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불교를 찾아서]부산광역시① - 금정 동래 연제구

전통ㆍ도심사찰 조화된 부산 불교 중심

금정산 부산시민 휴식처
5년 전부터 신도교육 활발
안국선원 선수행 뜨거워
개산문예대전ㆍ고승법회 등
산문 활짝 연 범어사…
‘시민의 사찰’로 거듭나

한국불교에서 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불심도 깊고 불자의 수도 타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특히 조계종 14교구본사 범어사를 중심으로 하는 금정구, 동래구, 연제구는 부산불교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의 북한산과 같이 부산시민들의 쉼터이자 정신적 고향인 금정산을 중심으로 하는 이 지역은 산을 끼고 있는 전통사찰과 도심사찰이 혼재되면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국청사, 마하사, 금어사 등 전통사찰은 사격을 쇄신하면서 불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서도 마음의 쉼터로서 각광받고 있다.

이 지역 사찰의 또 다른 특징은 전통사찰과 도심포교당으로서 두 가지 역할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찰이 많다는 것이다. 혜원정사와 범어사 동래포교당인 법륜사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 사찰은 전통 수호와 함께 포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 전통사찰을 중심으로 불교교양대학이 설립되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회향하려는 신도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실천행을 중시해 각 사찰은 복지법인을 설립하고 복지사업과 봉사단들의 활동이 다양하게 진행돼 한국불교의 ‘불국토’라는 명성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 지역 불교는 수행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 안국선원을 중심으로 하루 1500여 명의 신도들이 깨달음을 위해 정진하고 있다.

전국에서 불심이 깊기로 유명한 부산지역 유일한 교구본사인 범어사는 1300여 년 전인 678년 신라 문무왕 18년에 의상스님이 해동 화엄십찰 중 하나로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유서 깊은 호국사찰이었던 범어사는 근대에 들어 한국불교 선(禪)의 중흥조라 일컬어지는 경허스님이 선원을 개설하면서 현재의 선찰대본산(禪刹大本山)로서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성월, 용성, 동산스님 등 근대 고승대덕 스님들이 잇따라 범어사 조실로 주석, 선풍을 드날리면서 한국 선의 중심사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현대에 들어서 범어사는 선찰대본산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한편, 대사회 활동에도 매진해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는 노력으로 부처님 전법의 수레바퀴를 지역에 널리 퍼뜨리고 있다. 청소년 포교를 위해 학교법인 금정학원을 설립해 금정중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21세기 사회를 이끌어갈 코드인 복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997년 사회복지법인 범어사를 설립해 현재 금정구종합사회복지관, 화명종합사회복지관, 마야어린이집, 부산금정시니어클럽 등 복지시설을 위탁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을 위한 질높은 서비스를 실시해 오고 있다. 또 지난 4월에는 범어사 부설 재단법인 범어청소년동네가 금정청소년수련관을 개관해 청소년 포교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보여줬다.

지난 2004년 5월 대성스님이 주지로 취임한 후 범어사는 변화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사찰’로 만들어가겠다는 원력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는 것.

지난해 10월 산문을 연지 13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개산문예제전을 개최했고, 11월에는 지역 불자와 주민들이 손쉽고 가깝게 불교의 수행과 문화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해운대에 직할포교당을 개원했다. 부산지역 본사에서 포교당을 개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4월부터는 사찰을 개방하고 매주 참선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면서 지역뿐 아니라 전국 불자와 일반인들에게 사찰의 정취와 수행의 참맛을 깨우치도록 돕고 있다.

이와 함께 선찰대본산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행사도 속속 개최하고 있다. 간화선의 대중화를 위해 10명의 대표적인 선지식을 초청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설선대법회를 열었다. 오는 6월 말에는 교구본사에서 주석하는 원로 스님들을 초청해 법석을 여는 고승초청법회가 준비돼 있다.

‘시민의 사찰’로 거듭나기 위한 범어사의 노력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전통과 현대, 새로운 것과 지난 것들을 조화시킨다는 큰 틀을 세우고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범어사는 교구본사 최초로 기획실을 설치했다.

