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은 인류의 정신이익 나누는 소중한 가치

특별기고/ 최상승의 시절인연이 열리고 있다

이번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는

한국 선불교가 전 세계 대중에게

법보시를 베푸는

만발공양 의미를 지니고 있어

각 개인은 생사문제 해결하고

인류공동체는 자유와 평등

평화를 이룩하는 계기 됐으면…


무차대회의 시절인연

이번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는 한국 선불교가 전 세계의 대중에게 법보시를 베푸는 만발공양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불교가 면면히 간직해온 간화선이야말로 새로운 밀레니엄을 살아가는 인류에게 큰 정신적 이익을 나누어줄 수 있는 소중한 가치라는 사실을 세계만방에 널리 알리는 기회인 것이다.

정보에 빠른 서구 지성인들은 21세기는 선불교가 세계의 정신계를 리드하는 중심사상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과 이를 위해 한국이 선불교의 세계화에 나서주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누구보다 먼저 알고, 최근 종정예하를 세 번이나 미국으로 초대하는 등 진심으로 진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의 지성계가 한국불교의 보물인 최상승의 간화선법을 요청하는 시절인연이 도래한 것이다.

오늘의 세계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동서양 간 정신문화의 교류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류의 보편적인 인지(人知)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전례가 드물 정도로 빠르게 깨어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과학기술문명을 포함한 인류의 정신계도 획기적인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 변화가 객관적이고도 보편적인 가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철저하게 가치중립적인 인터넷 세상이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이, 앞으로는 보편타당하고 합리적인 진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인류의 집단지성이 밝은 햇살처럼 환히 깨어날수록, 맹목적이거나 기복적이며 어둡고 구태의연한 기존의 정신적 가치들은 필연적으로 도태될 것이다.

세계의 지성인들은 선(禪)이야말로 상대성을 넘어 불이중도(不二中道)를 지향하는 인류지성의 미래적 요청에 부합하는 정신가치이며, 마음의 어둠을 물리치고 밝음을 되찾는 가장 수승하고 강력한 가르침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선은 존재의 궁극적인 진실을 있는 그 자리에서 여실히 드러내는 인류의 고결한 정신문화유산이다. 진리는 본래부터 온 천하에 명백히 드러나 있지만, 보통사람들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선은 이 ‘공개된 비밀’인 절대적 진리를 직접 가리킨다. 그동안 서구인들은 이분법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분별망상이 끊어진 자리에서 환하게 드러나는 중도실상을 알지 못했다.

부처님 이후 기라성 같은 조사들에 의해 실증되어온 선불교의 역사를 토대로 해서 현재 동서양의 많은 지성인들은 인류가 직면한 산적한 문제들의 해결책으로서 이분법을 넘어 절대진리를 직접 체득케 하는 선불교를 발견하고 매료되었으며, 나아가 그 종주국인 한국불교에 이 소중한 공부법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무차대회의 중차대한 시절인연이다.

쉽고 빠르며 정확한 간화선

선불교의 생명은 ‘돈오견성(頓悟見性)’에 있다. 상대적인 지식은 앎의 대상이지만, 절대에 대한 지혜는 직접 깨달아야만 하는 것이다. 누구나 본래 갖추고 있는 성품과 계합하여 정법의 안목을 체득케 하는 돈오견성의 선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중국 선종의 초조 보리달마 대사에 의해 창시되었고, 육조조계 대사에 이르러 대성되었다.

이 가르침이 조사선 시대에 5가7종으로 분등하였고, 12세기 송대(宋代)에 이르러 임제종 양기파에서 대혜종고 선사가 나와 누구나 보다 쉽게 돈오를 체험할 수 있는 수행법으로 간화선을 확립하였다. 간화선은 현재까지 인류가 개발한 가장 빠르고 정확한 수행법이자, 현대에 맞게 간결하면서도 힘 있게 수행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돈오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간화선의 정수는 태고보우, 청허휴정 등의 한국선사들에 의해 이 땅에서 올곧게 전승되어 왔는데, 현재 대한불교조계종의 공식수행법으로 채택되어 여름 겨울의 안거 때마다 전국 100여 개 이상의 선원에서 2200여 명의 수좌들이 정진하고 있고, 경향 각지의 시민선방에서 수천 명의 재가자들도 수선안거에 동참하고 있다.

