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어진 창원 성주사 주지 갈등 일단락

범어사·서해문도, 6일 ‘성주사’ 합의
“1년 반 실사 후 성주사 주지 선임”
실사 완료까지 무관스님 주지 인정
서해문도와 협의 후 차기주지 선출
원정 스님, 종회의원 후보직 사퇴

범어사와 서해문도회가 사찰운영 정상화를 위한 극적인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3개월여간 지속됐던 창원 성주사 주지 문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과 성주사 전 주지 원정 스님은 10월6일 오전 범어사에서 성주사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무관 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아 1년6개월간 실사를 진행한 뒤 차기 주지는 서해문도 대표와 협의해 품신”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이날 합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합의안을 공식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서해문도회 문장 원측 스님을 비롯해 문도 30여명과 범어사 재무국장(성주사 신임주지) 무관 스님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원측 스님은 “성주사 문제로 극심한 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문도회를 대표해 참회한다”며 “늦게라도 범어사와 서해문도회가 범어문중 화합을 위해 합의를 도출한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또 “앞으로 서해문도회는 그동안의 혼란을 조기에 마무리 짓고, 문중화합과 교구발전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관 스님도 “본사 주지 스님과 서해문도회 대표들의 합의를 존중한다”며 “합의에 따라 향후 성주사의 실사는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또 이날 상호간에 제기했던 고소고발의 건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다만 성주사 신도회가 전 주지 원일 스님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의 건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본 뒤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성주사 신도회는 이날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과 서해문도회의 합의 내용에 대해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신도회 대표들은 이날 합의 직후 기자와 만나 “성주사 문제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교구장 스님을 비롯해 불자들에게 참회한다”며 “범어사와 서해문도회 스님들이 서로 양보를 한 만큼 신도회도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회는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주사가 모범적인 도량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실사 기간이 1년6개월로 명시돼 있지만 가능하면 빨리 마무리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성주사 주지 선임 문제를 두고 그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범어사와 서해문도회가 극적인 합의안을 맺게 된 데는 성주사 문제가 장기화 될 경우 양측 모두에게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은 성주사 주지 교체로 문중 내부에서 ‘불통’의 이미지가 확산된 것에 대해 큰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문도회 역시 신도회를 동원해 성주사를 ‘사유화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원정 스님이 16대 종회의원에 출마하면서 무관 스님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양측은 지난 9월30일부터 10월2~3일 3차례 회동을 갖는 등 합의안 도출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양측은 무관 스님이 이미 성주사 주지로 임명된 만큼 이를 존중해 1년 6개월 동안 실사를 진행한 뒤 서해문도에게 주지를 이양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원정 스님이 문중화합을 위해 종회의원 출마를 철회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원정 스님은 이날 합의안 발표 직후 교구선관위에 후보 사퇴를 통보했다.

서해문도회 한 중진 스님은 “그동안 논란을 거듭하던 성주사 문제가 범어사 주지 스님과 서해문도회의 합의로 일단락 된 것은 다행”이라며 “특히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이 문중화합을 위해 결단을 내려준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 서해문도들도 교구화합을 위해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 성주사 문제는 지난 7월 원일 스님이 갑작스럽게 주지직을 사퇴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범어사 측은 원일 스님의 사표를 이유로 수불 스님의 최측근인 범어사 재무국장 무관 스님을 품신했다. 이 과정에서 성주사를 30여년간 운영해 온 서해문도 측과 협의 없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전 주지 원정 스님과 신도회 측은 “성주사는 지난 30년간 서해문도회가 관리해 온 문중 사찰이었다”며 “아무런 협의 없이 범어사가 일방적으로 주지를 교체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범어사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법보신문 2014년 10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