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본말사 중진주지 연수 현장
간화선 대중화 종책방향 뜨겁게 논의
출가한지 30년이 넘은 50대 중진 주지스님 200여명이 지난 22~23일 충남 아산에 있는 한국증권거래연수원에 모였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가사를 수한 중진스님들은 수십년간 정진해온 수행과 포교에도 불구하고 초발심으로 돌아가 ‘본말사 중진주지연수’에 적극 동참했다.
이번 본말사 중진주지 연수는 4개 주제로 진행됐다. ‘신도용 간화선 프로그램의 이해와 활용’ ‘현대사회와 불교생명윤리’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위기와 불교적 대응전략’ ‘문화재 정책과 성보문화재 보존 관리법’ 등이다. 이 중 가장 치열한 경쟁 속에서 70여명의 스님들이 몰린 주제는 ‘간화선’이다.
이론과 실제 어우러진 강연 큰 호응
사회지도층 불교 영향력 확산 기대
특히 이번 연수에서는 ‘조계종 간화선 대중화 종책의 방향’을 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 수십년간 수행정진에 매진해온 조계종 중진스님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신도용 간화선 프로그램을 연구해온 포교원 포교연구실장 진명스님은 “조계종이 갖고 있는 참선수행의 전통과 지도력을 기반으로 지식층 대상의 포교를 집중하여 취약한 사회 리더계층에 불교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조계종의 종지 수행인 간화선으로 포교가 가능하다는 이해와 확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이 날 연수에서는 각화사 태백선원 선덕 고우스님과 안국선원장 수불스님이 각각 간화선 대중화의 이론과 실제 등을 강연, 스님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외도 포교원은 제주 원명선원(선원장 대효스님), 서울 금강선원(선원장 혜거스님), 해남 미황사(주지 금강스님) 등의 ‘간화선 포교’ 현장을 동영상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아산=하정은 기자
● ‘프로그램 필요성’ 강연
“부처님 세계 이해하고 알리는 것이 하화중생”
각화사 태백선원 선덕 고우스님
“선(禪)포교를 해야 합니다. 감히 간화선을 누가 지도할 것인가 머뭇거리지 말고 선에 대한 우수성을 진솔하고 철저한 자기체험으로 통해 터득하고, 이를 신도들에게 바르게 전하길 바랍니다.”
각화사 태백선원 선덕 고우스님〈사진〉은 지난 22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간화선 포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행자로 살아온 지난 50여년에 대한 소회와 선(禪)의 본질을 주제로 강연한 고우스님은 연수 참가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스님은 “부처님이 발견한 내면의 세계에서 오는 행복감을 아는가”라고 반문하고, “그 세계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모른 채 수십년을 화두참구한들 무슨 소용인가”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스님은 “가장 중요한 알맹이는 불교를 이해해서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며 “그러면 양심에 거리낌 없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우스님은 “이 시대 진정한 선지식이 사라진지 오래”라며 “과거에는 효봉, 동산, 금오, 전강, 향곡, 성철스님 등 큰스님들이 해제때마다 구름같이 몰려온 재가자들에게 인과법문을 하면서 열성적인 포교를 했으며, 재가자 역시 신심을 갖고 수행정진에 임했다”고 했다. 스님은 또 “부처님이 발견한 세계의 가치를 깨우쳤을 때 그때부터 비로소 수행을 하는 기반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간화선이 선방에서 ‘비밀스럽게’ 전수되는 ‘특정 수행법’이라는 편견을 깨자고 강조했다. 또 건강을 내세워 선(禪)을 홍보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정견(正見)을 바탕으로 한 의식 깨우침을 일상화합시다. 그리고 나서 화두를 들어야 합니다. 부처님이 발견한 세계의 가치도 모르면서 화두를 들면 탐진치만 남습니다. 부처님이 발견한 그 세계를 유산 받은 우리는 그 세계에 대한 이해부터 해야 합니다. 그래야 발심(發心)이 생기고 이를 알리는 것이 바로 하화중생(下化衆生)입니다.”
● ‘프로그램 활용 사례’ 강연
눈높이 맞는 수행법 제시
7~10일 정진…변화 점검
안국선원장 수불스님
“유사ㆍ소승수행법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는 ‘복덕’을 불러올 뿐입니다. 하지만 대승수행을 표방하는 간화선은 ‘복덕’이 아닌 ‘공덕’을 짓습니다. 신도들에게 이 점을 항상 강조합니다.”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스님〈사진〉은 고우스님의 강연에 이어 지난 1993년부터 해온 ‘수행 포교’의 사례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안국선원에서 초심자 수행과정을 이수한 재가자는 7000여명이고, 1996년부터 2005년 동안거까지 19안거를 성만한 재가불자는 무려 2만5000여명에 달한다. 안국선원이 재가자 수행도량으로 성공한 원인을 수불스님은 “신도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행법을 제시한 결과”라고 밝혔다. “처음 간화선으로 포교를 시작할 때는 1년6개월간 신도들과 함께 헤매면서 실패로 끝났다”는 스님은 “문제는 간화선에 대한 나 스스로의 자신감이 없이 기존 틀에서 의욕만 앞세운 것”이었다며 “수행방법을 알지 못하고 수행만 강요하면 신도들은 결국 안정을 찾지 못하고 돌아서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수불스님은 이를 위해 “활구선(活句禪)을 지향한다”고 했다. “선사어록에 1700공안이 있지만 그 화두를 입으로만 되뇌이는 구두선은 이미 죽은 화두일 뿐입니다. 눈밝은 스승에게서 직접 받는 화두는 큰 의심을 불러일으켜 자신의 의단(疑團)과 하나가 되어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주체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안국선원의 화두공부는 선원장스님으로부터 화두를 받은 후 기본적으로 7~10일간 화두를 타파하기 위한 용맹정진 과정을 밟게 된다. 이후 선원장스님은 매일 오전 오후 단체별 혹은 개인별로 질문을 받고 공부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변화에 대해 점검한다.
<불교신문>2006-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