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사탕 입에 물고 빨듯 화두 외우지 않나?

■ 16. 현상인(顯上人)에게 주는 글

활구 들면 많은 시간 필요하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선지식 찾아 점검하라

본문: 이와 같이 오래 갈고 닦으면 생사의 순간에 훌쩍 벗어나 세간의 부질없는 명예와 이익을 마치 바람에 날리는 흙먼지처럼 보고, 또 꿈과 허깨비와 헛꽃처럼 여겨서, 아무 힘 들이지 않고 세상을 건너는 것이니, 어찌 티끌세계를 벗어난 큰 아라한이 아니겠느냐!

해설: 출세간의 마음자리가 드러나면 세간의 일체 유위법은 꿈같고, 환영 같으며, 거품 같고, 그림자 같다고 했다. 또한 이슬 같고, 번갯불 같다고 했다. 내외가 명철(明徹)해지면, 오온이 공함을 꿰뚫어보고 고해를 건너 안심입명 하는 것이다.

본문: 골좌(骨?)스님은 평생토록 누가 묻기만 하면 “뼈를 잘라라[骨?]”라고 대답을 했는데 마치 무쇠탄알과 같아, 참으로 긴요하고 초준하다 하겠다. 이를 잘 참구하다면 참으로 조사 문하의 사자라 하리라.

해설: 법을 묻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치는 배웠지만, 실제가 증명되지 않아서 괴롭기 때문에 물으러 간 것이다. 그래서 안목이 밝은 선지식에게 나아가서 진심으로 “어떤 것이 마음입니까?” 하고 묻는다.

마음은 아무리 이치상으로 알아도 실제로는 형상이 없어서 잡히지 않기 때문에, 분명히 계합하지 못하면 공부인의 가슴속에 의심이 응어리지게 마련이다. 그때 선지식이 “뼈를 잘라라” 하면, 그 말에 의단이 깨지든지 아니면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의심이 더해지는 것이다. 즉 줄탁동시의 계기가 되든지, 아니면 불붙고 있는 장작에다 기름을 붓는 겪이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공부의 원리는 간단하다. 마음을 몰라서 괴롭기 때문에 묻는 것이고, 선지식의 말이 기연이 되어 그 자리에서 깨닫든지 아니면 더 의심하게 되든지 둘 중의 하나인 것이다. 이것이 조사선의 장치되어진 수단이다. 이 수단이 정형화되어 후일 “뼈를 잘라라” 같은 명안종사들의 언구가 공안이 된 것이다. 공부인이 여기서 의심이 일어났다면, 그 말은 곧 화두가 된다. 화두는 공안 상에서 비롯된 의심을 말한다. 공안이 법령을 시행하는 공문서 같은 것이라면, 화두는 특정 공안이 공부인에게 의심으로 사무쳐진 것을 말한다.

화두는 조사선의 장치와 같은 것이어서, “뼈를 잘라라”라는 언구 앞에서 바로 깨닫든지 아니면 꽉 막혀서 의심이 더욱 깊어져야 한다. 그런데 “어째서 ‘뼈를 잘라라’라고 했을까?” 하고 되뇌인다면, 이미 공부와는 십만팔천 리나 멀어질 것이다.

의심이 은산철벽처럼 앞을 꽉 막아버려야 화두가 일념만년이 된다. 그런데 사탕을 입에 물고 빠는 것처럼 언제나 문제를 외우고 있다면 그것은 사구(死句)로서 공부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십년 이십년이 지나도 소식이 올 리가 없다.

그러므로 조사선이든 간화선이든 이 공부는 실제로 공부를 이끌어줄 수 있는 명안종사의 지남(指南)이 없다면 결실을 맺기가 어렵다. 어떻게 화두를 들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선지식을 의지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다.

간화 종장들은 활구(活句) 화두를 들면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만일 지금도 은산철벽 앞에서 꽉 막혀있지 않고 화두만 되풀이해서 외우고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선지식을 찾아 점검을 받는 것이 지름길인 것이다.

수불스님 |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불교신문 2015년 7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