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도난문화재 ‘칠성도’ 환수 기념식 봉행

7월14일, 성보박물관서 보제루까지 이운행렬

해외경매 낙찰, 박종오 삼정 회장 전액 보시
비공개 재점안식 거쳐 공개…7일간 칠성기도

한국전쟁 혼란기 때 도난당했다가 해외 경매를 거쳐 고향의 품으로 돌아온 범어사 칠성도 세 폭의 장엄한 이운 법석이 금정총림 범어사에서 봉행됐다. 범어사(주지 수불 스님)는 7월14일 경내 일대에서 칠성도 봉안 법요식을 봉행했다. 법요식 하루 전날인 13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온 칠성도 세 점은 이날 오전 일로왕번, 사명기, 취타대, 금어연에 이어 행렬을 이룬 가운데 범어사 성보박물관을 출발해 일주문, 등산로, 대웅전을 거쳐 보제루로 이운됐다. 보제루에서 비공개로 칠성도 재점안식이 진행되는 동안 보제루 앞마당에서는 기념 법요식이 봉행됐으며 범어사 다도회가 육법공양을 올리며 일반에 공개됐다.

이날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은 인사말에서 “감개무량한 심정이다. 우리나라의 소중한 반출문화재를 해외 경매에서 되찾아 제자리로 돌려 놓은 것도 첫 번째 경우라고 한다”며 “귀환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비롯해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칠성도 환수를 계기로 범어사는 시민의 자랑인 전통문화유산의 요람에서 나아가 나라와 지역사회에 보다 헌신하는 호국불교의 성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범어사는 이번 칠성도의 경매 낙찰가에 해당되는 78,500 스위스 프랑(한화 9400여만 원 상당)을 전액 보시한 박종오(성암, 71) 삼정기업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보시 공덕을 회향했다. 박 회장은 “부산의 향토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의 한 사람으로 부산을 위해 불교를 위해 뜻있는 일을 하겠다는 발원을 가져왔다. 소중한 보시의 기회를 주신 범어사에 감사 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나머지 8폭의 칠성도를 환수하는 불사에도 적극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희 범어사신도회장도 축사에서 “범어사의 신도로서 민족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전하지 못한 것을 참회한다”며 “오늘의 법석을 계기로 범어사 신도는 한마음으로 성보문화재의 관리와 보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범어사에 따르면, 이번에 환수된 칠성도 세 점은 각각 가로 55, 세로 84cm 크기로, 칠성과 북극성 신앙이 번성하던 조선 후기인 1861년 밀양 표충사에서 조성됐다. 이와 관련해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짜임새 있는 구도와 단아하면서도 건장한 불상의 형태, 치성도의 중심인 치성광삼존도가 남아 있는 점 등으로 볼 때 19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작품”이라며 문화재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 등 사회적 혼란기를 거치면서 1950~60년대 초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칠성도가 봉안됐던 극락암도 현재 휴휴정사 자리에 위치했으나 문화재 도난 등 곡절을 겪는 가운데 전각의 구조도 변형, 현재는 현판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범어사는 앞으로 칠성도에 대한 시 지정 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고 칠성도를 봉안할 칠성각도 새롭게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또 조성 당시에는 총 11점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 미국 LA카운티미술관에 소장된 2점에 대한 추가 환수를 추진하며 나머지 6점에 대해서도 소재 파악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범어사는 이날부터 일주일 동안 보제루에서 칠성도 환수를 기념하는 칠성기도를 이어간다. 이날 법요식에는 범어사 주지 수불, 부주지 범산, 원정희 금정구청장, 이윤희 범어사신도회장, 박정오 삼정기업 회장 등 사부대중 3000여 명이 동참했다.

주영미 기자 | ez001@beopbo.com
[법보신문 2015년 7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