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스테이트 뉴욕 선(禪)의 보금자리

뉴욕불광선원 새 법당 기공식

업스테이트 뉴욕에 나이와 성별 인종을 넘는 ‘무제한’ 선(禪) 수행의 새 보금자리가 생긴다.

11번째 생일을 맞은 뉴욕불광선원(주지 휘광 스님)은 22일 새 법당 시공 법요식을 갖고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선 수행의 서막을 울렸다.

뉴욕 라클랜드카운티 태판에 있는 현 사원 옆에 세워질 새 법당은 기존 불자는 물론 지역 미국인들에게도 열려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해 불교와 한국의 전통을 가르치는 문화 공간으로도 사용될 예정이다.

주지 휘광 스님은 “처음 모두 유령이 나온다고 믿었던 이 곳에서 법회를 시작했다”며 11년만에 짓는 새 법당이 완공되면 “지역 주민과 한인 2세들에게 한국 불교를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모두를 위한 새 법당= 새 법당은 지하 1층 지상 1층 총 6600스퀘어피트의 규모의 현대식 건물이다. 외부는 현대식이지만 내부는 정통 한국 불교를 위한 공간으로 꾸며진다.

원래 선원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총 3층의 건물을 계획했으나 타운에서 주변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수정을 요구해 지금의 계획에 이르렀다.

지하에는 선 센터와 어린이 교육이 진행될 소규모 교실 식당과 카페테리아로 채워진다.

지상 1층에는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설법전이 들어선다. 주불과 함께 천불 탱화 등으로 꾸며지는 법전은 소규모 공연장으로 겸용된다. 불상 앞에 스크린을 내려 영화도 볼 수 있도록 꾸밀 계획이다.

부지 구입비를 제외하고 150만불이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에 현재까지 불광선원과 한국의 안국선원이 각각 약 50만불 정도를 투자했다. 선원은 내년 가을까지 법당이 완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 법당 건립은 불광선원을 넘어 미주 한국 불교계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발판이다.

하버드에서 불교를 가르치는 크리스토퍼 퀸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20년간 미 전역에 많이 확장됐지만 여전히 한국 불교는 이민과 소수 종교가 얽혀 있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이번에 세워지는 새 법당의 의의가 크다”고 했다. 퀸 교수는 새 법당이 미주에서 한국 불교의 위상을 세우는 것은 물론 포교활동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인만을 위한 절름발이 업그레이드는 아니다. 지역 주민 등 타민족 문화와 융화도 포함한다. 지역의 기대도 크다. 톰 주지베 라클랜드카운티 검찰총장 후보는 타운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어 “아무도 손대지 않은 땅에 새로운 선 센터가 들어선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미국인을 포함 미국 문화에 가까운 2세에게 한국 불교를 전달하는 일은 일미.혜민 스님의 몫이다. 선원이 '불교의 생활화.대중화.세계화'를 이루기 위해 키운 일미 스님은 이미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혜민 스님은 8월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두 스님은 불광선원에서 불심을 상아탑에서 학술을 훈련받은 학승의 역할을 톡톡히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선원은 일미.혜민 스님의 박사학위 취득 기념 대법회를 9월 16일 가질 예정이다.


◇수불 큰스님의 법문= 불광선원은 새 법당 시공 법요식을 22일 야외법당에서 가졌다. 이날 크리스토퍼 퀸 하버드대 교수 엘린 슬로보드 오렌지카운티 판사 등 지역 인사들과 안국선원 불자 40여명이 한국에서부터 찾아와 새 법당 기공을 축하했다.

이날 법문은 한국 안국선원 주지 수불 큰스님이 전했다. 퀸 교수가 ‘21세기 한국 불교의 선구자’라고 소개한 수불 스님은 “큰 안목을 갖고 있는 선지식을 만나 공부 인연을 잘 맺어야 한다”며 “안목을 고정시키고 구태의연한 신앙생활을 고집해 어떤 법에도 머물거나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 안목은 수행을 통해 높아진다며 선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수불 스님은 “이렇게 안목을 높이고 수행을 할 수 있는 곳을 짓는 것이 이번 새 법당 건축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스님은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수행법인 간화선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다.

법요식 후에는 새 법당이 들어설 부지에서 시공식이 진행됐다. 주지 휘광 스님 수불 큰스님 등은 이날 공사의 첫 삽을 뜨고 안전한 공사를 기원했다.
 

조진화 기자 jinhwa@koreadaily.com
[중앙일보 New York / 7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