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화향품(華香品)

    옛날 ‘사위’성에 한 ‘전타라(천민)’가 있어, 똥치기업으로 겨우 목숨을 이어 갔다.
부처님은 그를 보고 말씀하셨다.
“너 중이 되겠는가.”
그는 대답했다.
“지옥 · 아귀 · 축생도 도(道)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내 먼 옛날로부터 수없는 행을 닦아 불도를 이룬 것은, 바로 죄와 고통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것뿐.”
부처님은 곧 그를 데리고 기원정사로 돌아가 계를 주어 ‘사미’로 만들었다.
그 때 바사닉 왕은 이 소식을 듣고 ‘부처님은 석가족의 귀한 집에서 태어났고, 그 좌우의 제자들도 모두 장로 · 바라문 · 찰제리족이다. 그런데 이제 전타라를 제자로 삼았다니, 내 어찌 그를 대해 참아 굴복하고 예경하겠는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내 수레를 몰아 부처님 처소로 갔다. 거기서 먼저 전타라의 출가한 신통을 보고, 또 진흙 속의 연꽃의 게송(58.59 참조)을 듣고는, 마음에 즐거움이 가득해 돌아갔다.

- 출요경, 화향품

44
누가 살 만한 땅을 가릴 것인가.
누가 지옥을 버리고 천계(天界)를 취할 것인가.
누가 거룩한 법을 설하기를
꽃을 가려 꺾는 것 같이 할 것인가. 

45
공부하는 사람은 좋은 땅을 가린다.
지옥을 버리고 천계(天界)를 취한다.
그는 거룩한 법을 설하기를
좋은 꽃을 가려서 꺾는 것 같이 한다.

46
이 몸은 물거품 같다고 보고
모든 일은 아지랑이라 깨달은 이는,
악마의 꽃화살을 꺾어 버리고
죽음의 왕을 보는 일 없다.

47
예쁜 꽃을 따 모으기에
마음이 오로지 빠진 사람을,
죽음은 어느새 잡아가나니,
마치 잠든 마을을 물이 휩쓸듯.

48
예쁜 꽃을 따 모으기에
마음이 오로지 빠진 사람은,
몸은 어느새 시들고 마나니,
그 욕심 아직도 채우기 전에.

49
꽃의 빛이나 향기를 해치지 않고
오직 꿀을 앗아 날아가는 벌처럼,
지혜있는 사람도 그러하고자.
마을 들어 행걸(行乞)할 때 그러하고자.

50
남의 잘못을 보지 말고,
행하고 행하지 않는 것 보지 말고,
오직 항상 자기를 돌보아,
법에 맞나 안 맞나를 살펴 보고자. 

51
사랑스러운 예쁜 꽃이
빛깔만 고와 향기가 없듯,
아무리 좋고 아름다운 말도
행하지 않으면 결과가 없나니. 

52
사랑스러운 예쁜 꽃이
빛깔도 곱고 향기가 있듯,
아름다운 말을 바르게 행하면
반드시 그 결과 복이 있나니. 

53
여러 가지 고운 꽃을 모아
많은 화만(華)을 만드는 것같이,
사람도 좋은 업을 모아 쌓으면
저승의 좋은 결과 복을 받나니.

54
부용이나 전단의 좋은 향기도
바람을 거슬러선 피우지 못하지만,
덕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도,
모든 방위에 두루 피운다.

55
전단이나 ‘다갈라(향이름)’
청련화 ‘발사길(향나무 이름)’
아무리 그 향기 좋다 해도
계(戒)의 향기만 못하다.  

56
다갈라, 전단의 그 향기도
보잘 것없는 이 세상 것뿐.
계를 가진 사람의 그 향기는
하늘에까지 미쳐 가나니. 

57
계를 갖추어 이루고
행실이 방일하지 않음에 머물러,
바르게 알아 해탈한 사람에게
악마는 그 틈을 타지 못한다. 

58
큰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 진흙 무더기 속에,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나
꽃다운 향기를 피우는 것처럼, 

59
이와 같이, 쓰레기 같은
어둠 속에 헤매는 중생들 속에
지혜있는 사람은 즐거이 나타나
거룩한 부처님의 제자가 된다.


(법구경, 김달진 옮김, 현암사,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