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 나뉘고 유파 갈렸으나 조계 한 맥

〈59〉15. 촉중(蜀中)의 축봉장로(鷲峰長老)에게 드리는 글

본분조사 한명 나오면 주변 여우들은 사라져

상근 법기만 전할 뿐 나머지는 흔적조차 없어

본문: 다자탑 앞에서 일찍이 법좌를 반으로 나누었고, 총령(?嶺)의 서쪽 언덕에서 짚신 한 짝을 홀로 들고 갔으며, 임제 스님은 눈 먼 나귀 혜연(慧然) 스님에게 명하였고, 협산(夾山) 스님은 청산(靑山) 때문에 낙포(洛浦) 스님에게 맡겼습니다.

해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세 곳에서 가섭존자에게 마음을 전했다. 첫째가 영산회상에서 꽃을 드시니, 가섭이 미소를 지은 것이다. 둘째는 중인도 바야리성 서쪽의 다자탑 앞에서 가섭에게 자리의 반을 내주어 앉게 하신 것이다. 셋째는 쌍림의 관 속에서 가섭에게 발을 내미신 것이다. 달마대사에 관한 고사 중에는 <선문염송>의 제103칙 ‘달마의 짚신 한 짝(達磨隻履)’ 공안이 전해온다.

“달마가 열반에 들어 웅이산에 장사한지 3년 뒤에, 위의 사신 송운(宋雲)이 서역에 갔다 오는 길에 총령에서 대사를 만났다. 대사는 손에 짚신 한 짝을 들고 홀홀히 가고 있었다. 이에 송운이 ‘스님 어디 가십니까?’ 하니 대사가 말하되 ‘서역으로 가노라’ 하였다. 송운이 돌아와서 그 일을 자세히 보고 했더니, 황제가 달마의 무덤을 열게 했는데 빈 관에 짚신 한 짝만 남아 있었다.”

<임제록>의 ‘행록’에 이런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임제 스님이 열반하실 때 자리에 앉으셔서 말씀하였다. ‘내가 가고 난 다음에 나의 정법안장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라.’ 삼성혜연 스님이 나와서 아뢰었다. ‘어찌 감히 큰스님의 정법안장을 멸각시킬 수 있겠습니까?’ 임제스님이 말했다. ‘뒷날 누가 그대에게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겠느냐?’ 삼성 스님이 ‘할!’을 하자,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나의 정법안장이 이 눈 먼 나귀한테서 없어질 줄 누가 알겠는가?’ 말을 마치시고 단정하게 앉으신 채 입적하였다.”

<전등록> 제16권에 협산선회 스님이 낙포산(洛浦山) 낙보원안(樂普元安)에게 법을 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협산이 입멸하려 할 때, 대중에게 말했다. ‘석두(石頭)의 한 가지를 살피고 살펴라. 곧 사라지리라.’ 낙포스님이 이에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협산스님이 물었다. ‘왜 그런가?’ 낙포스님이 ‘스스로 청산(靑山)이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하니, 협산스님은 ‘사실이 그렇다면 나의 도는 멸망치 않으리라.’고 하였다.”

본문: 비록 근원이 나뉘고 유파가 갈렸으나, 요컨대 한 맥이 조계로부터 나와 큰 그릇의 영리한 근기를 골라 자취를 쓸어 없애게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위로부터 용과 호랑이가 달리고 북두를 돌리고 별을 옮기듯 하면서 번뜩이는 번개 속에서 그릇된 것을 가려내고 부싯돌 불빛 속에서 검고 흰 것을 분간하였던 것입니다.

해설: 부처님으로부터 달마대사로 이어져 내려온 마음법이 육조혜능 스님에 의해 대성된 이래 5가7종의 유파로 갈려 천하에 퍼져나갔다. 비록 유파마다 가풍은 다양했지만 그 가르침의 핵심은 ‘직지인심 견성성불’의 심지법문 한 맥이 사자상승(師資相承)으로 전해진 것이다.

예로부터 본분종사 한 분이 나와 사자후(獅子吼)를 토하면, 주변의 여우들은 머리가 둘로 쪼개지고 혼백이 날아갔다. 돈오법문(頓悟法門)에서는 투철한 안목이 가장 귀한 것이어서, 상근기의 법기에게만 법을 전할 뿐 나머지는 싹 쓸어서 흔적을 없애버렸다. 이 때문에 명안종사들은 살활(殺活) 자재하는 취모검을 휘둘러, 불이중도(不二中道) 종지를 흩트리는 법이 없었다.

본문: 어리석은 놈은 문제 삼지도 않고 오직 준수한 부류에게만 힘썼을 뿐입니다. 팔꿈치 뒤에 호신 부적을 걸고 정수리 눈을 확철히 떠 종지와 강령을 세우고 바른 법령을 단독으로 제창하였습니다.

해설: 빼어난 안목이 있는 마부가 준마를 한눈에 알아보고 단련시켜 길러내면, 그 말은 천하가 좁다고 횡행하면서 수많은 일을 거뜬히 해낸다. 육조스님은 달마대사의 선법(禪法)을 대성시켜 삽시간에 강호제현을 길러내며 선의 황금시대를 이룩하였고, 대혜스님은 간화경절문(看話徑截門)을 제창하여 심법을 대중화하는데 성공하였다.

수불스님 |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불교신문 2015년 6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