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 일상화, 일상의 수행화로 정예불자 양성하는 재가수행의 1번지, 안국선원

열린불교, 열린경영｜④ 안국선원 리포트

<열린불교, 열린경영>에서는 경영마인드가 부재한 불교계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대표적인 도심사찰의 성장 비결을 통해 오늘날 불교가 나가야 할 방향을 찾고자 한다.

성공한 사찰은 신도수의 허수가 적어

불교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가운데 하나가 ‘이천만 불자’ 운운하는 소리다. 그런데 통계청이 최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교인구수는 1,072만 6,000명이다. 즉 사실은 ‘일천만 불자’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불망어(不妄語)를 가장 근본적인 계율인 오계(五戒)의 하나로 지키고 있는 불교계가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보이고자 그 숫자를 그것도 두 배나 부풀리는 염치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 하면 우리 불교계에는 다른 종교계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신도 숫자 계산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개인 단위가 아닌 가족 단위 즉 세대 단위로 계산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사찰들이 재적신도수를 이야기할 때 몇 명이라는 단위보다는 몇 세대라는 단위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대부분 핵가족이므로 한 세대를 4인으로 잡을 때 어느 사찰의 재적신도가 10만 세대라고 하면 그 신도수는 40만 명이 되는 셈이다. 가족들의 신앙이 서로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는 현실을 무시하고 기계적으로 계산하면 ‘이천만 불자’라는 숫자는 허장성세가 아니라 도리어 아주 겸손한 어법(?)이라고까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임을 알 만한 불자들은 다 알고 있기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이들이 아닌 한 그 겸손한 어법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서두에 불교인구수를 거론한 것은 우리 불자들이 흔히 재적신도수로 그 사찰의 규모나 성공도를 가늠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서의 계산법에 이미 허수(虛數)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불자들은 가톨릭의 경우처럼 한 교구에만 신자로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절, 저 절 또는 한 번 가서 연등을 단 절에는 스스럼없이 등록을 하곤 하기 때문에 한 사람 또는 한 세대가 여러 사찰의 재적신도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허수는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재적신도의 실수(實數)는 어떤 실정일까? 여기서는 그 계산법을 자세하게 거론할 지면이 부족하므로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재적신도수의 10%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확실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재적사찰을 외호하는 신도는 앞서 10%의 10%쯤 된다. 그러니까 외면적으로 10만 세대의 재적신도수를 자랑하는 사찰의 실질적인 신도수는 1만 세대고, 그 가운데 1천 세대야말로 그 사찰의 정예 신도라고 보면 별반 무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찰이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이미 살펴본 사찰들, 소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찰들은 바로 실수와 허수의 간극이 매우 좁은 편이다.

