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대선지식도 십수년 스승 의지해 배워

7. 법왕(法王)의 충장로(沖長老)에게 드리는 글

심안 열고 오래 익혀 본분사 투철해지면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근본자리 적중

본문: 회양(懷禳)스님이 조계(曹溪)에 8년을 있었던 경우와 마조스님이 관음원(觀音院)에 있었던 경우와 덕교(德嶠)스님이 용담사(龍潭寺)에 있었던 경우와 앙산(仰山)스님이 대원 위산스님에게 있었던 경우와 임제스님이 단제(斷際)스님 회상에 있었던 경우가 모두 10년 20년을 하산하지 않았습니다.

해설: 남악회양(677~744)스님이 조계로 육조스님을 찾아갔을 때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 하는 물음에 꽉 막혔다가, 8년이 지난 후에 “설사 한 물건이라고 해도 옳지 않습니다” 하고 대답하여 육조스님의 인가를 받았다. 마조도일(709~788)스님은 남악스님에게서 심인(心印)을 전해 받은 후 10년을 시봉하며 보임하였고, 이후 복건성 불적령에서 교화를 펴기 시작하였다. 덕산선감(782~865)스님은 용담숭신스님을 찾아가 어두운 밤중에 불을 끄는 순간에 도를 깨닫고 그의 법을 이었으며, 평생 방(棒)을 사용하여 납자를 제접하였다. 앙산혜적(803~887)스님은 위산영우스님의 법을 이어받고, 5가7종 중 최초로 위앙종을 열었다. 임제의현(?~867)스님은 황벽스님의 법을 이어받고 임제종을 열었으며, 납자를 제접할 때 할(喝)을 하였다. 황벽스님의 시호가 ‘단제’이다. 이런 대선지식들도 스승을 의지해서 10년, 20년씩 같이 살기도 하고 혹은 자주 찾아뵙기도 하면서, 그 인연 속에서 스승의 법 쓰는 법을 몸소 익힌 연후에 세상에 나와서 중생 교화를 하였던 것이다.

본문: 이 때문에 한 기연, 한 경계와 한 마디 한 마디가 쇳소리로 시작하여 옥소리로 끝나는 연주처럼 시작과 끝이 정연하여 뒷사람들은 엿볼 수도 없었으며, 훌쩍 뛰어넘어 증득하여 대동(大同)의 경지에 도달하면 자연히 그 귀착점을 살피게 됩니다.

해설: 옛 선지식들은 깨달은 후에도 스승의 지도편달을 받아가며 오랜 보임을 통해 완전히 통달한 후에야 세상에 나와서 법을 폈기 때문에, 어떤 설법을 해도 당처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그 솜씨가 마치 조화로운 음악 같아서 안목이 없는 자는 엿볼 수조차 없었다. 심안을 열고 오래 익혀 본분사에 투철해지면, 한 마디 한 마디가 근본자리에 적중하지 않는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본문: 생각하건대, 지난 날 마조(馬祖)스님은 서당(西堂)스님을 위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교학을 공부하였는가?” “교가 어찌 다르겠습니까?” “그렇지 않네. 그대가 이후로는 사람들에게 여기서는 이리 말하고, 저기서는 저리 말하게 될 걸세.” “저는 자신의 병을 치료할 뿐인데, 어찌 감히 다른 사람을 위하겠습니까?” “그대는 말년에 반드시 세상에 도를 크게 펼칠 걸세”라고 하였는데, 과연 그렇게 되었습니다.

해설: 마조스님이 법을 펴기 전 임천의 서리산에 있을 때, 서당지장(735~814)스님은 13세의 사미로 찾아가서 첫 번째 제자가 되었다. 마조스님이 마침내 복건성 불적령에서 처음 개법(開法)하였을 때, 서당스님은 운집한 대중의 상수제자가 되어 오랫동안 스승을 모시고 섬겼다. 신라 말인 784년에 현 조계종의 종조로 추앙받는 도의국사가 당(唐) 강서성 홍주 개원사로 가서 서당지장의 법을 이어받고 ‘도의’라는 법호를 받았다. 이어 백장회해 선사를 찾아가 법요를 들었을 때, “강서의 선맥(禪脈)이 모조리 동국승에게 건너가는구나” 하고 칭찬했다고 한다. 또한 도의국사의 가지산문 외에, 홍척스님의 실상산문과 혜철스님의 동리산문 역시 서당지장의 법을 이어받아 개산했으니, 서당선(西堂禪)은 중국 본토보다도 한반도에서 더욱 꽃을 피웠다. 마조스님이 마조 문하의 3대사(大士)로 일컫는 서당, 백장, 남전과 달맞이를 하였을 때, “경은 서당지장에게로 흘러가고(經入藏), 선은 백장회해로 흘러가며(禪歸海), 남전보원만이 홀로 물외에 초연하구나(普願獨超物外)”라고 말했다. 스승이 보기에도 서당스님은 선(禪)과 교(敎)에 두루 능통한 선사였던 것이다.

수불스님 |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불교신문 2014년 1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