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지령3000호]‘사회와 불교의 가교’로 시대 선도한 경영혁신 일궈왔다

‘빈거울 경영’ 숭산스님

종단 기틀부터

국제화 진입로 개척


최장수 이한상 체제

정기간행 소임 다하며

현대화 초석 다져


경영과 편집

‘엘리트 양성소’에서

전문경영인 체제 굳혀 나가

“불법에 증감성쇠가 있을 바 없지마는 우리들의 노력과 성과에는 우열이 있는 만큼 나날이 새날인 것과 같이 우리의 노력도 쉼 없이 새로워야 할 것을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시 한번 다짐하여 마지 않는 바이다.” 1960년 1월1일 청담스님이 창간한 <대한불교(불교신문 전신)>에 한 재가불자가 책임자로 등장한다. 1964년 7월 전격적으로 사장에 취임한 이한상 거사. 그는 처음 맞는 신년호(1965년 1월3일자) 지면을 통해 이렇게 포부를 던졌다. 이 사장은 <대한불교> 취임 직후 ‘월간’ 발행체제를 ‘주간’으로 격상시켰고, 신년 경영에 대해 “지난날의 짧은 역사보다는 앞날의 갈 길이 먼 만큼 오래지 아니한 장래에 우리의 첫 뜻을 성취하여 독자 여러분들의 기대에 어그러짐이 없을 것을 속 깊이 자부하고 있다”고 계획을 자신있게 밝혔다.

<불교신문>의 전신인 <대한불교>의 경영 틀을 확립한 이한상 사장 체제는 그렇게 해서 1972년까지 한 호의 결호도 없이 정기간행의 소임을 다했다. 이 사장의 경영은 기업가(풍전산업 사장)답게 파격적이고 직선적이었다. 이 사장은 자사 지면을 통해 경영 원칙과 불교와의 접목을 거듭 강조하고 이를 직접 작성했다.

지령 100호를 내면서 향후 경영에 대한 이 사장의 포부가 확연히 드러났다. “멀지 아니하여 토후(土厚)한 지단(地段)을 만나 뿌리깊이 확립한 날도 다가오리라고 그 희망의 별을 바라보고 호를 거듭할 때마다 낙타의 걸음을 옮겨놓을 따름이다.” ‘지령 100호를 비약을 발판으로’란 제목아래 명료하게 밝힌 신문의 발전 방향은 불교신문의 국제화 기획과 함께 타블로이드판 8면의 지형을 벗어나 대판 체제로 전환했다.

1972년의 이 사장 신년사는 그 연장에서 ‘불교 현대화’를 주창했다. ‘사명감을 갖고 정진’ 제하의 신년사(1972년 1월2일자)는 “불교가 보다 밝고 참되고 친근한 대중의 등불이 되도록 힘써야겠습니다. 이러한 일을 우리는 ‘불교의 현대화’라고 불러왔습니다.(중략) 어렵고 중한 과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교계의 고질병의 하나인 책임을 회피하거나 분명히 책임 질 줄 모르는 풍조를 뿌리 뽑도록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불교신문의 초기 경영 체제는 그렇게 ‘책임’이 강조되면서 불교의 국제화와 현대화의 초석을 닦아갔다. 1971년 초기 발행인이던 청담스님이 입적하면서 이 사장의 신문 송년사는 불교계의 세대교체를 시사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을 잘 키워서 그들이 떳떳한 지도층으로 자라나게 하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적은 힘이지만 본인은 신문경영을 통해서나, 청년운동 장학제도 등을 통해서 보탬이 되어보고자 노력했왔습니다.(중략) 젊은 세대를 키우는 일! 이것이 우리 교계의 앞날을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송년사 이후 이 사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에 사찰 삼보사를 창건하고 포교 일선을 누비다가 1984년 타계했다.

1960년 조계종 총무원장이던 청담스님이 “중앙과 지방 종무행정을 연결해 줄 언론이 필요하다”며 창간한 불교신문은 불교계 인사들에 의해 불교 역사 창출의 한 장을 열어갔다. 정부의 부당한 불교정책에 대해 대항하고,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을 견인했으며, 법회 때 애국가 대신 찬불가를 부르는 관습을 선도했다.

