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 의식주에 열광하는 현대인

불교박람회 의미와 과제

‘복고 신드롬’은 드라마나 패션에만 불지 않았다. 2014불교박람회가 역대 최대의 규모로 성황리에 회향한 것에서 현대인들은 이제 입고 먹고 주거하는 일체 삶의 유형을 ‘불교’에서 찾고 있음이 입증됐다. 누구나 적게 먹고 간소하게 입고 자연 속에서 청정한 삶을 영위하길 꿈꾼다.

이는 1200여년간 한국 스님들이 살아왔던 생활이자 일상이다. 천년고찰의 위용과 위대한 문화유산,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정진의 풍토에 가려져 쉽게 볼 수 없었던 스님들의 소박한 생활상이 불교박람회를 통해 일반에 스며든 것이다.

찰밥을 연잎에 감싸묶은 연잎밥과 쌀밥에 장아찌 몇 개 넣어 말은 사찰김밥을 맛보기 위해 수십명의 사람들이 줄을 섰다. 절에서 구워 기름이 덜한 김, 스님이 담궈서 조미료를 뺀 된장 고추장에도 젊은 주부들은 ‘열광’했다.

사찰음식, 법복, 목조건축…

스님들 소박한 일상 ‘인기’

목탁, 찻상 집집마다 비치

유명 스님 감로법문 ‘북적’

문화콘텐츠에 스님도 ‘관심’

주부들 “백화점보다 더좋아”

‘절바지’라 불리는 법복도 집에서 살림하는 주부들의 평상복으로 각광을 받았다. 화려한 문양 하나 들어가지 않은 천연나무와 흙 소재의 회색톤 이부자리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흥행했다. 스님들의 의례도구인 목탁도 이제는 집집마다 하나씩 비치할 정도로 격조있는 인테리어 품목이 됐다. (주)나무붓다가 선보인 고려시대 최고의 성보 ‘용두보당’ 역시 가정용으로 만들어져 보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불교건축’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 역시 남달랐다. 절을 짓기 위한 관심은 아니었을 터. 전원주택을 꿈꾸는 도시인들에게 한옥시공이나 전통가옥인테리어, 한식창호 등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이번 불교박람회에는 국가가 공인한 불교건축 관련 문화재기능인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이들 문화재기능인 가운데 낙산사 복원에 참여한 이광복 도편수는 박람회 이틀째 되는 날 목재공급과정과 한옥시공 등 불사전반에 대한 대중강좌까지 열어 사부대중의 상당한 호응을 받기도 했다. 주로 물밑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사찰불사가 수면위로 떠올라 대중과 소통하는 무대가 열린 것만으로도 유래없는 일이다.

이번 불교박람회는 주말 이틀내내 박람회장 특설무대에서 스님 3명이 설한 ‘주제가 있는 법문’이 큰 인기를 모았다. 박람회가 자칫 물건만 사고파는 상업화로 치달을 수 있었지만, 쉽게 만나기 어려운 유명 스님들의 감로설법이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서울대 출신 명법스님은 ‘인문학과 불교미술’을 주제로 불교예술의 현대적 시각을 제시했다. 심리학박사 서광스님은 ‘치유하는 불교읽기’라는 북콘서트를 열어 불교핵심교리를 알기쉽게 풀어주고 즉문즉답을 통한 유익한 법석을 펼쳤다. 좌중을 압도하는 통쾌한 법문으로 유명한 행불선원장 월호스님은 ‘삶은 환타지다’라는 테마로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선사했다.

기독교 신자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불교박람회라고 해서 목탁과 염불소리 들리는 사찰과 문화재를 재현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예상을 100% 뒤집었다”면서 “종교를 떠나 스님들의 식문화와 일상소품은 물론, 스님들의 강연과 불교예술품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정말 놀라웠다”고 감탄을 쏟아냈다.

