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 대종사 열반 50주기 맞는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

“정신 이어 불교, 사회, 국가 발전 원동력 되도록 최선”

“아무리 어렵고 궁핍해도 남에게 조금이라도 나눠 주려는 정신을 우리에게 남겨 놓은 것 같습니다.” 통합종단 출범 이전 조계종 종정으로 세 차례 추대된 동산 대종사의 열반 50주기를 앞두고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이같이 밝혔다.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히말라야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 네팔의 많은 분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나눔을 통해 자비를 실천한 동산 노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4월30일 오전 11시 동산대종사 열반 50주기 기자간담회를 갖은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당신을 찾아오는 이들을 동산스님은 거절하지 않았다”면서 “닭이 1000마리면 봉황이 1마리 있다고 ‘사람불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큰스님은 욕심 없이 사셨습니다. 다만 인재양성, 즉 사람을 중시하는 마음은 누구 보다 컸다고 봅니다.”

3ㆍ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명인 용성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동산스님은 성철ㆍ지효ㆍ지유ㆍ능가ㆍ고산ㆍ광덕ㆍ정관ㆍ무진장 스님, 유성갑 제헌의원 등 기라성 같은 제자를 양성했다. 또한 조계사, 범어사, 용주사 등 전국 사찰에서 보살계를 설하고, 각종 법회에서 법문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폈다.

동산스님은 한국불교의 청정성 회복을 위해 효봉, 금오, 청담 스님과 불교정화운동의 깃발을 올려 대한불교조계종의 초석(礎石)을 놓았다. 수불스님은 “나라를 우선하고 사회를 안정시키는데 불교가 기여해야 한다는 정신에서 비롯된 정화운동에 동산스님이 선봉에 나섰다”면서 “올바른 부처님 정신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큰 뜻에서 비롯됐으며, 대종사는 올곧은 삶을 살았다”고 전했다.

기자간담회에 함께 한 범어사율학승가대학원장 수진스님은 “동산스님은 출세간을 막론하고 감인대(甘忍待) 정신을 강조했다”면서 “사바세계는 ‘참고 견디고 기다리며 살아가는 무대’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상이 어렵더라도 참고 견디고 기다리라는 동산스님의 ‘감인대’ 정신은 21세기 현대사회, 특히 한국사회에 요구되는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범어사 승가대학장 용학스님은 “동산스님을 ‘설법제일’이라고 하는데, 말씀을 잘해서라기보다, 설법을 청하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했기 때문”이라면서 “근본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굉장히 깊었고, 정법의 근본을 마음 깊이 새겨 정직하게 댓가없이 보살정신으로 설법을 한 까닭”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수불스님은 동산스님 제자인 성철스님의 숨은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수불스님이 범어사 교무 소임을 보고 있던 1993년 5~6월경 성철스님이 시자 한명만 데리고 조용히 동산대종사 부도전을 찾았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이 예고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주지 스님께 알리지도 못하게 하고, 동산노스님 탑전에서 3배의 절을 올렸습니다. 아마 회향 할 것을 미리 예측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해 해인사에서 열반에 들었습니다.” 수불스님은 “마지막으로 절하는 성철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평상시에도 늘 스승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범어사는 늘 동산 큰스님과 같이 살아간다고 할 만큼 동산스님의 정신 흠뻑 배인 곳”이라면서 “후학들도 늘 동산스님의 가르침을 훈도(訓導)받으며 긴장하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동산스님의 정신을 계속 이어가고, 그 정신이 불교발전과 사회발전, 국가발전의 원동력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주지 수불스님, 율학승가대학원장(율주) 수진스님, 승가대학장(강주) 용학스님, 총무국장 유정스님 등 범어사 소임자들은 동산대종사 부도를 참배했다.

한편 금정총림 범어사는 동산 대종사 열반50주기를 맞아 다양한 추모행사를 갖는다. 5월11일 오전 10시30분 범어사 보제루에서 추모다례재를 봉행하고, 5월3일에는 동산대종사 사진전과 문도 교학대회를 개최한다. 교학대회에서는 원로의원 도문스님이 기조발제를, 전 법규위원장 천제스님과 범어사 승가대 교수 홍선스님 등이 발표를 한다.

지난 2월부터 동산스님과 범어사 관련 사진 300여점을 수집해 8월 중순 사진집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 5월3일부터 11일까지 보제루에서 80여점을 선별해 전시한다. 이밖에도 동산 대종사 열반 50주기 특별기획 연재(불교신문), 라디오 드라마 CD 제작(불교방송) 등 다양한 추모사업을 통해 동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범어사=이성수 기자 | soolee@ibulgyo.com
[불교신문 2015년 5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