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구니, 빗물 새는 절에서 정재 아껴 인재불사

대구 길상선원 주지 원명 스님…5월29일 동국대에 1억원 기부

80대 노비구니 스님이 빗물 새는 절에서 평생 근검절약해 모아둔 정재를 인재불사에 희사해 교계 안팎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대구 수성구 상동에 위치한 작은 사찰 길상선원 주지 원명 스님은 지난 5월29일 동국대(총장 김희옥)에 1억원을 전했다. 스님은 이날 오후 대외협력본부에 전화로 기부 의사를 밝힌 뒤 5월30일 길상선원을 찾은 관계자에게 1억원을 건넸다.

스님에게 1억원은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1979년에 창건한 길상선원도 주택가에 위치한 규모가 작은 사찰이다. 초하루법회 때 15명 내외의 신도가 참석하는 게 전부다. 스님은 상좌와 함께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공양주 보살도 없을뿐더러 사찰 곳곳에선 빗물이 새 고무 양동이로 받아 생활하는 등 삼보정재를 절약하는 정신은 몸에 뱄다. 1억원도 신도들이 챙겨준 약값, 용돈 등을 쓰지 않고 모았던 것. 스님은 하루 세 끼 먹는 것 외엔 스스로에게 돈을 써본 적이 없다.

스님이 기부한 이유는 인재불사 중인 종립대학 동국대의 발전 때문이다. 스님은 “평소 불교계 인재양성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동국대 우편물에서 발전 소식을 접하고 환희심 느껴 기부했다”고 밝혔다. 스님의 기부는 2004년 1000여만원에 이어 두 번째다.

스님에게 기부는 부처님 제자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무주상보시 실천이라는 것. 상을 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학교 관계자들 설득에 “중생들이 복 짓게 하는 권선이 된다면 그보다 보람된 일도 없다”며 미담이 알려지는 것을 허락했다.

세수 82세인 원명 스님은 한국불교 대표적 선승으로 꼽히는 장일 스님을 은사로 20대 초반 출가했다. 동국대 이사장 정련 스님 은사인 석암 스님에게 비구니로서 처음으로 수계를 받기도 했다. 스님은 “건학 108주년을 맞아 기념관 건립불사를 추진하는 정련 스님과 김희옥 총장을 응원한다”며 “동국대가 불교계를 대표하는 대학으로 서울대 그리고 연세대, 고려대와 겨룰 만큼 발전해 훌륭한 인재를 많이 배출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원명 스님에 이어 부산 범어사 주지이자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도 동국대에 장학기금을 전했다. 경주캠퍼스(총장 이계영)에 2000만원을 장학금으로 선뜻 기부한 수불 스님은 “우수학생과 스님들이 종립대학인 동국대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우수한 불자와 청년인재를 키워낼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격려했다.

수불 스님의 동국대 인재불사를 위한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부터 경주캠퍼스에 기숙사 사라림과 선센터 건립, 정각원 발전기금, 불교세계화장학기금 등을 꾸준히 기부해왔다. 인도의료봉사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법보신문 2014년 6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