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봉축 특집방송 ‘禪’ 주인공 얀 씨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열려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KBS가 특집방송을 마련한다.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선(禪)’을 주제로, 오는 6일 토요일 오후8시부터 3주간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이장종 PD가 1여년에 걸쳐 기획한 특집다큐멘터리. 첫편 ‘선의 지혜-꽃은 말하지 않는다(6일)’ 둘째편 ‘선수행의 길-길은 나에게 있다(13일)’ 셋째편 ‘선과 생활-비워야 채울 수 있다(20일)’가 방영된다. 첫 편 ‘선의 지혜’에 출연한 디륵스 얀씨를 지난 4월20일 서울대 교정에서 만났다.

강박관념에 완벽주의 소극적 성격
4일간 철야정진 이후… 매일 참선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 갖게 됐어요”

음악교육학을 전공한 독일인 디륵스 얀(32)이 한국에 처음 발을 내딛은 것은 1999년.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1년간 머물면서 얀씨가 접한 불국사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여행중 돌아본 한국의 야외공연무대는 서양과 다른 충격이었다. 그래서 2004년 ‘공연예술학’을 전공하러 다시 한국에 왔다.

디륵스 얀씨의 성격은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매사에 완벽해야 한다는 강한 강박감도 지니고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기독교학을 가르치는 부친의 영향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터. 항상 모범생이기를 요구받았던 얀씨가 내면을 바라보게 된 것은 선을 체험하면서였다.

KBS 이장종 PD와 처음 찾아간 곳은 서울 안국선원(선원장 수불스님). ‘네 손가락을 움직이는 놈은 누구냐’를 화두로 들고 4일간 철야정진에 들었다. “첫날은 앉아있는 것이 힘들었어요. 다음날은 웃음이 나고 흥분이 됐어요. 뭔지 모르는 게 가슴에서 막 올라오는 느낌이었어요. 셋째날은 화두만 떠 올리면 고함을 지르게 되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고 싶어지고 했어요. 넷째날이 되지 마음이 집중되고 조금씩 차분해지는 것이 느껴지던군요.”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디륵스 얀씨는 4일안에 화두를 해결해야한다는 강박감도 강하게 밀려왔단다. 결국 변화가 왔고, 자신을 받아들이고 바라보게 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을 체험한 디륵스 얀은 한달에 두 번, 주말을 이용해 전국 사찰을 찾았다.

“이제는 먼저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해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도 화해의 전화를 했어요. 이번 여름에 독일에 들어가면 다시 만날 거예요.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나의 모습이죠.” 얀씨가 선 체험을 통해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상대를 이해할 수 있어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얀씨는 이제 겨우 선을 경험한데 불과하다. 매일매일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있다.

“한국은 기독교가 너무 공격적이에요. 서양에서는 달라요. 종교는 진리를 통해 삶에 도움을 주는 것이지 강요하고 사회를 지배해서는 안돼요. 한국은 다행히 불교가 우세해 종교전쟁이 없는 것 같아요. 유럽에는 지금 일본불교와 티베트 명상만 있어요. 한국 스님들이 영어를 많이 공부해 포교해야 해요.” 디륵스 얀이 한국불교에 던지는 말이다.


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불교신문>200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