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현대 명상문화와 한국 선(禪)의 과제

명상문화 유행은 한국불교 중흥의 기회

명상은 잠재적 간화선수행자의 길

치유기법 활용되는 아쉬움 있지만

수행과 깨달음 세계일화 시절인연

현실적 지도로 깨달음 향한 안내를…

현대 명상문화의 유행은 전 세계 보편적인 현상으로, 이제 한국에서도 하나의 뚜렷한 사회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시대적 흐름은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는 인류가 발견한 최상승 수행법인 간화선이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빨라지는 삶의 속도, 정보의 홍수, 욕망의 확대 재생산, 가혹한 생존환경은 이제는 개인이 마음공부를 하지 않고는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의 시대적 요청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대의 명상문화 유행은 전 지구적 수준에서 새로운 종교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현대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영역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불교수행법을 차용한 현대 명상프로그램들은 불교를 대중화한 큰 공로가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생사해탈이나 깨달음 등 불교의 근본목적에 근거하고 있기보다는 치유기법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어, 불교의 깊은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전환기의 도전에 대해 한국불교계 내에서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명상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명상이 깊어질수록 그 한계 또한 명확하게 드러나서, 결국 최상승의 길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명상 수행자들은 잠재적인 간화선 수행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그들이 선불교와 인연을 맺는다면, 간화선이야말로 무명칠통을 타파하고 지혜광명을 밝히는 가장 정확하며, 쉽고, 빠른 수행법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될 것이다.

참선은 본래청정한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타 수행법을 조도(助道)의 방편으로 적극 활용하고 포용하여야 한다. 한국불교가 토속신앙을 통섭하여 발전해온 것처럼, 21세기에도 웰빙과 힐링의 세계적인 시대정신을 수용하여 행복과 안녕을 추구하는 대중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결국 삶의 질에 대한 고민과 욕구는 수행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조사 스님들이 예견했던 수행과 깨달음의 세계일화(世界一花)가 달성될 수 있는 시절인연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선문화가 간직하고 있는 문화콘텐츠를 활용하고 브랜드가치를 제고하면, 한국불교는 선(禪)의 르네상스를 이루어 세계첨단의 정신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첨단 과학시대가 되자, 종교의 수준마저도 넘어서는 선의 세계로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보가 공개되고 사회가 개방되어 인류의 의식이 깨어난다면, 상(相)의 세계에 머무르는 정신문화는 그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상이 있음과 없음을 넘어선 또 다른 차원을 말하는 선(禪)의 입장에서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는 오늘날의 변화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객관적인 환경에서 토론이 일상화되는 인터넷문화에서, 이미 기성종교는 과학과 합리적 이성의 공격 앞에 배겨나지 못하고 있다. 상식과 논리를 벗어나는 무조건적인 믿음과 기복만을 추구하는 신앙형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비하여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한층 개선된 현실에 맞는 수행법을 제시하여 대한불교조계종의 정체성인 간화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통해 세계인들을 깨달음의 큰길로 인도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서 부처님의 말씀과 조사어록에 어긋남이 없으면서도 새롭게 향상된 간화선 수행법으로 공부인들을 이끌어낸다면, 오늘 우리에게 이 소중한 수행법을 전해주신 부처님과 역대 조사의 크나큰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 될 것이다. 불조(佛祖)의 법을 전하여 사람마다 내면의 무명을 밝히고 본래면목을 드러내는 일보다 더 의미 있는 불사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도전과 성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수불스님 | 안국선원 선원장
[불교신문 2016년 6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