오로지 재적신도들의 힘으로

재단법인 대한불교조계종 안국선원은 이러한 면에서 아주 많은 바를 시사해 주고 있다. 2006년 현재 안국선원의 재적신도 숫자는 부산과 서울을 합쳐 4천여 명에 불과하다. 지금껏 우리가 살펴본 사찰들의 재적신도가 거의 십만 단위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에 비할 때 산술적으로 보면 그 십분의 일이 아니라 오십분의 일을 밑도는 수준인 셈이다. 따라서 불자들이 수행과 신행활동을 하는 공간 즉 사찰의 규모나 설비 역시 그러한 정도에 머물러야 할 성싶지만, 안국선원의 그것은 이미 언급한 사찰들의 규모나 설비의 삼분의 일 이상에 육박하고 있다. 간략하게 그 외형을 살펴보면 안국선원의 모체인 부산 안국선원은 금정구 남산동의 3천 평의 대지에 연건평 2천 평(지하 1층, 지상 4층)의 3개 동(선원, 도원, 행원)으로 이루어진 종합 불교문화회관의 면모를 갖추고 있으며, 현재 그곳에서 1천 7백여 명의 신도들이 수행에 임하고 있다.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서울 안국선원은 342평의 대지에 연건평 6백 평의 지상 4층 본관과 3개동의 부속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본관에는 대법당, 선방, 사무실, 인터넷실, 공양실이 있고, 부속 건물에는 신도들의 회의실, 다실, 스님의 처소 등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해외 분원으로는 2005년 4월 개원한 뉴욕 안국선원이 있다.
안국선원의 작금의 외형은 모두 재적신도들의 십시일반(十匙一飯)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원장인 수불 스님은 불사를 할 때 불교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주 책을 쓰는 일조차 금하고 계시다. 그러나 같은 십시일반이라고 해도 안국선원 신도들의 숟가락은 무척 큰 것임에 틀림없다. 턱없이 모자란 숫자로 일당백(一當百)의 결실을 맺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안국선원 신도들은 우리와 다름없는 일반 불자들일 따름이다. 안국선원 앞에 서 있자면 덩치 큰 고급 승용차가 아니라 깔끔한 신도복을 걸치거나 소박하지만 단아한 옷차림을 한 신도들이 마을버스에서 내려 총총걸음으로 안거수행을 위해 선원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숟가락은 안국선원 신도들이 수행을 통해 얻게 된 확신과 믿음 그리고 자신감 때문에 일당백이 될 만큼 커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말하면 신도회비는 월 3만원이 기본이다. 동안거나 하안거 때는 5만원이라고 한다. 이것이 안국선원의 기본수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안국선원 역시 불교 사찰인 이상 천도재와 백중 같은 행사를 치르고 그에 따른 수입이 따로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부수입은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바탕으로 활동예산을 책정하는 무리한 일은 하지 않는다. 따라서 안국선원이 보여 주고 있는 모든 것은 오로지 재적신도들의 고정회비와 자발적인 희사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안국선원 신도들의 자발성은 여느 사찰에 비해 남다른 점이 있다. 꼼꼼히 살펴보면 이것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통해 확보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안국선원에는 다른 사찰과 달리 일반회원과 정식회원이 있다. 안국선원에 처음 오는 이는 반드시 초심자 과정을 마쳐야 한다. 그리고 그때 신도회 가입 여부를 스스로 결정한다. 신도회 가입 여부는 의무사항이아니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고 일반회원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일반회원은 정기 및 수시 법회에 참가할 수 있지만, 선방에서의 정진과 공식적인 안거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해 소기의 과정을 거쳐 스스로 선택해서 정식회원, 즉 공식적인 재적신도가 되는 이상 자발성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 때문에 안국선원 재적신도의 허수와 실수의 간극은 그 어느 사찰보다 좁은 것이다. 이번 초파일에 안국선원에 달린 4만여 개의 연등은 안국선원 신도들이 지닌 일당백의 수행력과 신심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징표라고도 할 수 있을 성싶다.

수불 스님 가르침의 비법

범어사 출신인 선원장 수불 스님이 안국선원을 처음 개원한 때는 1989년이었다. 당시는 서울을 비롯한 몇몇 대도시에서 의식 있는 일단의 스님들이 불교교양대학을 막 시작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런데 수불 스님은 그때부터 교리 학습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수행을 통한 포교야말로 불교의 본질이라 생각하고, 사부대중이 함께 수행을 통해 신심을 강화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하는 것을 당신의 근본 고민으로 삼으셨다고 한다. 20년쯤 뒤 오늘날 우리 불교계가 맞닥뜨리게 된 고민을 스님은 그때부터 하고 계셨는데, 역시 세상을 너무 앞질러 가면 알아 주는 이가 드문 법이다. 처음 개원하고 1년 6개월이 지난 뒤 스스로 중간평가를 해 본 결과 스님은 대실패였음을 자인했다고 한다. 신도의 3분의 2가 이탈했는데, 스님은 당신을 몰라 준다고 신도들을 탓하기 보다는 당신의 수행 교수법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심각하게 되짚어 보셨다고 한다. 그 결과 당신의 기존 교수법에는 보편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자각하게 되었고, 그것을 보완하고자 치열한 연구를 한 끝에 방법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방법론을 이용해서 가르치자 다시 신도들이 하나둘씩 되돌아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1996년에 서울에 분원을 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저절로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수불 스님에게 남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가르치는 사람은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흔히 후자를 탓하며 자만심을 버리지 못하고 스스로의 교수법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교수법에 변화 또는 발전이 있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수불 스님은 후자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분명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반성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새롭고도 보편타당한 방법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 방법론이 바로 오늘날 안국선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간화선수행 프로그램이다. 초심자는 먼저 정기법회일에 수불 스님의 초심자 법문을 듣고, 이후 법회에 여러 차례 참석하여 법문을 듣고 화두공부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지면 별도로 정해진 날 수불 스님에게 화두를 받은 뒤 기본적으로 일 주일 내지 열흘 정도 용맹정진 과정을 통해 화두 타파에 임한다. 이때 수불 스님은 단체별 또는 개인별로 공부과정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점검을 해 준다. 이렇게 해서 초심자 과정을 마친 사람은 안거에 참여하게 되고, 그 과정을 소정의 기간 내에 마치지 못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인연에 따라 공부를 해 나가게 된다고 한다. 출가수행자들의 전유물로 생각되어 온 안거수행은 안국선원을 통해 현대의 재가자들에게 알맞은 방법으로 변형되었다. 신도들은 동안거와 하안거 각 3개월 동안 매일 4시간 이상(선원 2시간, 가정 2시간) 정진함으로써 안거수행을 해 나간다. 선원은 재가자들의 생업 등을 고려해서 새벽반, 오전반, 오후반, 저녁반을 개설해 놓고 있다. 또한 신도회원들은 안거 기간이 아닌 때라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선원을 찾아 정진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

