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국사찰 알고보니 235년된 미독립전쟁 사령부 부지”

뉴욕의 한국사찰이 미국 독립군 사령부가 사용한 역사적인 유적지에 들어선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한국 사찰은 뉴욕주 타판에 있는 불광선원. 이같은 사실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열린 불광선원 새 법당 시공 법요식에서 처음 외부에 공개됐다.

주지인 휘광 스님은 “불광선원이 1996년 현 부지에 처음 창건됐을 때 이 건물은 아무도 살지 않아 ‘유령의 집’으로 불렸지만 사실은 1772년 건립된 역사적 유적지”라면서 “1776년 독립전쟁이 시작됐을 때 조지 워싱턴 장군 사령부가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이 건물도 사령부로 활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울창한 나무들이 무성한 1만6500㎡의 부지에 있는 이 건물은 2층으로 1층은 법당과 부엌, 사무공간이 있고 2층은 스님들의 방 3개, 지하는 어린이 법당이 마련돼 있다.

불광선원은 뉴욕 일원의 불자들은 물론, 미국인들에게는 ‘Korean Zen Center’로 유명한 사찰로 기존 법당이 너무 비좁아 수년 전부터 새로운 법당을 건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본 건물은 역사적인 유적지로 일체의 증˙개축이 불가능할뿐 아니라 바로 옆 부지에 새 건물을 짓는 것도 좀처럼 허가를 내주지 않아 애를 태워 왔다. 신도들의 오랜 노력 끝에 카운티 정부는 그간 불광선원이 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공헌을 하고 종교사원이라는 점을 참작, 마침내 신축 청원을 승인했다.

이날 새 법당 시공 법요식에는 뉴욕지역 스님들과 이승래 맨해튼한인회장 등 각계 인사와 400여명의 신도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에서 수불 큰스님과 안국선원 신도 30여명이 자리했다. 또 일레인 슬로버드 뉴욕주대법원 판사후보를 비롯, 톰 주지베 락클랜드카운티 대법원 감사, 톰 클라이너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 등 지역 정치인들도 다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톰 클라이너 슈퍼바이저는 축사에서 “235년 된 역사적인 유적지에 한국의 불교사찰인 불광선원이 들어선 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면서 “이런 좋은 날에 함께 참여하게 돼 기쁘다”이라고 말했다.

톰 주지베 감사도 “불광선원에 온 것은 오늘이 두번째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에서 뜻깊은 행사를 같이 하게 돼 영광”이라고 동감을 표했다.

한편 이날 특별 연사로 초대된 하버드대학의 크리스토퍼 퀸 교수는 “한국인은 미국의 소수민족이고 그 가운데서도 불교도는 소수 종교인이라 여러분은 소수 속의 또 소수인 셈이다. 하지만 미국 땅에서 한국의 찬란한 문화를 소개하고 부처님께서 설파하신 법을 배우고 지혜를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분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존재”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버드대학의 명상센터 원장이기도 한 퀸 교수는 독실한 믿음을 갖고 있는 불자로 평소 존경하는 수불 큰스님이 한국에서 왔다는 소식에 일부러 보스턴에서 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불자들은 퀸 교수의 격려사를 통역한 혜민 스님이 지난 6월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소식에 “불광선원의 경사가 겹쳤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하객들은 이어 열린 시공식에서 기념테이프 커팅과 모래삽을 뜨는 순서를 가졌다.

이승래 맨해튼한인회장은 “불광선원이 이렇게 유서깊은 곳에 있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기존건물 옆에 새 법당까지 들어서면 뉴욕의 또다른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욕=뉴시스
[중앙일보 / 7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