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경매 등장한 조선불화, 불교계 품으로

6.25한국전쟁 전후시기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후기 불화 3점이 해외 경매를 통해 극적으로 불교계의 품으로 돌아왔다. 해외 경매에 등장한 불교 문화재가 경매 낙찰을 통해 환수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데다, 낙찰자가 불화의 원래 소장처인 부산 범어사라는 점에서 ‘진정한 문화재 제자리 찾기’의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는 조계종과 원 소장사찰, 국외소재문화재단의 즉각적인 협력과 대처가 일궈낸 극적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범어사·국외소재문화재재단, 6월3일 낙찰
조계종·원소장처·재단 협력이 이뤄낸 성과
‘진정한 문화재 제자리 찾기’ 사례로 주목

조계종 문화부는 6월3일 “오늘 오전 11시(현지시각)스위스 경매에 범어사 소장품으로 확인되는 칠성도 3점이 출품돼, 범어사 관계자와 국외유출문화재재단 관계자가 직접 입찰에 나섰다”고 밝혔다.

문화부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범어사는 ‘성보문화재’ 망실에 대한 참회의 의미로 금액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경매에 참가했다. 그 결과 7만8500스위프 프랑(한화 9400여만원)으로 낙찰에 성공했으며, 이 금액은 당일 최고 낙찰가로 기록됐다. 이로써 1950~60년대 사회적 혼란 속 해외로 유출된 불화들은 다시 원 소장처인 범어사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은 “이번 환수를 계기로 앞으로 ‘성보보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환수된 칠성도는 본래 봉안처인 극락암을 재조성해 안치하고 나머지 칠성도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번 환수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조계종과 범어사, 재단의 긴밀하고 즉각적인 정보공유와 협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불화의 발견부터 경매 참여까지 환수 전과정에서 조계종과 범어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상호협력이 대단히 긴밀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는 조계종과 문화재청이 지난해 문화재 환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전 시스템 구축을 위해 힘써온 결과이기도 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해외 경매시장에 출품된 한국문화재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스위스 경매에 출품된 불화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불화의 진위와 가치를 평가했고, 그 결과 1861년 밀양 표충사에서 제작된 뒤 범어사 극락암에 봉안됐다가 사라진 ‘칠성도’ 11점 가운데 3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재단은 즉각 조계종 문화부와 원 소장처인 범어사에 이 사실을 전달했다. 해외 불교 문화재의 소재가 확인될 경우 즉각 불교계에 알려 협력·대처할 수 있도록 협의한데 따른 것이다. 경매 날짜가 급박한 가운데 범어사가 직접 경매를 불화 환수에 나섰고, 재단은 환수의 전 과정을 주관하며 협력했다.

이와 관련 재단측은 “이번 사례는 불교계와 재단의 협력으로 이뤄낸 문화재 제자리 찾기의 모범사례”라며 “앞으로도 불교계와 상호협력을 통해 불교문화재 환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환수된 칠성도와 관련,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원장은 “조성연대와 제작처, 화승, 봉안처 등 조성 유래가 명확할 뿐 아니라 짜임새있는 구도와 단아하고 건장한 불상의 형태, 칠성도의 중심이 되는 ‘치성광삼존도’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19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그 가치를 평가했다.

스위스 현지에서 경매에 출품된 해당 불화들을 조사한 이용윤 불교문화재연구소 불교미술실장도 “기존에 알려지지 않는 11점의 칠성도인 만큼, 원래 소장처인 범어사에 돌아올 경우 본연의 종교적 기능 또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법보신문 2015년 6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