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 초지성주의 가르침” VS “무아로 마음 부정 ‘모순’”

‘깨달음, 어떻게 볼 것인가’ 논쟁 확대일로

홍창성 교수, 수불 스님 반론 비판
“禪門의 선민의식 무척 곤혹스러워”

김홍근·한자경 교수 재반론 이어가
“선학과 교학 병행 발전이 필요해”

정평불, 15일 ‘깨달음’ 주제 세미나
인문학적 접근통해 개념 논쟁 탈피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이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깨달음은 이해로 증득된다’는 주장을 반박한 <조계종지의 현대적 구현>이 발표되면서 시작된 ‘깨달음 논쟁’이 새해 불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고경>에 현응 스님을 비판하는 기고를 발표했고, 불교계 학자들도 논쟁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 1078호 1면, 1079호 3면 참조>

현재 논쟁은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홍창성 미국 미세소타주립대학 교수는 교계언론 <미디어붓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수불 스님의 반론을 재비판했다.

홍 교수는 자신의 기고문 ‘초(超)지성주의와 반(反)지성주의’을 통해 “현응 스님의 ‘이해하는 깨달음’이 반지성이 아니라 초지성의 영역임을 보여주는 올바른 견해”라면서 “나아가 중생의 역사 현장에서 깨달음을 적용하고 실천하며 옳음을 확인하고 깨달음의 깊이를 더해가야 한다는 현응 스님의 주장은 재가자들에게는 합리적인 수행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수불 스님과 한국 불교의 선문(禪門)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홍 교수는 수불 스님의 ‘깨달음이란 마음을 깨닫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선문에서 말하는 참나 또는 청정한 마음에 대한 기술한 바라문교에서 말하는 아트만(Atman)에 대한 기술과 다르지 않다”면서 “석가 세존은 아트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아를 설파해 논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문에서 강조하는 깨달음의 경험은 ‘철학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신비한 체험을 통한 깨달음을 인정하는 선문의 방법으로는 21세기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간화선 수행자인 김홍근 동국대 불교학과 겸임교수는 세존의 무아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고 맞불을 놨다.

김 교수는 본지에 기고한 ‘호선론(護禪論)’을 통해 “(홍 교수가)선문을 비판하기 위해 가져온 ‘세존의 무아론’은 진짜 부처님의 무아론이 아니라 홍 교수의 머리에서 나온 ‘단멸무아론’일 뿐”이라며 “무명칠통을 부수고 전도몽상에서 깨어난 선사들은 ‘불이법’을 ‘마음’이라고 불렀다. 불조께서 연기중도의 불이법을 깨닫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사용한 다양한 방편의 이름 중 하나가 무아요, 마음”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홍 교수의 화두관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김 교수는 “수 백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일생을 걸고 도전한 것이 ‘마음’인데 이를 책 몇 권을 읽고 날로 먹으려는 것은 진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면서 “홍 교수는 화두를 넌센스로 보고 있다. 넌센스를 통해 깨닫는다면 생사 문제 해결을 위해 출가 수행자가 될 이유도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한자경 이화여대 교수도 홍 교수의 주장에 반론문을 <미디어붓다>에 발표했다. 한 교수는 현응 스님과 수불 스님의 주장을 지도 보기와 산을 오르는 행위로 비유했다. 현응 스님이 강조한 이해는 좀 더 세밀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수불 스님의 ‘마음의 깨달음’은 실제 산에 오르는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현응 스님이 ‘경전의 이해’를 주장하며 ‘마음의 깨달음’을 배제하려는 것이라면 그것은 곧 지도를 보면서 그것이 어느 산의 지도인지를 망각하는 것과 같다. 이는 지도를 보는 목적을 상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 교수는 한국불교가 교학과 선학을 병행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훌륭한 교학자는 지도를 가르치면서 산에 갈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자이고, 좋은 선승은 지도에서 못 보던 산수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게 산길을 안내하는 자”라면서 “지도보기와 등산하기, 이해와 깨달음, 교학과 선학은 그렇게 함께 해야 한다. 둘이 함께 발전해야 한국불교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낙찰 받은 칠성도 2폭은 ‘나무최승길상여래(南無最勝吉祥如來)’와 ‘나무금색성취여래(南無金色成就如來)’로 칠성도 11폭 가운데 각각 3, 4번 작품이다.

깨달음에 대한 개념 논쟁에서 벗아나기 위한 시도도 이뤄졌다. 정의평화불교연대(대표 이도흠)는 1월 15일 ‘지금 여기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세미나를 불기2560년 성도재일 맞아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깨달음은 무엇인가’에 맞춰진 개념 논쟁을 정리하고 어떻게 21세기에 구현할 것인지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눈길을 끌었다.

발제자로 참여한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이해와 선정을 넘어 불법(佛法)의 진여 실재에 다라르는 길이 무엇인지를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언어와 의식에 기초한 이해의 방식으로는 진여 실재에 이를 수 없다. 하지만 언어가 몸과 삶을 바탕으로 사고를 구성하고 촉진하는 것은 일정 정도 사실이기 때문에 언어와 의식을 전적으로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응 스님은 전자를 수행해 언어와 의식을 벗어나지 못한 이해로는 궁극적 진리에 이를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하며, 수불 스님 등 간화선을 옹호하는 이들은 후자를 수용해 언어와 의식을 사다리로 삼아 진리에 이르는 방편을 깨달음의 또 다른 방식으로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수행의 최종 목표는 중생의 고통을 직시하고 극복해 열반에 이르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교수는 “이 시대 수행자로서 보살은 수행과정에서 간화선을 비롯한 대승의 수행방법에 기반한 정신적인 수행과 일상의 삶 속에서 자비심을 실천하는 몸의 수행을 동시에 포옹해야 한다”면서 “몸과 마음의 불이적 관계성에 관한 인식과 실천, 수행 과정과 깨달음, 이 순간의 자비의 손길이 구체화됨으로서 한국불교는 종교이면서 철학, 윤리의 보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성민 기자 | motp79@hyunbul.com
[현대불교 2016년 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