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교와 한국문화, 그 필연성 논하다

동아불교문화학회 학술대회 28일 부산 안국선원서 열려

선불교는 한국 문화의 정체성 형성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부산 경남의 불교학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가 ‘제3회 학술대회-선불교와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오는 28일 오전 9시 30분부터 하루 동안 개최한다. 장소는 부산 금정구 남산동 안국선원.

한국의 문화적 전통을 탐구할 때 불교라는 요소는 결코 뺄 수 없다. 한국의 전체 문화재 가운데 과반수가 불교 문화재라는 사실만으로도 불교와 한국 문화의 관계가 지극히 밀접하다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불교 중에서도 선불교의 비중이 높다. 강우방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초빙교수(전 국립경주박물관 관장)는 “선종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한국문화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전보다 체험을 중시하고, 귀족 중심을 벗어나 민중적인” 선불교가 한국에 들어와 우리 문화와 예술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선불교와 한국 문화의 정체성 사이에는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이번 학술대회가 한국 문화의 정체성에 대해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뜻깊은 이유다.

학술대회는 수불스님(안국선원장)의 ‘한국 선불교의 대중화’ 기조발표를 시작으로 모두 6개의 주제 발표와 토론으로 이뤄진다. 제1주제는 강우방 교수의 ‘한국미술과 선(禪)’. 이어 ‘한국문학과 선’(강석근ㆍ동국대), ‘한국 차문화와 선’(김봉건ㆍ동의대), ‘불전에 나타난 성차별적 교설의 분석’(구자상ㆍ동아대), ‘불교와 화이트헤드의 존재론’(이태호ㆍ대구가톨릭대), ‘복장의식에 나타난 만다라적인 특징에 관한 연구’(김현남ㆍ원광대) 등의 논문이 잇달아 발표된다. 각 주제발표에는 전문가의 논평이 첨부된다.

강우방 교수는 이날 ‘선종이 한국미술에 끼친 영향’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선종의 주요한 원리를 영(靈)과 기(氣)로 정리하고 영기(靈氣)가 실현되는 영기화생(靈氣化生) 개념을 적용해 선종이 한국 전통미술에 끼친 영향을 밝힌다.

그는 주최 측에 미리 보내온 글을 통해 ‘선종의 영향으로 성립된 불교미술, 즉 조각 건축 회화 도자공예 석조미술 등 전반에 걸친 변화를 살폈으며 이러한 해석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의 불교미술 전반을 해석하는 데도 유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석근 교수는 신라 말 최치원이 지은 연작시 ‘지리산시’를 우리나라 첫 선시라고 밝히고 그 뒤 혜심, 이규보 등으로 계보가 이어지면서 고려시가와 한시의 상상력에 선불교가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김봉건 교수는 중국에서 발원한 차(茶) 문화가 불교의 선종을 만나 고도의 정신문화와 결합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어느 종파보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점을, 구자상 교수는 불전에 나타난 성차별적 교설을 있는 그대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늘에 맞는 재해석을 시도한다. (051)583-0993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국제신문>2007-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