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에 이르는 정확하고 쉽고 빠른 지름길

〈9〉간화선의 대중화

우리 종단은 간화선 수행의 요람

누구라도 모든 정보 접할 수 있어

많은 이들 공부인연 짓도록 할 때

인류의 지성은 거듭 깨어나게 돼

대한불교조계종의 종도라면 처음 불교를 믿을 때부터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를 배우며 신심을 일으키고, 훌륭한 스승을 만나 정체성을 확립한 후 소의경전을 비롯한 선어록 공부를 통해 수행에 매진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많은 수행법 가운데 왜 간화선 수행이 우리의 현실 속에서 쉽고 빠르며 정확하게 공부할 수 있는 힘이 있는지를 잘 이해하고, 실제 수행을 통해 큰 이익을 얻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구태의연하게 복만 짓는 유상(有相)의 인연에 머물지 말고, 이제는 상(相)을 여의고 공덕으로 거듭날 수 있는 수행을 할 때다. 그렇게 하면 정신적 우상과 물질적 우상을 타파하고, 우상이 아닌 근본을 바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이 일련의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지혜를 밝혀서 근본 무명을 깨트릴 수 있는 힘을 얻도록 장치되어진 수행법이 바로 간화선이다. 종교에 깃들어 있는, 내면의 무명을 밝히고 지혜에 눈뜨는 인류문명의 혁명적 가치를 가장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선(禪)은 군더더기 없이 단도직입으로 인생의 핵심 오의(奧義)를 드러낸다. 선이 등장함으로써, 이제 종교조차도 깨달음을 위한 방편이 되었다. 선의 직관적 통찰에 의해 진리가 있는 그대로 통째로 드러나게 되어, 언어문자나 의식으로 도그마화 된 종교는 보다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의 역할에 만족하게 되었다.

선(善)과 악(惡) 이분법적인 사회윤리를 넘어서서 선악 불이(不二)의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온몸으로 정신적인 벽에 부닥쳐 뚫어내는 수행을 해보야만 한다. 그렇게 한 번 크게 죽었다 살아나야만, 비로소 걸림 없는 대자유를 체험하고 실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안목을 열 수 있다.

선불교는 종교를 위한 종교라기보다는 종교를 수단으로 하는 가르침이다. 관심이 있고 인연만 있다면 누구라도 명안종사에 의해 올바르게 시설되어진 장치 속에서 쉽게 공부의 힘을 얻고 바른길을 갈 수 있는 것이 간화선의 특징이다.

인도의 지혜가 동아시아에서 대승불교로 승화되어, 다양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왔다. 특히 돈오(頓悟)를 체험케 하는 수행법으로서 조사선, 묵조선, 간화선이 개발되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그 중에서 간화선 수행법을 종단의 공식 수행법으로 삼아 원형에 가깝게 유지해온 한국불교는 가히 선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생명의 진화가 밑거름이 되어 비로소 정신의 궁극적 경지를 여는 깨달음이 가능해졌다는 의미에서, 선은 가히 온 우주 생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수행법으로서의 간화선은 인류가 남긴 정신문화유산의 최고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간화선이 우리를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정확하고 쉽고 빠른 지름길(徑截門)’이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 이렇게 효과적인 수행법이 출현한 적은 없었다.

간화선의 대중화라는 시절인연이 바야흐로 열리고 있다. 누구라도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 우리시대야말로 선불교를 대중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인간은 언제나 가장 좋은 것을 추구하게 되어있다. 마음을 밝히는 가장 효과적인 길인 간화선 수행법이 그 진가를 발휘하는 시절인연이 도래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불조(佛祖)께서 말씀하신 대의명분을 바로 살피고 세워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직접 수행하여 모습이 있고 없고에 관계없이 정진할 수 있는 공부인연을 짓도록 할 때, 인류의 지성은 거듭 깨어나 간화선의 대중화는 물론 나아가 세계화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장차 세계의 많은 대중들이 간화선 수행을 통해 정신세계의 안정적 지속이라는 밝은 미래를 열어갈 것임을 확신한다. 이 지구촌 인류에게 더 큰 희망과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불조의 가르침인 간화선을 더욱 널리 펴서, 인류가 지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하겠다.


수불스님 |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불교신문 2016년 3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