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속 단청을 꺼내보는 기회”

이수예 불화가 ‘범어사 대웅전’ 전시회 개막

보물 제434호 금정총림 범어사 대웅전 천장을 장엄하고 있는 단청이 땅으로 내려왔다. 이수예 불화가의 ‘아름다운 빛깔 단청’ 전시회가 12월24일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 본전시장에서 문을 열었다.

보물 1342호 미황사 괘불을 모사한 작품으로 올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불화가인 이수예 작가가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범어사 대웅전 천장에 있는 단청을 소재로 한 문양과 도상이다.

대웅전 내부를 장엄했던 연꽃, 국화, 당초 등 각종 문양과 상징, 불화 등을 31개 주제로 분류해 재해석한 작품 500여 점을 전시한다.

이 작가가 이번 전시회에서 천착한 것은 시대에 맞는 불교미술의 창조 곧 ‘현대불화’다. 불교미술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위한 첫 발걸음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유명한 ‘명품’ 가방에 수놓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있다.

이수예 불화가는 “불교미술작가로서 현 시대에 맞는 불교미술을 어떻게 만들고 이끌까를 화두로 삼고 있다”며 “범어사 대웅전 단청을 보면서 지금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생각하게 됐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시대를 대표하는 불교미술 작품을 그리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이번 전시회는 원력의 첫 시도”라고 밝혔다.

이같은 작품세계를 담은 전시회를 보기 위해 사부대중은 개막일부터 전시장에 몰렸다.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스님을 비롯해 불교신문 사장 영배스님,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 조계종 총무원 재무부장 보경스님 등 200여 명이 전시회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

이번 전시회를 적극 후원한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부산과 부산불교의 자존심인 범어사와 관련한 전시회가 서울 문화1번지인 인사동에서 열려 뜻 깊다”며 “앞으로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려 부산불교의 아름다움이 전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교원장 지원스님은 축사에서 “1300여년 긴 역사를 이어온 범어사 대웅전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통해 불교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선 수불스님에게 감사하다”며 “과거와 현재, 미래 3세의 ‘불모(佛母)’인 이수예 작가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지원스님은 즉석에서 전시회를 본 소감을 시로 읊어 눈길을 끌었다.

불교신문 사장 영배스님은 먼저 지난 12월23일 원적에 든 전 조계종 종정 법전대종사를 추모한 후 축사를 전했다.

영배스님은 “과거 작품을 재현하는 일도 어렵지만 새롭게 창조하는 것을 더더욱 어렵다”며 “이수예 작가는 옛 단청의 아름다움을 현재에 전하는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스님은 “이번 전시회가 눈으로 보는 외부 단청을 넘어 마음속 단청을 끄집어내는 거울이 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이날 전시회에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구성된 ‘시악(施樂) 앙상블’과 4인의 국악인이 25현 가야금 병창 및 연주를 진행하며 전시회의 분위기를 북돋웠다.

이수예 작가의 여섯번째 전시회 ‘아름다운 빛깔 단청, 범어사 대웅전’은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김하영 기자 | hykim@ibulgyo.com
[불교신문 2014년 1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