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과연 무엇인가

1. 2015 9월 4일 열린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저서 <깨달음과 역사> 발간 25주년 학술 세미나. 여기서 현응 스님은 파격적인 주장을 폅니다.

“깨달음은 지혜와 이해의 영역이며, 이를 잘 얻기 위해서는 설법과 질의응답, 토론, 경전과 어록 열람, 불교를 풍부하게 할 다양한 독서 등이 현대적 수행방법이다.”

2. 파격적이면서 도발적인 주장에 불교계는 술렁입니다. 당장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는 성명을 발표하며 현응 스님을 비판합니다.

“현응 스님이 말한 ‘이해하는 것’은 부처님과 조사들이 경계한 ‘알음알이’다. 이해(알음알이)를 깨달음으로 삼게 되면 도둑을 자식으로 삼는 것과 같게 된다.”

3. 이후 학자 간의 논박이 잠시 이뤄졌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수좌회도 동안거를 맞으면서 논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2016년 새해 벽두부터 논쟁은 다시 불거집니다.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이 현응 스님의 일련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4. 수불 스님은 1월 초 발표한 <조계종지의 현대적 구현>을 통해 12개 항목에 걸쳐 현응 스님의 주장을 요목조목 비판했습니다.

“화두를 ‘사유하고 음미하고 성찰하면’ 그 화두는 즉시 사구(死句)가 된다. 화두를 자기 문제로 ‘의심화’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활구(活句)가 되지 못하고 단순하게 지나가 버리는 공허한 일화에 지나지 않는다”

5. 이 같은 논쟁에 재가 불교학자들도 뛰어들었습니다.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경> 1월호에 성철 스님의 입장에서 현응 스님을 주장을 비판했습니다.

“깨달음은 말을 떠난 언어도단의 세계이며, 마음의 작용이 사라진 심행처멸의 경지다”

6. 현재 논쟁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홍창성 미네소타주립대학 교수 “현응 스님의 ‘이해하는 깨달음’이 초(超)지성의 영역임을 보여주는 올바른 견해” <미디어 붓다 기고글 中>

한자경 교수 “현응 스님이 ‘경전의 이해’를 주장하며 ‘마음의 깨달음’을 배제하려는 것이라면 이는 지도를 보면서 어느 산의 지도인지를 망각하는 것” <미디어 붓다 기고글 中>

김홍근 교수 “수 백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일생을 걸고 도전한 것이 ‘마음’인데 이를 책 몇 권을 읽고 날로 먹으려는 것은 진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현대불교신문 기고글 中>

7. 1월 15일에는 정의평화불교연대(대표 이도흠)는 1월 15일 ‘지금 여기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현응 스님은 수불 스님에게 토론을 제안했고, 수불 스님은 범어사 성도재일 법회에서 종단 차원의 공식적 자리라면 응할 것을 밝혔습니다.

8. 새해 벽두부터 불거진 ‘깨달음 논쟁’에 대해 불교계 안팎에서는 오래 전에 논의돼야 할 부분이었는데 늦은 감이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깨달음은 철저한 사유로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언어와 사유를 초월한 영역인지는 끝나지  않을 논쟁일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건전한 논쟁은 그 구성원과 단체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깨달음은 무엇인가’ 논쟁,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 가요.

신성민 기자 | motp79@hyunbul.com
[현대불교 2015년 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