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밝은 선지식 ‘간화선’을 이야기하다

6월 23일 국제학술대회 ‘간화선 담론’ 프로그램서
진제 종정·수불 스님, 간화선 수행 체계·원리 설파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선지식·자신·화두 믿음이 기본
일념·분발심으로 화두 참구해야
선지식에게 반드시 점검 ‘필수’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
의심→의정→의단으로 타파돼야
기간 내에 맹렬히 참구해 끝내라
활구들고 의심일어나면 일념 집중

“화두의 생명은 의심이므로 챙기고 의심하고 챙기고 의심해야 한다. 의심이 크면 깨달음이 크고 의심이 작으면 깨달음도 작고, 의심이 없으면 깨달음도 없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활구를 들고 일단 의심이 일어나면, 일념만년으로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이 공부는 시작하자마자 행주와 어묵동정 가운데 24시간을 철석같이 활구 의심만을 잡아들어서 한 생각이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

이 시대의 명안종사(明眼宗師)에게 간화선 수행의 요체를 듣는 법석이 마련됐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소장 종호)와 동국대 국제선센터(선원장 수불)는 6월 23일부터 30일까지 7박8일에 걸쳐 동국대 서울캠퍼스 및 인제 백담사에서 ‘제4회 간화선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2012년 제3회 대회에 이어 4년 만에 열려 간화선을 공부하는 많은 불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간화선, 마음을 밝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프로그램은 23일 동국대 중강당에서 열린 ‘간화선 담론’이다.

이날 프로그램은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의 간화선법과 수불 스님의 간화선법, 일본 임제종의 야스나가 소도 스님의 일본 간화선 수행법 등에 대한 가르침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중요한 법석이었다.

진제 스님은 동화사 유나 지환 스님이 대독한 ‘간화선 수행체계’를 통해 간화선을 어떻게, 왜 수행해야 하는지를 대중들에게 설파했다.  우선적으로 스님은 간화선 수행의 기본 요건은 선지식과 나 자신 그리고 화두에 대한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진제 스님은 “간화선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 밝은 선지식에게서 올바른 지도를 받는 것”이라며 “수행자에게 믿음이 없으면 서원이 없고, 서원이 없으면 정진력이 약해지고 퇴굴심이 생겨 결코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 바른 지도를 받아 온전히 행해서 화두가 순일하고 일념이 계속되면 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믿음이 갖춰진 후에는 화두 간택을 받고 이를 참구해야 한다. 화두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는 게 진제 스님의 조언이다. 그러면서 화두 참구에 있어 활구를 참구할 것도 당부했다.

진제 스님은 “1천성인의 정액상(頂額上)의 일구를 투과해야 활구가 되고 활구의 세계를 투과해야 최고의 진리인 향상구(向上句)의 문이 열린다”면서 “진리의 세계는 논리와 변증으로 아는 것에 아니라 오직 실참실수를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화참선은 절집 스님들의 수행전유물이 아니다. 불자뿐만 아니라 종교, 사상과 국경을 떠나 누구라도 참선할 수 있다”면서 “한국의 간화선 수행이 인류 모두에게 소개돼 법계만유가 고통에서 벗어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수불 스님은 ‘간화선 수행의 원리와 실제’를 통해 화두 참구의 방법을 대중들에게 설했다. 스님은 대중들에게 △첫 걸음에 활구 의심을 들 것△활구 의심이 의정과 의단으로 익어야 함을 강조했다.

“우선 화두가 제대로 살펴져서 의심이 활발발하게 잡아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힌 수불 스님은 “화두 참구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이후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첫 걸음에 활구 의심을 잡아들이지 못하면, 간화선 공부는 실패한다. 화두참구는 일주일, 길어도 한철을 정해놓고 맹렬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불 스님은 활구를 들고 의심이 나면 일념만년으로 집중할 것을 대중에게 주문했다. 스님은 “의심이 의정화되고 나아가 의단이 독로돼 안팎이 한 덩어리가 되면, 그 덩어리를 깨져나가길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다.

앞선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국내학자 7명을 비롯해 마틴 버첼러(프랑스), 이시이 슈도(일본), 지미 유(미국), 서문명ㆍ이사룡ㆍ이해도(중국) 등 저명한 해외학자들이 학술발표를 진행했다.

이어 해외학자 및 외국인 40여 명은 24일부터 29일까지 백담사에 수불 스님의 지도로 간화선 집중수행을 하며, 29, 30일에는 봉암사 적명 스님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과의 대담이 이뤄질 예정이다.

신성민 기자 | motp79@hyunbul.com
[현대불교 2016년 6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