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어떤 것이 道？” “평상심이 道다”

1. 화장명 수좌(華藏明首座)에게 주는 글

“향해서 나아갈 수 있습니까？”

“나아가려 하면 즉시 어긋나”

또 석두(石頭希遷)스님에게 “무엇이 도입니까?” 하고 묻자, “나무토막이니라”고 하였고, “무엇이 선입니까?” 하고 묻자, “벽돌이니라”고 하였다.

석두스님은 청원행사의 법을 이었고, 남악에서 살았다. 어릴 때 조계로 찾아가자, 육조혜능 대사가 제도하여 제자로 삼았다. 그러나 구족계를 받기 전에 조사가 열반에 들자, 유언에 따라 청원산으로 행사대사를 찾아갔다.

청원행사스님께서 “그대는 어디서 오는가?” 하고 묻자, “조계에서 왔습니다”라고 하였다.

“무엇을 얻으러 왔는가?” 하자, “조계에 가기 전에도 잃은 것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조계에는 무엇하러 갔는가?” 하고 다시 묻자, “조계에 가지 않았던들, 어찌 잃은 것이 없는 줄 알겠습니까? 그런데 화상께서는 조계대사를 아셨습니까?”라고 하였다.

“그대는 지금 나를 아는가?” 하자, “알아도 어찌 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했다.

이에 행사스님은 크게 기뻐하며, “온갖 뿔 달린 짐승이 많으나, 기린(麒麟)의 뿔 하나로 족하다”고 하였다.

이로써 육조의 법을 이은 청원행사의 기린아가 된 스님은 뒷날 남악 형산(南嶽 衡山)으로 가서 반석 위에 암자를 짓고 머무니, 사람들이 석두화상이라 불렀다.

한 스님이 운문문언(雲門文偃)스님에게 묻기를 “무엇이 불조(佛祖)를 초월한 말입니까?”라고 하자 “호떡이지” 하였고, 또 조주(趙州)스님에게 “달마스님이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뜰 앞의 잣나무다”라고 하였다.

운문문언(864~949) 선사는 선종의 ‘5가 7종’ 중 운문종의 창시자이다. 17세에 출가하여 경(經)과 율(律)을 익힌 후, 사교입선(捨敎入禪) 하여 처음 목주도명(睦州道明) 선사를 찾아갔다. 목주는 평소 학인을 제접할 때, 번개같이 빠르고 거칠게 법을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운문은 목주에게 법을 물으러 가서 계속 쫓겨나오다가, 세 번째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냐?”

“문언입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재빨리 뛰어 들어가니, 목주가 멱살을 움켜잡고 물었다.

“말하라! 말하라!” 하고 다그쳤고, 미처 말할 틈도 없이 확 밀쳐내며 “이 쓸모없는 도력찬(轢鑽, 만리장성 축조 후 필요 없게 된 기계) 같은 놈!”이라고 하면서 방문을 거칠게 닫는 순간, 한쪽발이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면서 부러지고 말았다. 이에 운문은 고통을 못 이겨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홀연히 깨달았다. 몇 년 뒤 목주는 운문에게 설봉의존(雪峰義存)을 의지하라고 말했고, 설봉의 회상에서 수년간 정진하여 그의 법을 이었다.

참고로 운문의 후손인 설두중현이 송한 것을 원오극근이 저술한 <벽암록> 100칙 중에서 운문에 관련된 것이 18칙으로 가장 많다.

한 스님이 운문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조사들의 말도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우니, 그분들이 하지 않은 한 마디 말을 들려달라고 청하자, 즉시 “호떡!”이라고 했으니 이 무슨 도리인고?

한편 조주종심(從, 778~897)은 ‘조주무자(趙州無字)’ 화두의 주인공으로, 120세를 살면서 고불(古佛)로 칭송받던 분이다. 어느 날 남전스님을 찾아간 조주스님이 “어떤 것이 도(道)입니까?” 하고 묻자, “평상심이 도다”라고 하였다.

“향해서 나아갈 수 있습니까?” 하자, “나아가려 하면 즉시 어긋난다”고 하였다.

수불스님 |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불교신문 2014년 5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