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있는 수행현장-안국선원의 간화선

대의심ㆍ대분심으로 공안 참구
의심 가장 간절할 때 '이 뭣고' 등 화두 제시 신도 1000여 명…날마다 200여 불자 정진

7일 새벽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안국선원(www.ahnkookzen.org).
대부분의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든 시간임에도 큰선방에는 화두 삼매에 빠진 70여 불자들이 허리를 곧추 세우고 있다.

결제 때는 매일 600여명이 정진한다는 크고 작은 선방에는, 새벽반(4~6시)에만 60~80여명이 참석하는 등 매일 150~200여 불자들이 자리를 빼곡히 메운다.
새벽 3시30분부터 저녁 10시까지 개방된 선원에는 자율적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는 신도들이 끊이질 않는다.

“그 선원에 다녀보니 저절로 번뇌와 집착이 놓아지더라”는 도반의 말에 선원을 찾게 됐다는 불수광(50. 서울 홍제동) 보살은
“처음엔 나도 화두를 들 수 있을까 의심했지만, 선원장 수불 스님의 자상한 지도로 이제는 흔들림 없이 정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2년전 대법당과 큰선방, 작은 선방 등으로 구성된 본관 4층 건물과 3동의 부속건물을 마련한 서울 안국선원의 재적 신도는 1000여명.
이 곳에서는 엄격한 교육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름뿐인 신도는 없다. 또한 안국선원은 늘 활기로 넘치는데, 참선 수행이 일상화돼 있고 그 수행 가풍이 철저한 ‘활구(活句) 참선’이기 때문이다.
사량 분별로 조사의 도리를 헤아리는 사구(死句) 참선은 엄밀한 의미에서 망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활구 참선이란 화두를 경전이나 조사어록에 있는 말씀을 인용하여 이론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려는 ‘죽은 참선’과는 달리, 선지식으로부터 공안을 받아서 대의심, 대분심으로 참구(參究)해 나갈 뿐이다.
당장 처음 시작할 때부터 뒤를 돌아봐도, 왼쪽 오른쪽을 둘러봐도 꽉 막혀서 한 걸음도 나아갈래야 나아갈 수 없는 상태로, 한 걸음도 옮기지 아니하고 바로 참 나를 깨닫는 것이다.

신도들의 의문점을 꿰뚫어 그들에게 필요한 법문을 하며, 가장 의심이 간절해질 때 ‘이 뭣고’ 등의 화두를 준다는 선원장 수불 스님.
스님의 법문은 <육조단경> <선요> <몽산어록> <마조어록> 등 전통 조사선의 어록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설법하는 것이 특징.
선어록을 철저히 체화(化)한 후 오늘의 목소리로 되살려내는 설법은 교(敎)를 통해 대신심을 내게 한 다음 대의심을 유발하고, 다시 대분심을 이끌어내 선(禪)에 이르도록 하는 체계적인 참선교육의 일환이다.

원래 부산의 태평산 안국사에 그 모체를 둔 안국선원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오가는 신도의 수가 나날이 증가하자, 1996년 4월 서울 서초구 서초 1동에 선원을 개원했다.
이후 99년에 창원 안국선원과 미국의 Zen Center를 설립하고, 2001년 3월 서울 안국선원을 신축 개원하면서 살아있는 선풍진작에 나서고 있다.

“처음 수불 스님으로부터 지도를 받은 후에는 마치 용광로 속에서 푹 삶아진 뒤에 나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통 밑이 쑥 빠지는 듯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권석천(64. 서울 대치동) 신도회 부회장처럼 안국선원에서 활구참선을 닦은 이들은 한결같이 이같은 탄성을 자아내곤 한다.
서울=(02)732-0772, 부산=(051)892-9877, 창원=(055)281-0772

글/김재경, 사진/임민수 기자
<현대불교신문>200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