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마음이 바로 부처일 뿐…”

흔적 없이 나는 새-전심법요 수불선사 선해

황벽 스님은 마조, 백장, 임제와 더불어 돈오선법을 철저하게 펼쳐 조사선의 전성기를 열었다. 〈전심법요〉는 당대 지성인 배휴거사가 황벽선사에게 법을 묻고 이에 황벽 선사가 답한 내용을 배휴가 기록해 두었다가 황벽 선사 열반 후에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규봉종밀의 여러 책에 서문을 쓸 정도로 도연이 깊었던 배휴는 황벽 스님과의 첫 만남에서 바로 깨달음의 기연을 얻게 되었다. 황벽 선사의 말끝에서 대의를 보았지만, 상대적 이분법의 입장에서의 의문을 넘지 못한 배휴는 진리에 대한 자신의 공부를 완성하기 위해 황벽 스님에게 법문을 청하고 또 청했다. 그리고 그 기록이 〈전심법요〉이다.

〈전심법요〉는 배휴 자신이 묻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직접 집필한 것임을 알 수 있는 반면, ‘완릉록’은 “배상공이 물었다.”하고 삼인칭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황벽 스님의 어느 제자가 후에 편집한 것으로 추측된다. 두 책의 내용 중 일부가 중복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완릉록’의 17장부터는 원래 본에는 없던 행록(行錄)으로서, 11세기에 임제종에서 종지종통을 확고히 하기 위해 펴낸 〈사가어록〉을 펴낼 때 추가된 것이다.
〈흔적 없이 나는 새〉는 ‘전심법요’와 ‘완릉록’, ‘행록’까지 총 44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뜻에 따라 원문을 나누고 번역을 하고 해설을 함께 배치하여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문장의 뜻과 깊은 선의 종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황벽 스님의 〈전심법요〉가 간명적절한 언어로 설법하고 있으나 1200년 전의 언어인 만큼 수불 스님의 〈흔적 없이 나는 새〉는 또 한 번 이 시대의 또 다른 ‘배휴’를 위해 어려운 불교 용어를 최소화하고 일반 대중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황벽 스님의 법문을 또 한 번 풀어준다.
〈전심법요〉에서 황벽 선사는 ‘이 한마음 그대로 부처일 뿐, 부처와 중생이 새삼 다를 바 없음(43쪽)’을 거듭 설하고 있다. 〈전심법요〉는 단순히 스승과 제자 사이의 문답을 넘어서, 한 번 절대를 맛보았지만 아직 상대세계의 분별적 습관으로 절대를 헤아리는 제자에게 눈밝은 스승이 향상일로의 지침을 제시한 기록이기도 하다. ‘돈오’를 체험했지만 아직 ‘점수’의 입장에 처한 수행자에게 돈수의 길을 제시하는 대목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돈오’를 체험했으나 아직 ‘점수’의 입장에 있는 수행자라면 〈전심법요〉을 통해 많은 의혹을 해소하고 ‘이 한마음이 바로 부처일 뿐, 부처와 중생이 새삼 다를 바 없다’는 황벽 선사의 가르침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간화선 지도와 대중화에 매진해 온 수불 스님이 조사어록인 〈전심법요〉를 선해한 까닭은 무엇일까. 수불 스님은 “〈전심법요〉가 간명적절한 쉬운 언어로 독자의 폭을 넓힌 선어록이기 때문이며, 또한 선 수행의 어려움에 처한 많은 수행자들이 선대의 선택을 믿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라는 볼 수 있게 하자는 게 출간의 취지이다.”고 말했다.
수불 스님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계사년에 출생하여, 이십대 초반에 지명 스님을 은사로 부산 범어사로 출가했다. 1975년에 범어사 금강계단에서 지유 스님에게 사미계를, 1977년 고암 스님에게 비구계를 수지했다. 1978년 범어사 승가대학을 졸업한 뒤, 1979년부터 1989년까지 노스님 시봉 및 제방 선원에서 수선안거(修禪安居)를 성만했다. 1989년 이래 부산, 서울, 창원의 안국선원에서 7박 8일의 ‘간화선 집중수행’을 250회 이상 개설하여, 출·재가를 막론하고 이만 명 이상의 공부인에게 간화선을 체험케 했다. 이를 통해 간화선이 정확하고, 빠르며, 쉽고, 효과적인 수행법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여 ‘간화선 대중화’를 실천하고 있다. 현재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안국선원 선원장, 동국대학교 국제선센터 선원장, 부산불교연합회 회장 등의 소임을 맡고 있다.

박재완 기자  |  wanihollo@hyunbul.com
[현대불교 2014년 10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