늘상 시대를 선도한 불교신문의 개척 정신은 3대와 11대 사장을 역임한 숭산스님이 토대를 닦았다. 조계종 출범 직후 초대 감찰부장을 지낸 숭산스님은 1960년 7월5일부터 1961년 12월31일까지 1년7개월여 기간 동안 불교신문을 통해 청정비구승단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당시 불교계의 가장 큰 화두인 ‘왜색불교 척결을 위한 정화운동’은 3대 사장 체제에서 불교신문이 여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갔다.

그 결실은 1962년 4월1일자(25호) 1면에 ‘드디어! 종단은 정화되다’ 제하에서 불교재건비상종회의 ‘대한불교조계종 종헌 수정통과’ 보도였다. 그만큼 불교신문은 불교계 엘리트 진입로였다. 1960년대 기자로서 동국대 목정배(작고), 송재운 교수를 위시해 창간멤버인 박경훈 전 편집국장(전 동국대 역경원 편찬부장)과 시인 고은은 불교신문을 반석에 올려놓았다.

그 기반을 닦은 숭산스님은 1960년 11월24일의 대법원 할복항의순교단을 이끌었다. 대법원장실에서 대법원의 편향적 불교재판에 맞섰던 6명의 비구승 할복순교단은 이날 숭산스님의 인솔에 따라 대법원 청사에 들어갔었다.

‘6비구의 할복 사건’ 직후 400여명의 비구 비구니들이 대법원 건물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경찰 기마대가 출동해 비구 353명을 연행하고 24명을 구속했던 당시의 사건은 최초의 불교신문 이건호 사진기자에 의해 기록으로 남겨졌다.

비구승단인 조계종단 건립의 단초가 된 이 사건의 주역 중에는 단연 불교신문 경영진이 돋보인다. 숭산스님은 종단 부흥기인 1972년 7월 다시 불교신문 11대 사장을 맡아 경영 일선을 지휘했다.

조계종 통합종단으로 성공적으로 출범한 직후 해외 포교의 일선을 누비며 한국불교 국제화의 초석을 닦은 숭산스님이 불교신문의 경영진으로 복귀한 것이다. 이는 이한상 사장 체제를 마감하고 1972년 3월 석주스님이 총무원장 겸 불교신문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총무원 직영체제에 의한 전문경영 시대를 예고한 격이었다. 석주스님이 3개월 후 불교신문 사장에 숭산스님을 임명했다. 당시 총무원 체제는 고암 대종사를 종정에 재추대하고 번영의 기반이 구축될 때이다.

그해 7월29일 서울신도회 결성을 앞두고 숭산스님은 다시 사장을 맡았다. 당시 서울신도회 첫 회장은 박완일 씨이다. 그리고 3개월 후 첫 ‘불교교양대학’이 개원했고, 그 주역에 불교신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숭산스님의 상좌 현각스님은 숭산스님의 경영철학에 대해 ‘빈거울론’을 상징적으로 설명한다. 숭산스님의 빈거울론은 해탈의 경지를 빈거울의 상태로 설명한 것이다. “빈 거울은 아무것도 집착하지 않고 어떤 것도 밀어내지 않는다. 그래서 완벽한 자유이다. 거울에 어떤 것이 나타나든, 나타나지 않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타나고 사라지는 모든 것은 진리이다.”

숭산스님의 박진감 넘치는 ‘빈거울 경영’은 해외포교로 스님의 발길이 이어지며 마감됐다. 숭산스님은 그해 10월22일 출범한 재미 홍법원 초대 원장으로 해외포교 일선으로 다시 돌아갔다. 불행히도 이 때 10월유신과 계엄령 선포로 언론에게는 최악의 역경이 닥쳤다.

