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교 자기특성화 필요”

포교원 7일, 포교종책 10개년 계획 공청회  

포교원은 지난 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포교종책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10차례에 걸친 포교종책연찬회를 통해 마련된 ‘수행 플러스 포교전략’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중앙승가대 김응철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공청회 토론내용을 요약했다.

[김응철] 오늘 토론자로 오신 분들은 문화포교, 교육포교, 수행포교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념스님은 최근 단기출가학교를 비롯해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한국불교의 이미지를 새롭게 쇄신하고 있으며, 지광스님은 불교대학을 통해 20만명에 달하는 불자를 양성했다.
또 수불스님은 수행과 포교를 접목시켜 활발한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우선 포교현장에서 느낀 점을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정념스님] 포교원이 별원화 된 후 10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포교에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끼쳤다. 하지만 중앙의 포교역량이 아직 지방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앙의 업무를 상당부분 본사로 이양해야 할 것이다.

[지광스님] 성당과 교회는 ‘자기 특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교파별로 특징있는 의식과 활동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반면 조계종은 일관된 신행시스템이 없어 스님과 불자들이 혼돈을 겪고 있다.
포교종책이 우선 통일된 신행체계를 마련하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 또한 고학력 불자를 대상으로 한 포교 시스템이 시급히 개발돼야 한다.

[수불스님] 포교원이 설립되고 각종 교육이 활성화 됐지만, 아직도 많은 불자들은 왜 불교를 믿어야하는지, 종교는 무엇인지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냥 절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효율적인지에 대한 연구가 보다 필요하다.
스님들도 처음 포교에 나서면 이같은 내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이언오] 포교원의 올해 예산이 대략 20억원이다. 이를 1천만 불자로 나누면 1인당 200원의 포교기금을 사용했을 뿐이다. 다른 종교, 기업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금액이다. 포교활성화를 위해서는 포교기금의 확대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불교신도들은 타종교에 대해 수용적인 입장을 취하는데, 바꿔보면 불교를 떳떳이 내세우지 못하는 패배주의 의식도 공존하는 것 같다.

[김응철] 포교를 하고자 해도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포교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실제 경험을 소개해 주기 바란다.

[정념스님] 월정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다른 지역 축제를 보니 대부분 먹거리 중심의 행사였다. 정작 사람들이 찾고자 하는 정신문화는 축제의 소재에서 빠져 있었다.
산사가 갖는 장점을 활용해 이번에 한달 과정의 단기출가를 마련했는데, 3기생은 300여명이 몰려 조기에 접수가 마감됐다.
또 지역포교를 위해 족구대회, 백일장, 사생대회 등을 열었는데, 호응도 높을 뿐 아니라 사찰 이미지가 급격히 향상되는 것을 느꼈다. 무
형의 문화를 접하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높다. 이를 포교에 활용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광스님] 처음 서울 강남에 포교당을 마련했을 때 느낀 점이 ‘신도들이 너무 불교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간단한 기도의식도 제대로 몰랐다.
현대인이 무엇을 원하고, 불교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하는가의 고민 끝에 우선 마련한 것이 불교대학을 통해 ‘불교가 뭐냐’를 알려준 것이다. 처음 10여명의 신도를 대상으로 시작했는데, 교육에 대한 신도들의 갈증이 매우 높은 것을 느꼈다. 더불어 사찰재정을 신도들이 담당하게 한 것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수불스님] 처음 포교당을 열고 1년 6개월이 지났을 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신도들이 간화선 수행을 전혀 따라오지 못했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문제는 신도가 아니라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초를 설명하고 믿음을 줘야 신도들이 스님을 따라오는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수행이 최고니 따라오라’고만 했으니, 처음부터 수행이 될 리가 없었다. 간화선이 문제가 아니라 지도방법이 문제라는 점을 깨달았다.
최근에는 각종 불교대학 등을 통해 교육받은 불자들이 많아졌다. 또 일반 지식수준도 매우 높아졌다. 이에 맞춰 새로운 포교방법을 개발해야 하며, 간화선을 통한 포교도 한 방법일 것이다.

[김응철] 포교원이 내건 ‘플러스 수행포교’는 기복중심에서 자기수행 중심으로 신행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포교종책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의견을 말해 달라.

[정념스님] 포교는 현장의 다양한 현상을 바로바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의 행정이 지방으로 많이 이원돼야 한다. 포교원의 역량이 지방으로 분산된다면 효율성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광스님] 신도조직화 문제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여년간 강남에는 수십 개의 포교당이 설립됐고, 또 문을 닫았다. 이유는 신도조직화에 실패한 까닭이다. 종단적인 신도조직화도 중요하지만, 개별 사찰의 신도조직화를 지원할 수 있는 종책을 개발해야 한다.

[수불스님] 신도의 높은 지적수준을 이끌어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수행지도에 있다. ‘내 절’ 신도에 연연해서는 사찰도, 불교도 미래가 없다.
능인선원을 비롯해 각종 불교대학을 다닌 사람들이 안국선원에 많이 찾아왔다. 또 일정정도 수행을 한 신도에게 안국선원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에 맞는 절을 가라고 권한다.
지역내에서 사찰이 교육, 문화, 복지, 신행을 적절히 나눠 교육하고, 자유롭게 사찰을 옮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언오] 조계종이 1500여 년간 유지된 원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포교를 이끌어온 스님과 사찰이 있어 가능했다. 외부의 경영기법을 적절히 도입하면 신도 포교에도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응철] 오랜시간 좋은 말씀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돼 서로의 경험과 의견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리=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불교신문>200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