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걸친 동국대 내홍, 해결 실마리 찾나

12월 3일 동국대 이사 전원 사퇴 “사태 책임 통감”

단식 투쟁 중이던 학생의 응급 후송과 투신 예고까지, 일촉 즉발의 위기까지 갔던 12월 어느날의 동국대 교정 모습이다. 팔정도 광장 내에 단식농성 중인 천막이 눈에 띈다.

297차 이사회서 조건부 결의
단식 중단 및 이사 점진 사퇴
비대위 환영 “학교 발전 계기”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들이 학내 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총장 선거부터 이어진 ‘동국대 사태’가 해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국대 이사회는 12월 3일 고양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제297차 이사회 후 법인사무처를 통해 “현 이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며 전원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현재 단식과 농성 중인 학생, 교수, 직원, 동문 등은 즉시 단식과 농성을 그만두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기 바란다”며 “만약 그러하지 않을 경우 전원 사퇴는 무효로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박현식 법인사무처 총무부장은 “이날 이사들은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의 단식과 동조단식 등으로 학내가 혼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장시간 논의를 진행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사회는 이사 전원 사퇴로 인한 학교 운영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점차적으로 새 임원을 선임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결의에는 이사장 일면 스님을 비롯해 성타, 미산, 지홍, 호성, 심경, 이연택, 김선근, 김기유 이사와 최대식 감사가 참여했다.

이사회가 1년 만에 전향적인 결단을 내린 데는 교내 안팎의 단식 농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0월 15일부터 대학본부 앞에서 단식을 진행하던 김건중 동국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은 오전 10시 경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그 뜻에 동조한 한만수 교수협의회 회장과 교수 2명도 24일째 단식 중이었으며, 교직원 1명도 18일째 단식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에 동국대 이사 임기 시작을 앞둔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이 11월 26일 이사 포기 선언을 했으며 이사인 미산 스님도 30일 “생명부터 살려야 한다”며 이사직을 사퇴하고 단식에 합류했다. 이날 동국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과 대흥사 일지암 주지 법인 스님도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의 단식 중단을 요청하고, 동국대 정상화를 촉구하는 단식을 시작했다. 학내에서도 문과대 학장 교수 전원이 보직을 사퇴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자 종단 측에서 12월 1일부터 이틀에 걸쳐 16시간 동안 사태 해결을 위한 ‘화쟁원탁회의’를 열었지만 역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이사진들의 사태해결을 위한 사퇴 결의에 농성을 이어온 비상대책위 관계자들은 환영의사를 밝혔다.
30일부터 동조단식을 이어온 동국대 총동문회 측은 “조건부지만 서로 사태를 해결할 의지만 있다면 당연히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총동문회 회장단은 학생과 교수들이 더 이상 희생되기 때문에 동문들이 나서 학생과 교수들을 설득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단식에 돌입했던 금강 스님과 법인 스님도 “그동안 단식과 투신선언을 한 두 학생이 극단행동으로 가지 않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함께 단식을 중단하고 다시 수행하던 곳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이사회에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사들의 사퇴에도 총장 거취를 두고 벌어진 동국대 갈등은 아직 해결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투신 의사를 밝히고 이날 잠적했던 최장훈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이사들의 결정은 상당히 진전된 것”이라며 “학내 구성원들과 의견을 모아 학교가 발전되는 방향으로 이사회가 구성됐으면 한다. 총장 사퇴까지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덕현 기자 | noduc@hyunbul.com
[현대불교 2015년 1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