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수집한 고서 ‘무소유 회향’

백운스님, 문화재급 희귀 도서 등 기증

범어사와 화엄사 강주를 역임한 백운스님이 문화재급 고서를 출가본사에 기증해 무소유와 공심(公心) 회향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백운스님(미륵사 회주)은 상좌 진우스님(고불총림 백양사 주지)을 통해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수불스님)에 그동안 소장해온 고서 및 희귀도서 124종 174책을 기증했다. 진우스님은 지난 17일 금정총림 월조헌(月照軒)에서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에게 은사 스님의 뜻을 전하고 고서와 희귀도서 일체와 목록(目錄)을 전달했다.

백양사 주지 진우스님은 “은사스님이 일생 동안 근검절약하며 모은 각종 고서(古書)를 출가본사인 범어사에 기증하라고 하셨다”면서 “후학들이 수행정진과 경전연구에 더욱 매진해달라는 당부도 하셨다”고 전했다.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백운 큰스님의 뜻에 금정총림 대중 모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기증 취지에 걸맞게 잘 보존하고, 후학들이 경학을 연찬하는 소중한 자료로 사용하겠다”고 화답했다. 수불스님은 “백운 큰스님이 불교계와 종단에 끼친 영향이 매우 크다”면서 “평생 모은 고서를 기꺼이 출가본사에 기증한 것은 후학들에게 큰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재차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에 범어사에 기증된 백운스님의 고서는 지난 2011년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동국대 불교학술원이 정리 및 조사 작업을 진행했다. 실무를 담당했던 이종수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고려 후기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는 고서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이 가운데는 문화재적 가치가 큰 고서들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밝혔다.

출가본사인 범어사에

124종 174책 기증

경학연찬 소중한 자료

이번에 기증된 고(古) 문헌은 간행 시기별로 △고려후기 5종5책 △16세기 7종16책 △17세기 38종67책 △18세기 15종17책 △19세기 5종5책 △20세기 9종11책 △시기 미상 45종53책이다. 이를 다시 주제별로 분류하면 △경장 43종58책 △중국찬술 19종34책 △한국찬술 31종47책 △사휘 2종4책 △사지 2종2책 △잡서 3종3책 △외서 24종26책에 이른다.

범어사는 성보박물관(관장 경선스님)에 백운스님이 기증한 고서를 보관하기로 했다.

일제강점기에 주지를 지낸 오성월 스님의 속가 가족과 범어사 동래포교당 주지및 금용암 주지를 지낸 무불스님이 소장품을 범어사에 기증한바 있다.

범어사 성보박물관장 경선스님은 “근래에 와서 소규모 기증이 있기는 했지만, 백운스님처럼 200여 점 가까운 고서를 기증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백운스님은 1944년 출가했고 은사는 동산스님이다. 스님은 범어사와 통도사 강원에서 수학했으며, 1954년 봉암사 선원에서 안거 수행한 이래 10하안거를 성만했다.

이날 ‘백운 대강백 소장 고서 기증식’에는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 백양사 주지 진우스님, 범어사박물관장 경선스님, 이종수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참석했다. 또한 혜성(총무)ㆍ원걸(기획)ㆍ승련(교무)ㆍ지장(포교)ㆍ강하(호법)ㆍ보산(사회)ㆍ성공(문화)ㆍ오산(연수)ㆍ법성(사서) 스님 등 범어사 소임자들이 배석했다.

범어사=이성수 기자 | soolee@ibulgyo.com
[불교신문 2014년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