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 애욕품(愛欲品)


사위국에 큰 장자(長者)가 있었다. 12, 13세가 되는 아들 하나를 남기고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아들은 아직 나이 어려 살림을 살 줄 몰라, 몇 해 안 되어 살림을 파하고 거지가 되었다. 하루는 그 아버지의 친구 되는 장자(長者)가 이것을 보고, 그 사정을 자세히 들어 알고 불쌍히 여겨, 집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고 그 딸과 짝을 짓고 살림을 내어 살게 했다. 그러나 그는 사람됨이 게으르고 소견이 없어 도로 구차하게 되었다. 장자는 그 딸을 보아서 몇 번이나 살림을 차려 주었지만 끝내 살림이 되지 않았다. 장자는 드디어 그 딸을 데려와서 다른 곳으로 시집을 보내려고 친척들을 모아 의논했다. 그 딸이 몰래 엿듣고 남편에게 알려 대책을 꾀했다. 남편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럽고도 분해, 몇 번이나 생각하다가 드디어 악한 마음을 내어, 아내를 칼로 찔러 죽이고 자기도 죽고 말았다. 장자는 걱정과 근심을 이기지 못해 식구를 거느리고 부처님에게 찾아왔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탐욕과 성냄은 세상의 떳떳한 병이요, 어리석음과 무지는 재화의 문이다. 삼계(三界) · 오도(五道)는 모두 이것으로 말미암아 생사의 바다에 빠져 헤매면서, 무한한 시간에 무한한 괴로움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뉘우칠 줄을 모르는데, 하물며 어리석은 사람이 어떻게 이것을 알겠는가? 이 탐욕의 독은 몸을 망치고, 친족을 망치고 그 해는 중생에게 미친다. 어찌 부부에 그치겠는가?” - 법구비유경, 애욕품 334 방탕한 마음이 음행에 있으면 애욕의 넌출은 뻗고 자라나나니, 나무 열매를 찾는 원숭이처럼 이리저리로 미쳐 돌아다닌다. 335 사납고 독한 애정의 욕심을 그대로 놓아 거기에 집착하면, 걱정 · 근심은 날로 자라나나니, ‘비라나’ 풀의 넌출이 우거지듯. 336 사납고 독한 애정의 욕심을 그대로 놓아 버리지 못하면, 걱정 · 근심은 날로 불어가나니, 잔잔한 물방울이 못을 채우듯. 337 도에 뜻을 두어 행하는 사람은 아예 애욕을 일으키지 말라. 먼저 애욕의 근본을 끊어 그 뿌리를 심지 말고, 저 갈대를 베는 듯이 하여 다시 마음을 나게 하지 말라. 338 비록 나무를 베어 내도 뿌리가 있으면 다시 싹 나듯, 애욕을 뿌리째 뽑지 않으면 살아나는 괴롬을 다시 받으리. 339 마음속에 36의 흐린 물결이 굳세게 흘러 쉬지 않으면, 탐애(貪愛)에서 나오는 분별의 물결은 그 사람을 마침내 휩쓸 것이다. 340 뜻의 흐름은 물처럼 붇고 애욕의 얽힘은 넌출처럼 자라나니, 만일 이것을 보아 알거든 지혜로써 그 뿌리를 끊어라. 341 사랑은 즐거움에 맡겨 따르면 애욕의 수렁창은 깊어만 가나니, 거기에 빠져 헤어날 길이 없이 생사의 수레바퀴 돌고 돌아라. 342 애욕에 휘감겨 달리는 중생은 그물에 걸린 토끼와 같다. 번뇌와 집착에 꽁꽁 묶이어 얼마나 많은 생의 괴로움을 받는가! 343 애욕에 휘감겨 달리는 중생은 그물에 걸린 토끼와 같다. 비구 만일 사랑을 떠나면 욕심이 다해 열반으로 돌아가리. 344 세속을 떠나 숲 속으로 들어갔다 숲을 나와 다시 속세로 들어가면, 보라, 이 사람은 애욕을 벗어났다가 다시 속박을 찾아 나아가는 것이니라. 345 죄인을 묶는 고랑쇠나 자물쇠도 어진 이는 단단하다 생각하지 않나니, 보물이나, 아내나, 자식에 대해 집착하는 사랑은 그에게 더하니라. 346 깊고 단단하고 치근치근해 나오기 어려운 애욕의 감옥. 지혜롭고 어진 이는 이것을 알아 욕을 끊고 두루 놀아 항상 편하다. 347 애욕의 즐거움으로 제 몸을 싸는 것은 고치를 짓는 누에와 같다. 지혜롭고 어진 이는 이것을 알아 욕을 끊고 두루 놀아 괴로움 없다. 348 과거도 버려라, 미래도 버려라. 현재의 이 내 몸 생각도 말라. 마음에 걸리는 모든 것을 버리면 생사의 괴로움을 받지 않나니. 349 마음이 어지러워 즐거움만 찾으면 음욕을 보고 깨끗다 생각하여, 욕정은 날로 자라고 더하나니, 스스로 제 몸의 감옥을 만든다. 350 항상 깨어 있어 깊이 생각해 음욕의 깨끗하지 못함을 알면, 악마의 감옥을 이내 벗어나 생사의 번뇌를 받지 않나니. 351 애욕을 떠나 두려움 없고 마음속에 걱정이나 근심 없으며, 번뇌의 속박을 풀어 버리면 생사의 바다를 길이 떠나리. 352 모든 일의 깊은 뜻을 깨달아 알아 애욕을 떠나 집착이 없고, 생사의 이 세상의 마지막 몸, 그야말로 큰 지혜로운 선비다. 353 모든 것에 이기고, 모든 것에 깨달아, 모든 것을 버려 집착이 없고, 애욕이 다해 해탈한 사람. 그는 벌써 성(聖)의 길에 든 사람이다. 354 모든 보시에서 경의 보시 제일이요, 모든 맛에서는 도의 맛이 제일이요, 모든 낙에서는 법의 낙이 제일이요, 애욕의 다함은 모든 괴롬 이긴다. 355 어리석은 사람은 제 몸을 묶어 피안으로 건너갈 생각을 않는다. 애욕의 즐거움 그대로 맡겨 남을 해치고 또 나를 죽인다. 356 밭은 잡초의 해침을 받고 사람은 탐심의 해침을 받나니, 탐심 없는 이에게 보시 행하면 거두는 그 복 한이 없으리. 357 밭은 잡초의 해침을 받고 사람은 진심(성냄)의 해침을 받나니, 진심 없는 이에게 보시 행하면 거두는 그 복 한이 없으리. 358 밭은 잡초의 해침을 받고 사람은 치심(어리석음)의 해침을 받나니, 치심 없는 이에게 보시 행하면 거두는 그 복 한이 없으리. 359 밭은 잡초의 해침을 받고 사람은 욕심의 해침을 받나니, 욕심 없는 이에게 보시 행하면 거두는 그 복 한이 없으리. (법구경, 김달진 옮김, 현암사, 1999) ────────── 36 : 6경(境)에 대한 6애(愛)를 욕(欲) · 유(有) · 무유(無有)의 3에 승해서 18로 하고, 이것을 안팎 분별의 2로 해서 36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