 팔부신중과 사람과 사람 아닌 것 등이 모인 도량에서 우뢰와 같은 음성으로 법을 설하여 그들의 소원에 따라 중생을 성숙시키고 열반에 드셨다.
   이와 같은 일들을 모두 내가 다 본받아 배운다. 지금의 부처님이신 비로자나불께와 같이 하는 것이다.
   이처럼 온 법계ㆍ허공계ㆍ시방삼세 모든 불국토의 부처님들의 자취도 본받아 배운다.
이와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해도 나의 이 본받아 배우는 일은 다함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생각이 순간마다 계속되어 끊임없어도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다.
   선남자여, 항상 중생의 뜻에 따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온 법계ㆍ허공계ㆍ시방세계에 있는 중생들이 여러 가지 차별이 있어 알에서 나고, 태(胎)나 습기에서 나고, 화해서 나기도 하는데, 그들은 땅과 물과 불과 바람에 의지하여 살기도 하고 혹은 허공이나 풀과 나무에 의지하여 살기도 한다. 여러 가지 생류(生類)와 여러 가지 몸과 형상ㆍ모양ㆍ수명ㆍ종족ㆍ이름ㆍ심성ㆍ지견ㆍ욕망ㆍ뜻ㆍ행동ㆍ의복ㆍ음식 등으로 살아간다. 여러 마을과 성읍, 혹은 궁전에서 살기도 하며 그들은 또 천ㆍ용 등 팔부신중과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이기도 하다. 발 없는 것, 두 발 가진 것, 네 발 가진 것, 여러 발 가진 것, 형체 있는 것, 형체 없는 것, 생각 있는 것, 생각 없는 것, 생각 있는 것도 생각 없는 것도 아닌 것 등 이러한 여러 가지 중생들에게 내가 여러 가지로 따르고 섬기며 공양하기를 마치 부모와 같이 하고 스승이나 아라한이나 부처님과 조금도 다름없이 받든다. 병든 이에게는 어진 의사가 되어주고, 길 잃은 이에게는 바른 길을 가리켜 주며, 어두운 밤에는 등불이 되고, 가난한 이에게는 재물을 얻게 한다. 이와같이 보살이 평등하게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한다. 왜냐하면, 보살이 중생을 따르는 것은 곧 모든 부처님을 따르며 공양하는 것이 되고, 중생을 존중히 받들어 섬기는 것이 곧 부처님을 존중히 받들어 섬김이 되며, 중생을 기쁘게 하는 것은 곧 부처님을 기쁘게 하는 일이 된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자비심으로 근본을 삼기 때문이다. 중생으로 인하여 큰 자비심을 일으키고 자비심으로 인해 보리심을 내고 보리심으로 인해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넓은 벌판의 모래밭 가운데 서 있는 큰 나무의 뿌리가 물을 만나면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모두 무성하듯이 생사광야의 보리수도 이와 같다. 즉, 모든 중생으로 나무뿌리를 삼고 부처님이나 보살들은 꽃과 열매를 삼아, 자비의 물로 중생을 이롭게 하면 지혜의 꽃과 열매를 맺게 된다. 왜냐하면, 보살이 자비의 물로 중생을 이롭게 하면 곧 위 없는 개달음을 성취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보리는 중생에게 달린 것이며, 중생이 없다면 모든 보살은 끝내 깨달음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이치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중생에게 마음을 평등히 함으로써 능히 원만한 자비를 성취하고, 자비심으로 중생을 따름으로써 곧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는 것이다.
   보살이 이와같이 중생을 따라주어야 한다.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해도 나의 따르는 일은 다함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생각이 순간마다 계속되어 끊임없어도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다.
   선남자여, 지은 공덕을 모두 다 돌려준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처음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으로부터 중생을 따르기까지의 그 모든 공덕을 온 법계ㆍ허공계의 모든 중생에게 남김없이 돌려보내어 중생으로 하여금 항상 안락하고 모든 병고가 없게 한다. 나쁜 짓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고 착한 일은 모두 다 속히 성취되며, 온갖 나쁜 길의 문은 닫아 버리고 인간이나 천상에나 열반에 이르는 바른 길은 활짝 열어 보인다. 모든 중생이 쌓아온 모든 악업으로 인하여 얻게 되는 온갖 무거운 고통과 과보를 내가 대신 받으며, 그 중생이 모두 다 해탈을 얻고 마침내 더없이 훌륭한 보리를 성취하게 하는 것이다.
   보살이 이와같이 그 닦은 공덕을 모두 다 돌려준다.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해도 나의 이 돌려줌은 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생각이 순간마다 계속되어 끊임없어도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다.