간화선은 옛 분들이 어떻게 이런 방법을 찾아냈을까 감탄할 정도로 획기적이고도 경이로운 수행법이다.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법이야말로 돈오를 체험하는 최고의 경지까지 단시일 내에 올라갈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또 실제로 누구나 빠르고도 쉽게 깨달음을 체득케 한다.

보통사람들이 눈앞에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 근본실상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오랜 기간 습관이 된 분별망상의 정신적 벽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은산철벽을 돌파해야만, 상대성을 넘어서는 불이중도의 실상을 체득할 수 있다. 화두는 공안 상에서 일어난 의심이다. 이와 같은 활구(活句)의심은 공부인을 정신적 벽과 직접 부닥치게 하여 밤송이(栗棘蓬)가 목을 꽉 막듯이 만들고 갑갑함(金剛圈)이 사방에서 짓누르게 만든다.

여기서 명안종사의 호법에 힘입어 끝내 물러서지 않고 오직 화두만을 잡드리면, 마침내 은산철벽이 무너지고 근본당처가 환히 드러나서 내외명철하고 끝간데 없이 확연한 경지를 맛보게 된다.

이렇게 실질적이고도 강력한 수행법이 한국에 있다고 하는 사실은 세계 불교도뿐만 아니라 종교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많은 세계인들에게 안심입명처를 제공하고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소중한 인류문화유산이라 할 것이다.

시대를 직시합시다

이번 무차대회를 계기로 많은 불제자들과 일반 국민들께서 시대를 읽을 수 있는 지혜로운 눈을 뜨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우리시대는 특히 정보기술이 발달한 매스미디어의 시대로서, 좋건 나쁘건 어떤 사회현상이라도 첨예하게 증폭되어 나타나고 있다. 나쁜 일도 순식간에 전 세계에 퍼지고, 좋은 일도 또한 그렇다. 따라서 매순간 우리의 선택이 더욱 중요시 되는 시대이다.

이 시대는 물질문명이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는 것과 반대급부로 사회갈등과 개인의 스트레스 등 어두운 그림자가 인류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여기서 발상을 전환하여 우리가 오히려 적극 매스미디어를 이용하여 간화선의 우수성을 널리 홍포하는데 나선다면, 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정토를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간직하고 있지만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하여 꽃피우지 못하고 있는 최고의 정신적 가치인 간화선을 만천하에 만개시킬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신성(神聖)을 상징하시는 진제법원 종정예하께서 교시로 천명하신 ‘광도중생(廣度衆生)’의 원력 하에 친히 ‘간화선 세계화 불사’를 펴고 계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리며, 이 소중한 불사에 우리 모두 기꺼이 동참해야 될 것이다.

이번 무차대회가 각 개인으로서는 생사문제를 해결하고, 인류공동체로서는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이룩하는 유일한 길이 바로 상대성을 넘어서는 불이법(不二法)임을 확인하며, 나아가 이 진리를 깨닫는 최고의 공부법이 바로 우리나라의 간화선법이라는 점을 공감하는 자각각타(自覺覺他)의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발원해본다.

이번 간화선 만발법공양을 통해 모두가 간절하게 바라는 남북화해와 세계평화는 우리의 실력을 바탕으로 할 때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깊이 각성하고, 그 첩경으로 소중한 인류 정신문화유산인 간화선의 실질적인 수행에 매진하여 한국불자는 물론 많은 지구촌의 수행자들이 원융무애한 법제자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 드린다.

수불스님 |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불교신문 2015년 5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