중장기 계획 속에는 지역주민들이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관람료 매표소를 폐지한다는 구상도 들어있다. 또 불교대학을 대학원대학으로 승격시켜 교양과 함께 바른 불교를 이끌어갈 불자들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보제루를 개축해 강당과 시청각실, 세미나실 등을 갖춘 시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계획 중 하나다. 부산지역 불자들의 숙원이자 염원인 부산불교문화회관 건립도 추진된다.

주지 대성스님은 “사찰은 국민의 정신문화유산이며 스님은 유산을 관리하는 자로서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옛 것과 새 것을 조화시키는 가운데 사찰을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최병문 부산지사장 ch4717@ibulgyo.com


-계전스님 국청사 주지
천년고찰 이끌며 교육ㆍ포교 열중

신라 의상스님이 창건한 천년 고찰 금정산 국청사를 이끌면서 교육과 포교에도 열중하는 등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범어사 총무와 교무, 재무 등 주요 소임을 두루 역임한 스님은 지난 1989년 동래산성 북문 아래에 위치한 국청사 주지로 부임한 후 쇠락한 사찰을 복원해 대웅전과 산신각, 요사채 등을 새롭게 조성했다.

전통사찰의 사격 쇄신을 위한 불사와 함께 부처님의 교리를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교양대학을 설립해 매년 봄가을 두 차례 5개월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11기를 맞이했다. 배우는 불교와 나누는 불교를 구분하지 않기 위해 스님은 3년 전 ‘국청사 불교봉사회’를 설립했다. 40여 명이 신도가 소속된 봉사회는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세대를 위해 김장김치와 밑반찬을 만들어 나누고 있다. 스님의 노력은 신도 숫자 증가로 이어져, 부임 당시 20여 명에 불과하던 신도가 현재는 등록신도만 1000여 명에 이른다.

-월봉스님 효자암 주지
‘효자암 장학회’운영…청소년 도와

받는 불교가 아닌 주는 불교, 찾아가는 불교를 실천하고 있는 스님이다. 지난 1981년 금정산 효자암 주지로 부임한 후 중창불사에 매진했던 스님은 사찰이 어느 정도 사격을 되찾자마자 보시행을 시작했다.

1989년 ‘효자암장학회’를 설립해 16년째 지역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지난해에도 금정중학교 학생 12명에게 25만원씩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스님의 보시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교도소를 지원하기도 하고 불교계 복지시설에 매달 쌀을 갖다 주기도 했다. 또 지역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김장김치를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400세대에 2500포기를 전달했다. 스님은 신도들이 낸 시주돈을 보시행을 위한 기금으로 모두 사용하는 등 ‘무소유’의 실천으로 주변의 귀감이 되고 있다.

-원광스님 정수사 주지
독거노인 200명에 무료급식 자비행

연제구 연산동에서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1997년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지역 독거노인 200여 명에게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도 배달하고 있다.
또 복지시설 등에 매달 쌀을 보시하는 등 자비행으로 지역사회에서 인정받아 지난 2000년 납골당을 설치할 당시 반대민원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성과로 나타났다. 스님은 김해에 무료 노인요양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2001년부터 지원하던 시설이었으나 경영자의 건강 문제로 스님에게 인수제의가 들어와 지난 3월 받아들이고 오는 7월 말 완공을 목표로 건물을 신축하고 있다. 스님은 신도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목적으로 시설을 인수했다. 수십 년 사찰을 위해 봉사해온 신도들이 늙어서 방치되는 모습을 보고 원력을 세웠다. 정수사는 이와함께 양로원 건립도 추진해 건강한 노인들까지 책임지는 노인복지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혜성스님 금강사 주지
다양한 신행단체…차문화 보급도

부산지역에 새로운 불교문화를 심고 해외에도 한국불교를 알리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지난 1978년 국제포교사 자격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에 사찰을 건립한 데 이어 뉴욕에 한국 전통사찰 양식으로 ‘백림사’를 창건하는 등 해외포교 활동에 지금까지 30여 년을 보냈다. 88년 금강사로 부임한 스님은 도량을 정비함과 더불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불자를 육성하기 위해 시민선원, 불교대학, 봉사단 등 신행단체를 구성했다.