   선남자여, 이것으로 보살의 열가지 큰 서원이 원만하게 갖추어진 셈이다. 만일 모든 보살들이 큰 서원을 따라 나아가면 능히 모든 중생을 성숙시키고 위 없는 깨달음에 이르게 되며 보현보살의 모든 행원과 원력을 성취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선남자여, 그대는 이러한 이치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시방세계에 가득한, 한량없고 끝이 없어 이루다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에 가득찬 가장 좋은 칠보와 또 인간과 천상에서 가장 훌륭한 안락으로써 모든 세계에 있는 중생들에게 보시하고 모든 세계의 부처님과 보살들에게 공양하기를 무량겁이 지나도록 계속 하여 그치지 않는 그 공덕과, 또 어떤 사람이 이 열 가지 원을 잠깐 동안 듣고 얻은 공덕을 비교한다면 앞의 공덕은 뒤의 것의 백분의 일도 되지 못하고, 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며 우바니사타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또 어떤 사람이 깊은 신심으로 이 열 가지 원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거나 한 게송만이라도 베껴쓴다면, 무간지옥에 떨어질 죄이라도 즉시 소멸되고 이 세상에서 받은 몸과 마음의 모든 병과 모든 고뇌와 아주 작은 악업까지라도 모두 다 소멸될 것이다. 또한 온갖 마군과 야차¹³와 나찰¹⁴ 등 피를 빨고, 살을 먹는 몹쓸 귀신들이 다 멀리 달아나거나 혹 착한 마음을 내어 가까이 와서 수호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보현의 원을 몸소 행하는 사람은 어떤 세상을 다니더라도 마치 달이 구름에서 벗어나듯 조금도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또한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이 칭찬하고, 모든 인간들과 천상 사람이 다 예배하고 공경하며 모든 중생이 두루 공경할 것이다. 그와 같은 선남자는 훌륭한 사람 몸을 받아서 보현보살의 모든 공덕을 원만히 갖추고 오래지 않아 보현보살과 같은 미묘한 몸을 성취하여, 서른두 가지 대장부다운 모습을 갖출 것이다. 만약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면 나는 곳마다 항상 좋은 가문에 태어날 것이고 능히 모든 악한 길을 깨뜨리고 나쁜 친구를 멀리하고, 외도(外道)를 다스리며 온갖 번뇌에서 해탈하여 마치 사자가 뭇 짐승들을 굴복시키는 것같이 할 것이며 모든 중생의 공양을 받을 것이다. 또 이 사람이 목숨을 마치는 마지막 찰나에 모든 육신은 다 흩어지고 친척과 권속들은 다 버리고 떠나게 되며, 모든 위엄과 세력도 다 사라지고 정승 대신과 궁성 안팎과 코끼리ㆍ말ㆍ수레와 보배와 재물들은 하나도 따라오지 못하지만 오직 이 열 가지 서원만은 떠나지 않고 항상 앞길을 인도하여 한 찰나 사이에 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될 것이다. 왕생해서는 곧 아미타불과 문수사리보살ㆍ보현보살ㆍ관자재보살ㆍ미륵보살 등을 친견할 것이며 이 모든 보살들은 모습이 단정하고 공덕이 원만하여 함께 아미타불 곁에 둘러앉아 있을 것이다. 그 때 그는 스스로가 연꽃 위에 나서 부처님으로부터 이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게 될 것이다. 수기를 받고는 무수한 세월을 지나면서, 널리 사방에 다니며 지혜의 힘으로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이롭게 할 것이다. 또한 오래지 않아 보리도량에 앉아서 마군을 항복 받고 정각(正覺)을 이룰 것이며, 법문을 설하여 수없이 많은 중생으로 하여금 보리심을 내게 하고 그 근기와 성품에 따라 교화하여 성숙시키며, 앞으로 오는 세상에 다하도록 널리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할 것이다.
   선남자여, 저 모든 중생들이 이 열가지 원을 듣고 믿고 다시 받아 지녀 읽고 외우고 남을 위해 설한다면, 그가 지은 공덕은 부처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이 원을 듣고 의심을 내지 말아라. 마땅히 지성으로 받아 지녀서 읽고 외우며, 외우고는 베껴 써서 널리 남에게 말하여라. 이런 사람들은 한 생각 동안에 모든 행원을 다 성취할 것이며 그 얻는 복덕은 한량이 없고 끝이 없어 능히 번뇌와 고통의 바다에 빠진 중생들을 건져내어, 마침내 생사에서 벗어나 아미타불의 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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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여래(如來) : 부처님의 10호 가운데 하나.
①지금까지의 부처님들과 같이, 저들과 같은 길을 걸어서 피안에 간 사람
②진리에 도달한 사람.
③진리에 수순하여 이 세상에 와서 진리를 보여 주는 사람이란 뜻.

