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딸 기다리는 세월호 가족들에게 용기를 …”

금정총림 범어사 차분한 봉축점등식 봉행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수불스님)가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점등식을 경건한 분위기에서 봉행했다.

범어사는 4월29일 오후 6시 대웅전 앞에서 주지 수불스님, 수좌 인각스님, 이윤희 신도회장, 안광호 금정구청장 권한대행 등 사부대중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점등식을 거행했다. 이날 점등식은 최근 발생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그 가족들을 위로한 동체대비의 마음을 담아 숙연한 가운데 진행됐다.

금정총림 주지 수불스님(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장)은 점등사에서 “자비심으로 가득찬 서가모니 부처님께서 지혜의 등불로 사바세계에 나투셨다”면서 “각자의 마음에 있는 무명을 깨트려 밝은 불을 켤 수 있도록 큰 인연을 맺어주긴 석가모니 부처님오심을 다함께 봉축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불스님은 “지금 우리나라는 국가적인 재난을 당해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다”면서 “뜻하지 않은 희생을 당하신 분들의 가족과 친지들의 고통에 동참하며, 희생자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보낸다”고 위로했다. 또한 수불스님은 “최후의 일인까지 무사생환 할 수 있도록 가피를 베풀어 주시기를 우리 모두 불보살님 전에 간절하게 기원 드리자”고 당부했다.

대웅전과 보제루 사이의 마당을 1만개의 연등으로 장엄한 가운데 열린 점등식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가운데 이어졌다. 참석 대중 모두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의 비통함에 함께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이윤희 범어사 신도회장(부산광역시불교연합신도회장)은 “오늘 우리 모두의 심정은 참으로 애타고 비통하기 그지 없다”면서 “지금 온 국민을 비롯한 우리 불자들은 세월호 실종자가 단 한명이라도 무사히 구조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애통한 마음을 비추었다.

이윤희 신도회장은 “돌아오지 않는 아들 딸들을 기다리며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 가족들에게 우리 모두 용기를 드릴 수 있도록 하자”면서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넋이 극락으로 편히 천도될 수 있도록 지극한 마음으로 축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정총림 범어사는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가 안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설치되고 있고, 실종자 수색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최대한 경건한 분위기에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보제루에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마련했고, 주지 수불스님과 수좌 인각스님 등 대중이 부산시청에 마련된 분향소를 참배하고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기도 했다.

점등식에서 한복순(법명 영가행) 범어사 다도회장은 범어사 사부대중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발원문을 부처님 전에 고(告)했다. 한복순 회장은 “저희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합장 발원하오니, 힘과 지혜와 용기를 내려주시옵소서”라면서 “세월호 사고로 안타깝게 희생된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하오니, 이 지극한 발원을 섭수하옵소서”라고 발원했다.

범어사 합창단의 음성공양 후 주지 수불스님을 비롯해 수좌 인각스님, 이윤희 신도회장, 한복순 다도회장, 안광호 금정구청장 권한대행 등이 사부대중의 ‘불법승’ 구호에 맞춰 일제히 점등 버튼을 누르자, 도량을 장엄하고 있던 1만여 개의 연등이 환하게 불을 밝혔다.

한 참석자는 “오늘 밝힌 이 환한 불빛이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광명으로 비추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며 부처님 전을 향해 합장했다.

부산=이성수 기자 | soolee@ibulgyo.com
[불교신문 2014년 4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