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깨달으신 날’ 그 자취를 좇다
안국선원-불교신문 공동
인도-네팔 성지순례
안국선원과 불교신문은 공동으로 지난 1월22일부터 2월1일까지 10박11일 동안 불교 8대성지를 중심으로 한 ‘인도ㆍ네팔 불교성지순례’를 가졌다. 안국선원장 수불스님과 천양자 신도회장 등 120여 명의 안국선원 신도들은 2600여 년 전 부처님의 발자취를 뒤따르며 다시 한번 신심을 북돋았다.
“우리 모두 성불할 수 있다는 마음자세로 참선 정진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1월26일 안국선원장 수불스님이 참선 수행의 시작을 알리자 120여 명의 안국선원 인도ㆍ네팔 성지순례단은 일시에 참선 정진에 들어갔다. 짧게는 수년째, 길게는 20, 30년 넘게 참선 정진했던 안국선원 신도들도 이날 만큼은 새로운 마음자세로 선(禪)의 경지에 몰입했다. 바로 이날은 성도재일(음력 12월8일). 2600여년 전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인도 보드라야에서 성도재일을 맞아 마하보디사원에서 참선 정진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 마른 기침소리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던 선방에서의 참선 정진과 달리 이날 마하보디사원은 티베트 법회인 칼라차크라(Kalachakra)에 참여한 티베트 스님 수만명의 독경과 진언(眞言)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을 읽는 독경과 진언인 만큼 정진을 가로막기는 커녕 정진을 더욱 더 독려하는 부처님의 따뜻한 목소리로 순례단에게 다가갔다.
<열반경>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아난다야, 내가 입멸한 뒤 너희 모두가 네 가지 것을 생각할 것이다. 첫째는 여래가 태어난 룸비니이며, 둘째는 여래가 성도한 보드가야이며, 셋째는 여래가 법륜을 굴려 최초로 설법한 사르나트이며, 넷째는 여래가 열반에 드신 쿠시나가르이다. 너희는 이곳을 생각하며 여래를 기억할 것이며, 가르침을 되새길 것이다. 또 네 곳에 모여 탑과 절을 짓고 예경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같은 부처님의 말씀처럼 수많은 불자들은 불교성지를 찾아 환희심을 얻고 새롭게 발심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불자 120여명 룸비니-사르나트-쿠시나가르 등 7대성지 순례
성도재일 보드가야서 ‘禪’ 몰입…“환희심 뛰어넘는 큰 울림”
성지순례단도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보드가야를 비롯해 8대 불교성지 가운데 7대성지를 순례했다. 부처님 탄생지인 룸비니, 최초의 설법지인 사르나트(녹야원), 열반지인 쿠시나가르, 부처님께서 24안거를 지내셨던 쉬라바스티, 최초의 사찰인 죽림정사가 있는 라즈기르, 부처님께서 최초로 열반을 예언하신 바이샬리 등지를 참배한 것이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잔타석굴사원을 비롯해 오랑가바드 석굴사원, 갠지즈강 항하사, 네팔 쿠마리사원 등의 성지를 함께 순례했다.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 인도 성지순례를 가진
안국선원 천양자(법명 무량심) 신도회장은 “첫 번째 인도 성지순례에서는 환희심이 들었다면 두 번째 성지순례에서는 환희심을 뛰어넘는 파장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며 감흥을 전했다. 이번 성지순례 참가자 중 최고 연장자인 나홍열(76세, 법명 자비화)씨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발자
취를 따라가는 성지순례에 동참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 힘든 줄도 모르겠다”며 “이번 성지순례를 통해 얻은 환희심을
잊지 않고 죽는 날까지 정진하겠다”며 밝은 미소를 띄었다.
인도ㆍ네팔=박인탁 기자 parkintak@com
기차안서 24시간…뜻깊은 ‘고행’
남한의 33배에 달하는 면적을 가진 인도. 순례단은 하루평균 10시간에 달하는 이동시간을 들여 4000km에 달하는 기나 긴 순례지역을 모두 살펴봤다. 하지만 도로가 좁은 대다가 곳곳이 파여져 있고 비포장도가 많은 등 인도의 열악한 교통시설은 성지순례기간 내내 순례단을 괴롭혔다. 특히 인도 부사발~바라나시 구간(1150km)을 달린 철도는 예정보다 6시간 연착돼 24시간 동안 기차를 타야만 했다. 이같은 인도지역의 열악한 교통상황에 대한 불만도 잠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먼 거리를 몇 달에 걸쳐 맨발로 걸어 다니시며 수많은 중생들을 만나 교화하며
수행하셨을 것”이라는 여행사 가이드의 설명에 잠시나마 가진 불만을 부끄러워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순례를 이어갔다.
● 안국선원장 수불스님
“성지순례는 정진의 연장선상에서 그동안의 자기 수행에 대한 점검을 해보는 소중한 기회가 돼야 합니다.” 안국선원장 수불스님<사진>은 성지순례의 의미에 대해 ‘자기 수행의 점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불스님은 보드가야에서 성도재일을 맞이하여 참선수행을 가진 것은 잊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부처님께서 보드가야의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깊은 선정에 잠긴 뒤 홀연히 깨달음을 얻고 더없는 정각을 이루신 성도재일에 이곳 보드가야 마하보디사원에서 참선 정진한 것은 저 뿐만 아니라 안국선원 신도들 모두에게 더 없는 기쁨이자 값진 자산이 될 것입니다.”
“보고 즐기는 관광 아닌
자기 수행의 점검 기회”
수불스님은 성지순례를 통해 얻은 값진 가르침은 불법홍포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행에 대한 점검을 통해 자기 스스로 거듭나고 이를 계기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펴는데도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또한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비록 함께 하지 못한 도반들에게도 성지순례에서 얻은 가르침과 감흥을 함께 나눠야 합니다.” 오는 3월 부산 안국선원 신도들과 함께 다시 한번 인도 성지순례를 떠날 수불스님은 회를 거듭할수록 깊은 울림이 퍼져 나간다고 밝혔다. “거의 비슷한 일정으로 진행되지만 저에게 다가오는 느낌이나 울림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커집니다. 우리도 부처님같이 성불할 수 있다는 원력과 신심을 키워나가는 소중한 경험이 되길 기원합니다.”
<불교신문>2007-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