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해’ 논쟁 다시 불붙나

수불 스님, 현응 스님 주장 반박한 소책자 발간

깨달음 ‘不二法’, 이해 ‘二法’
함께 논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

조계종 종명을 버릴 게 아니라
종지에 더 충실해야 발전 있어
간화선 부흥, 한국불교의 미래

수불 스님은 소책자에서 현응 스님이 저술한 〈깨달음과 역사, 그 이후〉와 〈‘깨달음과 역사, 그 이후’ 반론에 대한 답변〉에 대해 12개 항목에 걸쳐 비판하고 있다.

가장 먼저 현응 스님의 ‘조계종 명칭 변경’ 주장에 대해서는 종단의 종지인 ‘전법도생 직지인심’을 들어 “한국불교의 전통성이자 고준함이며, 시대를 뛰어넘는 바른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한 “선조 스님들이 세워 놓은 깊은 뜻을 헤아려 후배들이 실현하려고 노력해야지,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구실 아래 쉽사리 이름을 바꾸려드는 것은 바람직 하지 못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수불 스님은 ‘깨달음은 이해’라는 현응 스님의 일련 주장이 범주의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스님은 “‘불이법(不二法) 차원의 깨달음’은 현응 스님이 말하는 ‘이법(二法) 차원의 이해’와 범주가 다를 수 밖에 없다”면서 “‘깨달음은 이해하는 것’이라는 말은 ‘상을 여읜 것(깨달음)은 상을 가진 것(이해)’이라는 무의미하고 모순된 주장이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대적인 ‘이법’의 논리로 ‘불이법’을 재단하려는 시도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같다”며 “혜안 이하의 안목으로는 ‘마음’이 모호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근본에 의심을 품고 실참을 통해 안목을 열어야지 ‘연기관과 공성’을 이해하는데 만족한다면 불조의 혜명을 바로 이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깨달음은 진화한다’는 현응 스님의 주장에 대해서도 범주의 오류를 지적했다. 수불 스님에 따르면 ‘깨달음’은 ‘불생불멸의 중도불이법’이고 ‘시대적 진화’는 ‘생멸이 이어지는 생멸이법’이어서 상호 범주가 다르다는 게 주요한 이유이다.

현응 스님이 주장한 화두의 의미에 대해서도 수불 스님은 요목조목 비판했다. 현응 스님은 자신의 글에서 화두를 ‘이야기와 대화’, ‘사유하고 음미하고 성찰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이에 대해 수불 스님은 “화두를 ‘사유하고 음미하고 성찰하면’ 그 화두는 즉시 사구(死句)가 된다”면서 “화두를 자기 문제로 ‘의심화’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활구(活句)가 되지 못하고 단순하게 지나가 버리는 공허한 일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화선은 조사선에서 형성된 법거량이나 선문답이 공안으로 전제돼야 하며, 화두는 수행자에게 ‘들려고 하지 않아도 들려지고, 내려놓으려 해도 내려놓을 수 없는’ 활구 의심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간화선은 학인으로 하여금 화두에 집중케 하고 본래면목을 밝힐 수 있도록 장치된 최상승 수행법”이라고 주장했다.

최종적으로 수불 스님은 ‘한국불교 현대화’에 대한 총론적 입장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각론적으로는 부정적인 입장임을 재차 강조했다.

스님은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시대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 ‘조계종’ 종명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종지를 보다 충실히 하여 ‘돈교법문’을 대중화·생활화해야 한다”면서 “인류 최고의 정신문화유산인 간화선법을 활용하지 못하는 현재를 비판해야지 간화선법을 문제삼아서는 안된다. 뿌리를 튼튼하게 살려 아름다운 꽃과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것이 바른 이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계종의 근본은 ‘법안과 불안의 안목’”이라며 “불법에 대한 안목을 여는 가장 효과적 수행법은 한국불교가 보존해온 간화선이다. 간화선의 부흥에 한국불교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신성민 기자 | motp79@hyunbul.com
[현대불교 2016년 1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