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 동국대 이사 사퇴

11월26일 결정…27일 범어사 홈피에 입장문 게재
“김 부회장 단식으로 생명위급…양심상 외면 못해”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이 이사 임기의 시작을 앞두고 돌연 이사 사퇴를 선언했다. 동국대 이사장과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 중인 김건중 동국대 부총학생회장에게 단식을 풀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사퇴의 이유다.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은 지난 11월26일 이사 사퇴의 뜻이 담긴 입장문을 작성해 범어사 관계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다음날 이 입장문을 범어사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동국대 이사회에 이사포기서를 발송하면서 사퇴의 뜻을 분명히 했다. 수불 스님은 입장문에서 “생명이 존귀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40일이 넘는 오랜 단식으로 한 생명이 위급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이를 외면하는 것 같아 양심상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동국대 이사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한 김 부총학생회장에게는 “하루 속히 단식을 그치고, 평상의 모습으로 돌아가 건강을 생각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범어사 관계자는 “스님은 최근 김 부총학생회장의 단식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학교 문제의 해결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사퇴의 입장이 갑작스럽지만 결코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해 스님이 성명을 밝히거나 기자회견을 할 계획은 없다. 다만 동국대의 현안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라는 뜻과 어떤 이유에서도 생명을 갖고 저울질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수불 스님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한편 수불 스님은 11월14일 은석초등학교에서 열린 동국대 이사회에서 동국대 신임 이사로 선출됐으며 12월4일부터 이사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법보신문 2015년 1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