그 뒤는 새 주필 법정스님이 필력으로 이어갔다. 사장 직무대행 겸 주필을 맡았던 진경스님이 사임하고 주필로 신문에 필봉을 휘두른 법정스님은 마침내 한 시대를 대변하는 지성의 필력을 불교신문을 통해 닦아나갔다. 당시 편집은 파격이었다. 종단 기사는 3면으로 넘어가고 좌담과 대내외적 진단 등이 과감하게 지면을 장식했다. 당시부터 작가 최인호의 ‘서유기’(그림 김성환)가 연재됐다.

사장 경영체제가 전문화되는 것은 1980년대 들어와 재임 기간이 4년여로 늘어난 시기이다. 7년9개월의 이한상 사장 이후 첫 4년 경영은 1986년의 법달스님(전 불국사 선원장)이다.

법달스님은 지령 364호의 불교신문을 앞선 <대한불교> 등 전신과 합쳐 지령 1220호로 바로잡았다. 이어 1989년 봉축특집 16면 발행(컬러4면)과 1990년 1월1일부터 주간 12면 발행체제를 마련했다.

법달스님의 4년여 경영체제는 ‘불교방송’ 창립 당시 상무였던 정휴스님에 이르러 신문조판의 전산화와 지면쇄신 등을 이뤄냈다. 1988년 종단사태 직후 사장을 맡은 영담스님(전 불교방송 이사장)은 ‘주2회 발행’ 체제를 굳혀나갔다.

또한 <월간해인> 초대 편집장을 지낸 향적스님(조계종 종회의장)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4년 동안 불교신문의 전문화와 국제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004년 1월 편집국장 겸 주필로 십수년 만에 불교신문에 복귀한 홍사성씨는 1980년대 불교신문에서 출발해 불교방송과 불교텔레비전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어 도선사 주지 선묵스님이 전문경영인으로 2년을 이끌고, 안국선원장 수불스님(범어사 주지)의 2년 경영 후 현 성직스님(염불암 회주)이 그 뒤를 이어가며 전문 경영체제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불교신문의 변천사


1960년 1월1일 월간 대판2면

제호<대한불교>

(발행인 겸 사장 청담대종사)

3월1일 월간 대판4면

5월16일 타블로이드1면 호외발행

6월7일 청담스님 사장 사임

서운스님 사장 취임

7월5일 숭산스님 사장

1961년 4월1일 <대한불교신문>의 제호 변경

(사장 숭산스님)

5월1일 <대한불교>로 제호 변경

월간 대판2면 발행

1963년 4월1일 (37호) 타블로이드판6면

조계종 총무원 운영권 인수

(사장 서운스님)

9월1일 타블로이드판2면

(사장 법룡스님)

1964년 5월~6월 휴간

6월10일 이한상 사장 취임

7월19일 대판4면 호외발행 주간전환 신청

8월17일 주간 대판4면 발행 인가

1965년 7월11일 지령 100호 간행

1967년 6월11일 지령 200호 간행

1974년 10월 운영위원회에서

총무원 직영체제화

(사장 범행스님)

1977년 3월 격주 대판8면(사장 자운스님)

1980년 11월30일 <대한불교> 강제페간 지령856호

12월6일 <불교신문> 등록(사장 탄성스님)

12월21일 <불교신문> 창간특집 대판8면 발행

1981년 3월1일 격주8면 발행(사장 경우스님)

4월 격주4면 발행

1982년 2월 격주8면 발행 (사장 초우스님)

1983년 4월3일자 (110호)조선일보 외간부에서

인쇄 활자커지고 가로쓰기 병행

11월 종단분규로 139-144호 4면으로

봉은사 주소 발행

1984년 10월2일자 (180호) 매주8면 월32면 발행

(사장 녹원스님)

1986년 1월 인쇄소 광세당으로 이전

1988년 9월14일자 지령 364호를 지령 1220호로

바로잡음(사장 법달스님)

1989년 봉축특집 16면 발행(컬러4면)

1990년 1월1일 주간 12면 발행

1994년 4월 종단사태로 2주간 휴간

1995년 3월7일 (지령1526호) 주16면 발행

(사장 정휴스님)

1999년 9월1일 인터넷신문 서비스 개시

2003년 1월1일 주2회 발행(사장 영담스님)

김종찬 기자 | kimjc00@ibulgyo.com
[불교신문 2014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