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한 달’…아픔 달래는 자비손길 계속…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실종자 및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불교계의 손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진도 현지에서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는 조계종 재난구호봉사본부(본부장 법일스님)는 진도 팽목항과 진도군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임시법당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가족들을 위로하는 기도 정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종자 및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발길도 잇따르고 있다.

제22교구본사 대흥사 회주 보선스님과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은 지난 5일 진도를 찾아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과 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를 함께 나눴다.

대흥사 회주 보선스님은 “꿈과 희망이 가득했던 학생들이 수학여행길에 참변을 당한 것이 너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부처님의 가피로 재난없는 사회가 이뤄지고 희생 당하신 분들은 생사의 윤회를 벗어나 고통없는 세상에 드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화쟁순례 상임추진위원장 도법스님은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희생당한 영가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단 재난구호봉사본부

진도사암연합회 중심

화쟁순례단 통도사…

팽목항서 릴레이 기도

안산 불교계 24일

1만배 정진 회향법회

시민 위한 ‘안심법문’

유가족 위로 천도재부처님오신날인 지난 6일에는 진도불교사암연합회 스님과 신도, 화쟁순례단, 조계종긴급구호봉사대, 실종자 가족 등이 참가한 가운데 봉축법요식을 봉행했다. 법요식에 이어 참가자들은 추모와 위로의 행진 기도와 함께 희생자들의 극락왕생 기원하는 풍등을 날리기도 했다.

법요식에 동참한 불교인권위원장 진관스님은 “실종자들은 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희생자들은 재난과 고통 없는 세상에서 편히 드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영축총림 통도사 스님들도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주지 원산스님을 비롯한 통도사 소임자와 대중 20여 명은 지난 8일 팽목항을 찾아 3시간 가까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기도를 했다.

통도사는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후 승가대 학인 스님들이 4월20일부터 매일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기도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마을 주민들과 오랜 기간 준비해온 ‘통도연등축제’를 취소하고, 부처님오신날 봉축 행사도 경건한 분위기에서 치르는 등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귀환을 위해 마음을 같이하고 있다.

부산 범어사 연휴 때

반야용선 분향소 설치

추모 분위기 이끌어

전주 참좋은 우리절

희생자 극락왕생 발원

이날 팽목항을 찾은 통도사 스님들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달린 부두를 걷고 침몰 해역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이어 팽목항 임시법당으로 자리를 옮긴 스님들은 반야심경과 금강경, 무상게를 봉독하고 시식(施食)을 통해 희생된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했다.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은 “비록 출가사문이지만, 애통하게 숨져간 희생자들을 생각하니 눈물을 나왔다”면서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영가들이 다음 생에는 좋은 곳에 태어나, 못다 이룬 꿈을 성취하길 기원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열기도 고조되고 있다.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지역 불교계는 추모와 참회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안산불교연합회 스님과 조계종 포교사단 인천경기지역단 포교사들은 안산 화랑유원지 내 정부합동분향소에 불교부스를 운영하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하고 조문객들의 안내를 맡고 있다.

또한 지난 4월24일부터 324배씩 1만배 정진을 이어가고 있는 안산불교연합회는 오는 24일 1만배 정진 회향법회를 거행한다. 큰스님 초청법회로 열릴 1만배 회향법회는 큰 상처와 아픔을 안고 있는 유가족은 물론 안산시민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안심법문을 전하게 될 예정이다.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수불스님)는 부처님오신날과 어린이날을 맞아 지난 6일까지 사찰을 찾아오는 불자들과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개설했다. 경내 보제루에 분향소를 마련해 연휴 기간에 보다 많은 시민과 불자들이 경건한 분위기에서 고인들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범어사 문화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는 망자를 극락으로 인도하는 반야용선(般若龍船) 모양의 연단 위에 조성된 분향소는 비가 오더라도 조문이 가능하도록 천막을 설치했으며, 각종 과일과 국화, 영가등으로 장엄하고, ‘세월호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는 현수막을 내걸어 추모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연휴기간 동안 분향소에는 불자들은 물론 금정산 산행에 나선 등산객 등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전주 참좋은 우리절(주지 회일스님)도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6일 경내 대법당에서 신도 등 1000여 명의 지역 불자가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희생자 왕생극락 기원 천도재’를 봉행했다.

참좋은 우리절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외부행사를 축소하고 천도재를 시작으로 세월호 사고 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 분위기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참좋은 우리절 주지 회일스님은 “이번 참사는 우리들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에서 비롯됐다”면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천도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성수 박인탁 엄태규 기자 진재훈 전북지사장 | che11@ibulgyo.com
[불교신문 2014년 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