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간화선은 시중에서 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실제 수행에 동참할 때다

안목 바른 선지식 없인 힘들지만

이 시대 수많은 재가불자들에게

가뭄 끝 단비같은 인연이 도래

불교계에서 행해지고 있는 불교의 교리적 이해와 신행생활 그리고 실참 수행의 모습을 볼 때, 그동안 부처님의 가르침이 사바세계의 인연 있는 중생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 속에서 증명되었다. 최근 들어 세계의 최고급 지성들까지 열광시키는 불교열풍은 그 열기가 식기는커녕 더욱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한국의 불교신도들은 아직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그 신앙의 형태 또한 전근대적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 따라서 어떻게 해야 일반 불자들이 정법을 믿고 실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그동안 의식 있는 불교인 사이에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누구나 쉽게 믿고 진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수단, 즉 수행법을 쉽게 가르치기가 용이하지 않았던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우리 주위를 돌아보았을 때, 불교를 믿는 많은 사람들이 사바세계에 출현하신 석가모니 부처님의 큰 뜻에 아직도 계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많은 불자들이 바른 눈을 뜨고 정진하지 않고, 여전히 한눈을 팔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움을 드러내는 자성(自省)을 촉구하는 일대 전기가 마련되어야 할 때다.

불교는 다른 종교에 의해 무너지는 법이 결코 없다. 우리의 어리석음이 불교를 믿으면서 불교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말이 맞는 말일 것이다. 불교를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어리석은 중생들을 일깨우기 위하여 근기에 맞춰 설하신 인천교적인 가치를 끝없이 추구하고 있으며, 이것이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인양 착각하고 있다. 또한 이 일을 잘 알고 있는 종교지도자나 선각자들이 대중들로 하여금 새로운 안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지 못하는 데서, 마치 물이 고이면 썩고 냄새나는 것처럼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소화하고, 향상일로를 걸으면서 원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올바른 수행에 매진해야 하겠다.

또한 눈 밝은 선지식께서는 수행의 뜻을 낸 분들에게 소의경전인 <금강경>과 <육조단경>을 통해 정견을 얻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될 것이다.

많은 수행법 가운데 왜 간화선 수행이 우리의 현실 속에서 쉽고 빠르며 정확하게 공부할 수 있는 힘찬 수행법인지에 대해 이치를 파악케 한 후, 실제 수행을 통해 큰 이익을 얻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직접 온몸으로 수행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는 간화선 수행을 바르게 체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며, 그 향기는 체험한 사람만이 맡을 수가 있다.

그러므로 지혜를 밝혀서 근본 무명(無明)을 깨트리고 무상의 가치를 직접 체험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시설된 간화(看話) 장치 속으로 들어가, 의단(疑團)을 깨트리고 수승한 안목을 여는 기회가 공개적으로 대중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간화선의 핵심은 ‘의심’이다. 눈 밝은 역대 조사들께서는 근본에 대해 의심하게 했고, 의심 끝에 깨달음에 나아가게 한 것이다. 의심하고 의심해서 더 의심할 수 없는 곳에 나아가, 눈앞에 가로놓인 정신적인 장벽을 무너트리게 되면 본연의 모습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간화선의 대중화란 안목을 바르게 연 선지식의 지남(指南)이 없고는 힘든 일이다. 그러므로 직접 시중(市中)에 나와서 대중 속에서 가르침을 열어 보이는 명안종사의 보살행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간화선은 처음부터 사부대중과 함께 시중에서 시도해볼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다.

선수행을 애타게 바라는 이 시대의 수많은 재가불자들에게, 간화선이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것 같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질 인연이 바야흐로 열리고 있다.


수불스님 |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불교신문 2016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