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불사는 불성 깨우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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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무명 밝히는 화두공부
‘첫 걸음’은 간절한 발심으로
‘좋은 스승’ 찾아 해결해야
우리 불교계에서 행해지고 있는 교리교육과 수행생활을 볼 때, 그동안 부처님의 가르침이 사바세계의 인연 있는 중생들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사실이 현실 속에서 증명됐다. 그렇지만 오늘날 불교 신도조차도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불교를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어리석은 중생들을 일깨우기 위하여 근기에 맞춰 설하신 인천교(人天敎)적인
가치를 끝없이 추구하고 있으며, 이것이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인양 착각하고 있다. 우리 모두 진정한 불법을 향한 원력으로 거듭나서, 부처님의
최상승의 가르침에 눈 열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할 수 있는 선지식께 가르침을 청해야 할 것이다.
옛날 눈 밝은 선지식들께서는 참선법을 통해 지혜를 발현할 수 있는 공부 방법을 창출해내고, 그것을 통해 승속을 막론하고 누구나 깨달아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공부 길을 잘 아는 명안종사(明眼宗師)께서 장치하신 시설 속에 들어가 실제로 한번 정신적인 벽에 부닥쳐서
타파하게 되면, 내면에 잠재해있는 위대한 지혜광명이 확 뿜어 나와 안심입명(安心立命)하게 될 것이다.
그때, “정말 이런 것이 있구나! 이런 엄청난 사실을 체험해본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가? 이제 내가 직접 확인해봤으니, 주변의
도반들에게도 간화선을 소개하여 새로운 인연을 열어야겠다. 불자로서 누구나 실질적으로 지혜광명을 체험하게 된다면, 너도 나도 자리이타(自利利他)를
통해 봉공(奉公)하는 소중한 정신적 가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내면의 어둠을 깨트리는 대광명이 드러나면, 누구나 대승적 보살행에 동참하게 된다. 이러한 간화선 수행법이 이제는 가까이 다가와 있기
때문에, 그동안 기복만을 구하던 습관적인 신행생활에서 벗어나 스스로 갖추고 있는 지혜광명을 밝히는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이 화두 공부는
승속을 불문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 진정한 불사(佛事)는 불성(佛性)을 깨우쳐 부처가 되려는 믿음을 내는 것이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화두를
들고 의심하고, 마침내 의단을 타파하여 지혜광명을 얻는 것이다.
화두는 선지식이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근본을 의심하도록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화두 제시는 깨달음의 인연을 확실하게 믿고 간절하게 구하는
사람이 진심으로 의지해올 때 베푸는 것이지, 아무에게나 주는 것이 아니다. 화두 의심이 생기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타파해야
하는데, 꼭 스승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그러므로 화두 공부의 첫걸음은 근본무명을 밝히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발심으로 선지식을 찾는
것이다.
화두 공부는 의심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히는 공부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어리석음을 제거하는 공부다. 비유하자면 흙탕물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확 뽑아버리는 것이다. 가라앉히기만 해서는 언젠가 다시 일어나기 때문에 완성된 공부라고 할 수가 없다. 따라서 화두 참선법은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스승을 만나 공부하게 되면,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것은 조사 스님들의
말씀으로도, 또 그동안 화두 공부를 한 수많은 학인들이 체험하여 증명한 사실이다.
이왕 불교를 믿는다면, 한국불교의 자랑스러운 정통 수행법인 간화선과 인연을 맺도록 권선하고 싶다. 영험 있고 신령스러운 법당인 우리 자신이
영원한 진리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체득하여야, 진정으로 부처님과 역대 조사들의 은혜를 갚는 길이기 때문이다. 불자라면 보다 지혜로운
믿음을 통해 밝은 내일을 기약해야 하며, 바르게 정신을 가다듬어 부처님 말씀을 믿고 실천할 때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수불스님 |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불교신문 2016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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