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제안 ‘수행합시다’ 부산 안국사

새벽ㆍ낮ㆍ저녁반 나눠 5백여 대중 결제 동참

“내가 나를 정확히 보면서 살아간다면 삶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를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기본은 참선이다”

부산 안국사(주지 수불스님) 안국선원은 하안거를 맞아 5백여명의 불자들이 결제에 동참했다. 참가자 모두의 목적은 ‘진리 참구’며 수행방법은 ‘참선’이다.
물론 직장이 있고 가정생활이 있어 스님들의 결제처럼 안거기간동안 선원에서 모든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벽, 낮, 저녁반으로 나누어 적어도 하루에 한번 정진에는 꼭 참가한다.

안국선원의 결제는 지난 96년 하안거부터 시작, 올해로 11안거를 맞이했다. 초기 1백50명의 수행대중이 참가한 것이 이제는 5백여명으로 늘어 수행공간이 부족할 정도다. 수행을 위해 법실(法室), 수실(修室), 정실(淨室), 혜실(慧室) 등이 마련되어 있지만 대웅전을 비롯 약사전, 미타전 등 안국사 경내의 모든 공간이 수행공간이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건물밖에서도 가부좌를 틀고 참선수행에 매진한다.

“집착을 버리라고 하지만 근본을 모르고 어떻게 집착을 없앨 수 있는가. 나를 알게되니 아만(我慢)이 타파되고 집착도 없어진다” 신도회장인 무량심(61)보살의 일갈은 낮은 목소리에도 힘이 넘쳐 흐른다.

“수행하기 전에는 남 나쁜 것만 보이더니, 수행하고부터는 내 나쁜 것만 보이더라. 자연스럽게 하심(下心)의 도리를 알게됐다”라고 밝힌 배현보(48, 불법인)씨는 “일상생활이 달라졌다. 나의 부족함을 스스로 아니 저절로 겸손해지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그냥 막 살아왔는데, 내가 잘못 살았구나라는 참회의 마음이 생겼다. 모든 것이 자기로부터 결과가 나옴을 알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 정제성(57, 법월)씨는 수행이 일상생활과 무관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처음 스님으로부터 수행지도를 받은후에는 마치 스스로가 용광로속에서 푹 삶아진 뒤에 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숙진의 때가 벗겨졌고 그속에 내가 있었다. 허망함을 알고 그 뒤에 알속에서 깨어난 느낌이다. 그 다음부터는 참선 수행에 힘이 붙게된다”

서당총무의 소임을 맡고 있는 장정송보살(60, 정원경)은 “참선이야말로 진아(眞我)를 찾는 바른 수행법임을 알게됐다”고 설명한다.

“자기 마음 열고 자기를 보는 것이 참선이다. 마음을 여니 내 몸의 행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진다” 윤근수보살(51, 선법향)은 수행으로 실천력이 커짐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안국사에서는 스님의 법문도 주로 〈육조단경〉이나 〈선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수행의 진척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선원에는 청규가 특별히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모두가 수행에 매진하기 때문에 남에게 방해가 될 일도 없고 전체에 피해를 주는 일도 없다.

동당 총무의 소임을 맡고 있는 한영수보살(69, 불광행)은 “규제가 필요 없다. 모두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법향 가득한 안국선원은 모두가 자아 찾기에 매진하며 불심을 키우고 있었다.

부산=朴璂鍊기자 krpark@buddhism.or.kr
<불교신문>2001-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