가장 현대적이고 첨단적인 도심포교사찰

지난 호에서 필자는 ‘안거의 힘(the power of retreat)’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신도들이 안거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인지 역시나 안국선원의 분위기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 여러 사람으로 붐벼도 차분하고, 차분하고 조용하면서도 무엇인가 강력하고도 생기발랄한 에너지가 도량을 관통하고 있음을 범부라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러한 법당의 분위기가 가정이라고 다를 리는 없다. 선원의 신도들에게는 가정 역시 법당과 다름없는 또 하나의 수행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원의 신자들은 말 그대로 일상의 수행화, 수행의 일상화를 실현하고, 또 그것을 통해 부동의 신심과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 과정은 하루아침에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안국선원의 재적신도 증가폭은 1년에 일백 명 정도라는 어찌 보면 아주 소소한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늘어난 신도 하나하나가 일기당천의 정예불자들로 거듭나게 되므로 안국선원은 유형과 무형의 모든 면에 걸쳐 어느 대형 도심사찰과도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안국선원의 운영은 신도들의 자원봉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회장단과 이사회가 선원 내부 활동의 모든 예산과 집행을 담당한다. 건물 관리직을 비롯한 유급직원은 네 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별도로 설치되어 있는 재단사무국에는 두 명의 직원이 상주하면서 대외활동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안국장학회를 통해 매년 4천만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군 포교 등을 돕는 활동 등이 재단사무국이 하고 있는 일이다.
재가자들 사이에서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집단적으로 수행에 관심을 보이고 또 그 열기가 높아진 것은 적어도 현대 한국에서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수행을 통한 포교의 선두주자인 안국선원은 그러한 면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가장 첨단적인 도심포교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교의 본질이 수행에 있는 만큼 그것은 동시에 가장 전통적이며 정통적인 것이기도 하다. 진정한 불사는 깨달음 이외에 없다는 수불 스님의 소신을 통해 구체적인 간화선 프로그램을 가지고 불자들과 일반인들을 만나고 있는 안국선원은 이러한 면에서 가장 정통적이고 전통적이며 동시에 가장 현대적이며 첨단적인 불교조직의 하나라고 하는 사실을 선뜻 부정할 사람은 감히 없으리라고 본다. 지면의 제한과 연재물의 내용적인 한계상 수불 스님과의 무려 세 시간에 걸친 인터뷰의 내용, 즉 수불 스님의 간화선의 내용과 대중적인 교수법 등에 관해서는 다른 형식을 통해 전해드릴 수밖에 없음을 죄송스럽게 여긴다. 다만 수불 스님과 안국선원을 통해 선(禪)을 중심으로 한 통불교라고 하는 한국불교의 전통은 결코 죽지 않았고 현재 진행 중이며 더 나아가 끊임없는 발전의 도상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환희심을 금할 수 없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그에 관련된 다음 글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미리 불러일으켜 본다.
 

진현종 불교 저술가
불교와 문화 2006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