강남에 거주하는 이현지(46)씨는 “유명 백화점에 가서도 이처럼 양질의 쇼핑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불교전통문화가 이렇게 멋스럽고 실용적인 것인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스님들의 일상용품과 의식주문화가 일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반면, 스님들은 이번 불교박람회에서 도량정비를 위한 다양한 정보와 산업을 물색하는 특별한 계기가 됐다. 특히 박람회장 입구에 설치된 500kg급 모노레일은 (주)한국모노레일 회사가 인력과 화물의 운송을 위한 최적시설로 제작, 스님들에게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만화와 조각품, 사진 등 젊은 작가들의 불교예술품 가운데 일선 포교에 활용할만한 것들에 높은 관심을 표했다. 불교카툰작가 배종훈 씨는 “스님들이 불교만화와 다양한 캐릭터상품에 관심을 가져줬다”면서 “불교가 젊어지는 좋은 현상”이라며 반가워했다.

2014불교박람회의 성공적인 회향에 앞서 내년 ‘코엑스 불교박람회’에 대한 기대와 과제도 언급됐다. 불교박람회에 참석, 전 부스를 다 관람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불교박람회를 계기로 한국불교와 외국불교가 소통해서 세계적인 엑스포(EXPO)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며 “생명존중과 다문화를 인정하는 상생과 화합의 메시지를 구현하는 장이 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불교박람회 조직위원장 성직스님(불교신문 사장)은 “독일의 국제도서전, 프랑스의 레종오브제 등은 국가를 대표하는 콘벤션으로서 이를 보기 위해 전세계인들이 방문한다”며 “불교박람회를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콘벤션으로 자리매김하고 내년에는 불교박람회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더욱 확대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심장 코엑스에서 거행되는 ‘2015불교박람회’가 벌써 기대된다.

■ 정ㆍ관계 인사 잇따라 방문…감탄 연발

박 시장 “불교문화는 소중한 민족유산”

4일간 열린 박람회에는 불교계를 대표하는 스님뿐 아니라 정ㆍ관계 주요 인사들의 방문도 줄을 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전시장을 찾았다. 박 시장은 예정된 30분의 라운딩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가량 머물 정도로 박람회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박 시장은 몇몇 부스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며 ‘부처님의 자비로 온 세상을 향기롭게’라는 글을 남겼고, 성철큰스님전 방명록에는 ‘성철스님의 큰 가르침 새벽처럼 늘 가슴에 새깁니다’라고 썼다.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한 박 시장은 “정말 좋았다. 불교박람회는 불교가 가진 문화유산을 많은 대중에게 알리고 향유되는 좋은 광장이므로 이를 통해 불교문화가 민족유산으로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서울시도 불교박람회가 세계적인 행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에앞서 7일 신도 600명과 함께 찾은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지난해 박람회보다 전시규모가 커지고 관람객도 대폭 늘어난 것 같다”며 “짧은 기간 동안 불교계 최대 박람회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앞으로도 기대가 크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조계종 호계원장이자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도 같은 날 신도 200명과 박람회를 방문했다. 일면스님은 “지난해에 비해 대폭 커진 행사규모에 놀랐다”면서 “전국에서 찾아온 사부대중에게 장기기증 등 생명나눔의 실천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부산 홍법사는 아예 108산사순례단 일정을 이곳으로 잡았다. 500명의 순례단을 이끈 심산스님은 “부산 등 지역에서도 불교박람회와 비슷한 전시회가 열리지만 규모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신도들 역시 다양한 볼거리를 즐기며 만족하는 만큼 이번 순례가 여러모로 좋은 체험의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이번 박람회에는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불교TV 회장 성우스님은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전시장을 방문했고,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 11교구본사 불국사 관장 종상스님, 군종특별교구장 정우스님, 16교구본사 고운사 주지 호성스님, 중앙종회 사회분과위원장 대오스님, 주호영 새누리당 국회의원 부부 등 쟁쟁한 인사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김하영 허정철 기자

하정은 기자 | tomato77@ibulgyo.com
[불교신문 2014년 3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