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생활 일치하면 최고로 쉬운 삶 산다”

수불스님 동국대 국제선센터서 특별법문

“앞서가는 것 같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선(禪)이다. 직접 체험하고 겪어보면 될 일이다.”

지난 7일 동국대 국제선센터 대각전에서 선원장 수불스님<사진>의 특별법회가 있었다. 주제는 ‘선과 생활-간화선 쉽게 이해하기’. 간화선이 깨달음에 이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간화선을 쉬운 수행법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드물다. 스님의 첫마디가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천재들의 말처럼 느껴졌다. 어째서 스님은 간화선 공부를 쉽다고 하는 걸까.

“불보살님의 그림자가 도처에 그 모습을 나퉈 일제 중생들 속에서 아픔과 즐거움을 함께하고 있다. 오고가는 모습 속에 중도실상의 내용이 항상 한다. 미혹의 그림자에 가려 갖고 있으면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누구의 허물이겠는가. 스스로의 모습 속에 예로부터 자리하고 있는 본연의 모습을 볼 것 같으면 그 밖의 또 다른 무슨 일이 있겠는가. 스스로가 속고 있을 뿐….”

선과 생활 일치시키는

최상의 방법은 간화선

항상 깨어있을 수 있는

힘 갖도록 수행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에

흔적이 남지 않아야

이날 스님의 간화선 법문은 화두법문으로 시작했다. 선과 일상생활을 일치시킬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간화선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선이 등장하기 전까지 사람들로 하여금 지혜로운 눈을 뜰 수 있게 하는 방법이 과연 이 세상에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불교교리가 지혜에 접근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했다면, 우리가 지혜덩어리가 되는 근원적인 힘은 참선에 있다는 것이다. 묘한 도리를 이미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렇다면 선과 생활이 둘이 아닌 경지는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일까. 스님은 이에 대해 그 어떤 상황이 닥쳐도 마음에 흔적이 남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자시절 터득한 가르침을 일례로 들었다.

원한 관계가 전혀 없는 한 사람이 자신의 한 쪽 눈알을 파냈다고 치자. 아픔이라는 감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때 원망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자신을 다치게 한 사람이 누군지 밝히는데 시간을 빼앗고 경찰서만 찾으면 실명을 면치 못한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서둘러 병원을 가야하는 게 이치이다.

일과 공부가 둘이 아닌 삶을 살고 있다면 설사 눈알을 빼간다 하더라도 분노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설사 분노가 생겼어도 언제 일어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끔히 없앨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몸은 늙지만 생각은 늙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요란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며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지 아닌지는 내 몸이 가장 잘 안다”고 밝혀다. 이어 “양심을 속이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선 생활 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날 선을 널리 알리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보편화는 숙제로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선이 비밀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게 된 데는 특별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 특정인들에 의해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고, 선지식을 만나 공부하면 지혜의 눈을 뜨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깨어있어야지’ ‘부지런해야지’라고 마음먹는 것은 선 공부가 아니라고 밝혔다. 간화선을 통해 항상 깨어있을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하는데 뜻을 두어야 한다는 것.

수불스님은 수행을 하게끔 눈을 뜨게 하는 진리가 간화선에 담겨 있기 때문에 인류사회가 간화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과 생활이 한 덩어리가 되면 최고로 ‘쉬운 삶’을 살아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변화도 수용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때 선이 곧 생활이고 생활이 곧 선이 된다”는 것이다.

홍다영 기자 |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 2014년 3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