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합니다’…희생자 추모 속 불교계 참회행렬

안산불교계 합동조문 후 매일 300배

“슬픔과 미움을 덜어내고 그 빈자리에

희망과 자비심으로 채워 나갔으면…”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세월호 탑승자들의 생환을 기원합니다’ ‘세월도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미안합니다’ ‘참회합니다’ 지난 24일 오후7시 안산 화랑유원지에 모인 30여 명의 스님과 불자들은 이같은 문구가 적힌 종이를 앞에 둔 채 목탁소리에 맞춰 1배, 1배를 올리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번 참사가 인재(人災)임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비통함과 원망에 휩싸였다. 특히 꽃도 채 피우지 못한 어린 학생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기성세대의 참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최대 피해지역인 안산지역의 불교계는 지난 23일 임시합동분향소를 단체로 조문해 애도를 표한데 이어 24일부터 단원고 학생들을 지키지 못한 참회의 300배(拜) 정진을 진행하고 있다. 100배를 넘어서면서 이마는 물론 온 몸이 젖어갔다. 눈에서는 참회의 눈물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렸다. 안산시민 가운데 몇 사람만 거치면 단원고 학생들과 인연이 닿지 않는 이가 없는 만큼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나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50여 분의 시간이 흐르자 300배 정진을 마쳤다. 땀과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을 닦은 스님과 불자들은 곧바로 가부좌를 튼 뒤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뒤 다음날 더 많은 도반들과 함께하길 기약하며 회향했다.

참회의 300배 정진을 제안한 부곡종합사회복지관장 도선스님은 “더 이상 슬픔에 잠겨 애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불교인으로서 불교적 방편인 참회를 하자고 제안했다”면서 “참회를 통해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어야만 화합할 수 있는 만큼 지역 불자는 물론 일반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정진 또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보문선원 총무 정진스님은 “우리의 마음속에는 안타까움과 원망, 연민 등이 있겠지만 이제는 누군가를 탓하기 보다는 따뜻하게 안아줬으면 좋겠다”면서 “우리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진다면 슬픔과 미움을 덜어내고 그 빈자리에 희망과 자비심으로 채워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불교계는 구호활동은 물론 국민적 애도의 물결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조계종 긴급구호봉사단이 지난 17일부터 진도에서 구호활동 지원과 임시법당에서의 예불과 상담 등을 통한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전국 각 사찰들이 잇따라 진도를 방문해 애도의 뜻을 전하고 후원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 조계사 등 각 사찰마다 분향소를 설치하거나 연등을 달고 기원법회를 통해 희생자 극락왕생과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해외 불교계도 추모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일한불교교류협의회와 중국불교협회는 지난 19일과 23일 각각 애도문을 통해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했으며 달라이라마도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위로전문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달라이라마는 “너무나 많은, 너무도 어린 인명의 손실은 그들의 가족과 친구가 가슴이 찢어질 듯이 고통스러울 비극이다. 그들 모두를 위해 기도한다”고 전했다.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이 지난 24일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KBS 부산방송총국을 통해 1억원을 전달하는 등 후원금과 물품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SNS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노란리본’이 물결치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에서는 ‘노란연등’을 통해 실종자의 무사생환을 기원하고 있다. 노란연등을 제작한 육군 8사단 팔정사 주지 지용 구윤호 법사는 “SNS를 통해 노란리본을 받았는데 화질이 너무 떨어져 새로 만들려다가 불교적인 연등에 착안해 노란연등을 제작하게 됐다”면서 “모든 이의 마음처럼 너무나 안타깝고 하루빨리 무사생환자가 나오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안산=박인탁 기자
[불교신문 2014년 5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