2.법계(法界)
①계(界)는 인(因)이란 뜻. 법은 성법(聖法)이니 성법을 내는 원인이 됨.
②계는 성(性)이란 뜻.
③계는 분재(分齋)란 뜻.

3.허공계(虛空界) : 진여(眞如)를 이름. 빛도 모양도 없으며 일체만유를 온통 휩싸고 있는 것이 허공과 같으므로 이렇게 이름.

4.변재천녀(辨才天女) : 노래와 음악을 맡은 여인. 걸림이 없는 변재가 있어 수명증익(壽命增益), 원적퇴산(怨敵退散), 재보만족(財寶滿足)의 이익을 준다고 함.

5.수미산(須彌山) : 4주 세계의 중앙, 금륜(金輪)위에 솟은 높은 산. 둘레에 7산(山) 8해(海)가 있고 그 밖에 철위산이 둘려 있으며 물 속에 잠긴 것이 8만 유순, 물 위에 드러난 것이 8만 유순이며 꼭대기에 제석천, 중턱은 4왕천의 주처(住處)라 함.

6.보리심(菩提心) : 불과(佛果)에 이르러 깨달음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마음.

7.삼업(三業) :　몸(身)ㆍ말(口)ㆍ뜻(意)으로 짓는 세가지 업

8.바라밀문(波羅蜜門) : 바라밀의 법문 즉, 도를 말함. 바라밀은 미(迷)인 이 언덕에서 깨침인 저 언덕에 이른다는 뜻이니, 보살이 닦는 행(行)을 말함. 육바라밀ㆍ십바라밀ㆍ사바라밀 등이 있음

9.벽지불(支佛) : 독각(獨覺)이라고도 함.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도를 깨치고 설법이나 교화를 하지 않음. 성문(聲聞)과 더불어 이승(二乘)의 하나.

10.성문(聲聞)ㆍ연각(緣覺) : 성문은 소리를 듣는 사람이란 뜻으로 제자라고도 번역.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는 것을 가리킴. 성문ㆍ연각은 성문과 연각 이승(二乘)을 말함.

11.사바세계(娑婆世界) : 중생들이 사는 세계.

12.전륜성왕(轉輪聖王) : 윤보(輪寶)를 굴리는 왕. 칠보(七寶)를 가지고 사덕(사덕 : 장수하며 번민이 없고, 안모가 뛰어나고 보배가 곳간에 그득한 것)을 갖추었으며 정법으로 수미 사주의 세계(전세계)를 통솔하다고 생각되는 신화적ㆍ이상적인 왕.

13.야차(野次) : 팔부중의 하나로 큰 위세와 힘이 있으며 나찰과 함께 비사문천왕의 권속으로 북방을 지킴. 천(天)야차ㆍ지(地)야차ㆍ허공야차 등 3종이 있음.

14.나찰(羅刹) : 사람의 살과 피를 먹고 살며 공중을 날아다니기도 하는 극히 포악한 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