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술천품(述千品)

    부처님이 사위국에 계실 때 반특이라는 비구가 있었다.
원체 재주가 없어서 오백 명의 아라한이 날마다 그를 가르치기 삼 년, 그러나 한 게송도 깨닫지 못했다. 천하 사람이 그의 우둔을 알았다.
부처님은 그를 불쌍히 여겨 “입을 지키고, 뜻을 거두고, 몸으로 범하지 말라.” 는 한 게송을 일러 주시고, 그 뜻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반특은 문득 크게 깨쳐 아라한이 되었다.
어느 날, 파사익 왕은 부처님과 여러 제자를 청했다. 부처님은 반특에게 바루를 들리시고 뒤를 따라 그의 위신(威神)을 나타내게 하셨다. 왕이 놀라 물었을 때에 부처님은 대답하셨다.
“반드시 많이 배우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행하는 것이 제일이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많이 알더라도 그것을 행하지 않으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곧 다음의 게송(100.101.102 참조)을 설하시매, 모두 기뻐했다.

- 법구비유경, 술천품

100
비록 천 글귀를 외더라도
그 글 뜻이 바르지 못하면,
단 한마디 말을 들어서라도
편안함을 얻으면 그것이 낫다. 

101
비록 천 게송을 외더라도
그 글뜻이 없으면 무엇이 유익하리.
단 하나의 뜻을 들어도
편안함을 얻으면 그것이 나으리.

102
아무리 경전을 많이 외어도
그 글뜻을 모르면 무엇이 유익하리.
단 한 구의 법을 알아도
그것을 행하면 도를 얻으리. 

103
전쟁에서 수천의 적과
혼자 싸워서 이기기보다,
하나의 자기를 이김이야말로
참으로 전사(戰士) 중의 최상이니라.

104
자기를 이기는 것이 제일이니라.
그러므로 그는 사람 중의 왕.
다른 여러 사람을 이기는 것 아니다.
오직 자기를 다루어 따르라.

105
언제가 자기를 다루어 따르면
그 사람의 빛나는 승리에는,
신 · 건달바(귀신의 일종)도, 악마도, 범(梵)도
그 사람의 승리에는 반항할 수 없나니.

106
한 달에 천 번씩 제사를 드려
목숨이 다하도록 쉬지 않아도,
오로지 한 마음으로 법을 생각하는
잠깐 동안에 짓는 그 공덕만 못하니라.

107
비록 한평생 목숨이 다하도록
날마다 아기니(火神)을 받들어 섬기어도,
삼세(三世)의 부처님께 돌아가 공양하는
잠깐 동안에 짓는 그 공덕만 못하니라.

108
신에게 제사하여 복을 구하고
또 다음에 올 갚음을 바란다 해도,
아라한을 경례하는 그것보다는
4분의 1에도 값하지 못하나니.

109
항상 예절을 잘 지키고
장로(長老)를 높이는 사람에게는
네 가지 복이 더하고 자라나니,
수(壽)와 아름다움과 즐거움과 힘이.

110
비록 사람이 백년을 살아도
계를 버려 어지러이 날뛰면,
하루를 살아도 계를 갖추어
고요히 생각함만 못하다. 

111
비록 사람이 백년을 살아도
악한 지혜가 어지러이 날뛰면,
하루를 살아도 지혜를 갖추어
고요히 생각함만 못하다.

112
비록 사람이 백 년을 살아도
게으르고 약해 정진(精進)하지 않으면,
하루를 살아도 용맹하고 굳세어
꾸준히 노력함만 못하다.  

113
비록 사람이 백 년을 살아도
일의 성패를 알지 못하면,
하루를 살아도 기미를 보아
피할 바를 아는 것만 못하다.  

114
비록 사람이 백 년을 살아도
감로(甘露)의 길을 보지 못하면,
하루를 살아도 그 길을 보아
그 맛을 보는 것만 못하다.  

115
비록 사람이 백 년을 살아도
최상의 법의 뜻을 알지 못하면,
하루를 살아도 불법을 들어,
그 뜻을 아는 것만 못하다.


(법구경, 김달진 옮김, 현암사,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