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적 문제해결력 확보가 ‘깨달음 담론’현대적 의미

박태원 울산대 교수, 〈불교평론〉여름호 특집서 주장

韓불교 ‘깨달음’에 흥분하는 건
불교적 문제해결력 없기 때문
‘깨달음 담론’ 위한 선결 과제

北傳·南傳 통섭, 실용불학 제안
현재적 관심으로 해결력 구현
서구 ‘박물관불교학’서 벗어나야

올해 새해 벽두,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깨달음은 이해’라는 주장을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이 비판함으로써 다시 촉발됐던 ‘깨달음 논쟁’이 한국불교의 향상을 이끄는 담론화로 발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태원 울산대 철학과 교수〈사진〉는 〈불교평론〉 여름호 특집 ‘깨달음에 관한 8가지 담론’에 기고한 논문 ‘깨달음 담론이 갖추어할 조건들’에서 깨달음 논쟁이 일회성 소란으로 그치지 않고 발전적 담론으로 자리잡기 위한 요소들을 살폈다.

박 교수는 현응 스님의 주장으로부터 시작된 깨달음의 논쟁은 돌출적 주장이 아니라 간화선에 대해 누적되고 있는 비판적 인식이 승단 내부에서 표출된 ‘예비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간화선의 가치와 위상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승단 내부에서 공론화되는 계기가 형성된 것은 의미가 각별하다”면서 “이 질문에 ‘어떤 내용으로 응답하느냐’는 것은 한국불교의 현재와 미래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어떤 내용으로 응답할지에 앞서 현재 한국불교의 상황을 진단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역사상 지금처럼 불교에 대한 소상한 지식과 정보가 용이하게 유통된 적은 없다. 단순히 인터넷 검색만으로 불교 지식에 대한 갈증은 대부분 해소된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법회와 강좌가 지금처럼 많이 열린 적도 없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불교인들이 ‘깨달음 논쟁’에 유독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 교수의 대답은 “불교의 정체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이다. 즉, 삶에 대한 불교적 문제해결력이 어떤 것이며,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갈증이 채워지지 않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부처님의 법설은 지금 여기에서, 삶의 불안과 상처에 대한 문제들을, 경험과 선택이 가능한 범주에서, 근원적으로 풀어주는 해법”이라며 “이처럼 불교의 고유 생명력은 ‘문제해결력’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한국불교의 깨달음 논쟁은 ‘불교적 해결력 확인과 확보’에 대한 갈증의 표현이다. ‘깨달음 담론’의 현재적 의미는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불교적 통찰을 학문적 깊이에서 길어 올리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교적 문제해결력을 현재적 관심으로 발굴·구현하는 데 집중하는 실용불학의 태도, 이릍 토대로 남전과 북전의 전통을 통섭적해 제3지대로 나아가는 것이 ‘깨달음 담론’의 핵심 구성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불교평론〉여름호 특집 ‘깨달음에 관한 8가지 담론’에는 △깨달음 논쟁, 그 오래된 역사(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 △대승불교에서 깨달음의 문제(이평래 충남대 명예교수) △선불교의 본래성불의 의미(변희욱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연구원) △인지과학에서 바라본 깨달음(양해림 충남대 교수) △유교의 깨달음에 대한 비판과 의미(최일범 성균관대 교수) △깨달음은 탐진치를 해소해주는가(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 등의 논문이 실렸다.

신성민 기자 | motp79@hyunbul.com
[현대불교 2016년 6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