특히 불교문화에서 미래를 발견한 스님은 옛 문헌을 통해 금강사가 위치한 온천동 지역이 ‘차밭골’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7년 전부터 경내에 차밭을 조성하고 다도회를 결성하는 등 불교전통 차 문화를 보급하는 데 힘썼다. 이런 결과로 지난 4월 제1회 차밭골 문화제를 개최해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로의 발판을 마련했다. 스님은 앞으로 차를 만드는 제다(製茶) 장소를 만들고 인근 도요지도 복원하는 등 부산지역을 차의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수불스님 안국선원 주지
재가자에 간화선 수행 가르쳐

부산지역을 선(禪) 수행의 향기 가득한 불국토로 만들어가고 있다. 스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간화선 수행을 재가자에게도 문을 연 스님은 지난 1989년 안국선원을 설립하고 최근 남산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재가자들은 스님들과 똑같이 1년에 두 차례 안거를 통해 깨달음으로 나아가고 있다. 부산지역 뿐 아니라 간화선이 우리나라와 해외까지 뻗어나가기를 서원한 스님의 원력은 지난 1996년 서울 안국동 안국선원으로 이어졌다.

창원 안국선원에 이어 미국의 휴스턴과 뉴욕, 뉴질랜드 오클랜드에도 선원을 설립하고 세계 속에 한국불교의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부산과 서울 안국선원은 현재 3000여 명의 신도들이 참선 수행과 정진에 매진하고 있다. 불교에 기반을 둔 지식사회를 주창하는 스님은 불교를 올바르게 전파하고 미래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기 위한 불교사회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원허스님 혜원정사 주지
자원봉사단 곳곳서 활동

묘봉산 혜원정사는 실천불교의 토양을 뿌리내리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 신도들을 기복불교를 지양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보살로 만들기 위해 교양대학을 설립하고 자원봉사단을 창립했다. 150여 명의 봉사단은 지역 병원과 복지시설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96년 설립된 고산장학회는 청소년 포교를 위한 스님의 원력이 녹아있다. 장학회 활성화를 위해 기금 조성에 매진해 현재는 매년 5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사찰이 생(生)과 사(死)를 책임져야 한다는 목표 아래 복지 불사에도 열심이다. 지난해 사회복지법인 혜원을 설립한데 이어 장학사업과 어린이집을 통해 ‘생’을 실천하고 있으며, ‘사’를 책임지기 위해 실비노인요양시설과 고급 실버타운을 각각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시대에 맞는 불교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스님은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수학하는 등 스스로가 시대에 걸맞는 수행자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각우스님 법륜사 주지
화엄산림법회 명망 높아

칠산동 범어사 동래포교당으로 더 잘 알려진 법륜사는 97년 전인 1908년에 창건됐다. 1933년부터 매년 음력 11월에 개최해 72회째를 맞은 화엄산림법회는 그동안 동산스님, 고암스님, 무불스님 등 당대의 고승스님들을 초청해 명망이 높다. 1968년 법륜불교청년회 창립이후 학생회, 어린이회 등 청소년 포교에 노력했다. 회주인 선래스님은 20년 전 법륜유치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1998년 사회복지법인 관음원을 설립해 매년 25명의 중.고등학생들에게 10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해오고 있으며, 매년 연말에 지역 노인 500여 명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법륜사는 내년 개원을 목표로 온천2동 금정마을에 65세 이상 어려운 노인들이 기거할 수 있는 ‘관음원 요양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주지 각우스님은 1983년부터 법륜사 주지 부임 전인 1998년까지 봉암사 통도사 쌍계사 등 제방선원에서 수선안거 해왔다.

-심산스님 홍법사 주지
대만 불광산사와 국제 결연

두구동 신창농원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사찰을 운영하고 있는 심산스님은 청소년 포교와 국제불교 네트워크 사업에서 발군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통도사 부산포교원 주지를 거쳐 지난 2003년 홍법사 주지로 부임한 스님은 국제화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과 교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만 불광산사와 결연을 맺었다. 60여개 국가와 교류하는 국제불광회의 일원이 된 스님은 국제 불교계의 포교시스템을 배워 한국불교에 이식하고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세계불교와의 접촉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자극이 돼 모두가 다르지 않다는 ‘세계일화’의 사상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있다.

홍법사는 포교프로그램이 다양하기로도 유명하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봉축 주간을 설정해 영화상영, 3보1배, 전시회, 창작등 만들기, 장터 등 여러 행사를 기획해 가족단위 불자들과 일반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불교신문>200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