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스님 “큰 아픔, 마음 깊이 느끼고 있다”

나눔의 집 방문, 기금전달 할머니들 ‘위로’ … “또 오겠다”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왼쪽)이 나눔의 집 원장 원행스님에게 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얼마나 큰 아픔을 겪었는지 마음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부산불교연합회장)이 12월 3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했다.

이날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나눔의 집 원장 원행스님(중앙승가대 총장)에게 500만원의 기금을 전달하고 “앞으로 깊은 관심을 갖고 열심히 돕겠다”면서 “또 오겠다”고 약속했다.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지난 11월13일 수상한 대한불교진흥원 대원상의 상금 가운데 절반을 이날 나눔의 집에 기탁했으며, 나머지 50%는 종단에서 추진하는 성역화불사에 쾌척했다. 이날 수불스님의 나눔의 집 방문에는 이윤희 범어사 신도회장(부산불교연합신도회장)이 동행해 할머니들에게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지내길 기원하며 용돈을 전달했다.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왼쪽)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을 찾아 쾌유를 기원했다. 오른쪽은 이윤희 범어사 신도회장.

나눔의 집 원장 원행스님은 “여러가지 일로 바쁘실 텐데도 불구하고 할머니들 위해 방문해주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고 환영한다”면서 할머니들과 함께 박수로 맞이했다. 이어 원행스님은 “이제는 할머니들의 연세가 90세 전후여서, 예전보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분들이 많다”면서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충분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희남 할머니는 “멀리서 우중(雨中)에 보잘것 없는 할머니들을 찾아주어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한 뒤 “저희들은 마음은 젊지만 연령이 아흔살 가깝거나 넘어, 몸은 늙고 병들고 움직일 수 없다”면서 “많이 배려해주시길 기대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일제강점기의 실상을 알리는데 큰 용기를 내주신 할머니들을 비롯한 나눔의 집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다시는 일제의 만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윤희 범어사 신도회장도 “세월의 아픔을 딛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저희들은 뜻을 받들어 일본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눔의 집 생활관에서 기금전달식을 가진 후 수불스님과 이윤희 신도회장은 원행스님의 안내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 위로하고 쾌유를 기원했다. 이 자리에서 부산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수불스님은 “별도로 찾아 뵙겠다”고 밝혔다. 또한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그림및 엽서 전시회의 부산 개최에 협조를 약속했다.

한편 나눔의 집에는 모두 10명의 할머니가 머물고 있으며, 이 가운데 4명은 투병중이다. 나눔의 집은 할머니들이 실제 생활에 사용했던 물품을 전시하는 공간과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후대에 널리 알리기 위한 취지로, 현재 정부예산을 확보하고 민간 차원의 모금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기금 전달식에 앞서 나눔의 집 사무국에서 원행스님(왼쪽)과 수불스님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날 기금 전달식에는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과 나눔의 집 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해 유희남․이옥선․김군자 할머니, 나눔의 집 부원장 호련스님, 이윤희 범어사 신도회장,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 이네스쾌벨 독일 스튜드가르드대 학생, 나눔의 집 직원및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했다.

경기도 광주=이성수 기자 | soolee@ibulgyo.com
[불교신문 2015년 12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