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안참구법 체계화…간화선 확립 토대 마련

수불스님의 원오심요 선해〈1〉

선종 종문제일서 ‘벽암록’ 저자가

선승ㆍ사대부들에 답한 서신 모음

연재를 시작하며

<원오심요(悟心要)>는 원오극근 선사께서 법을 물어오는 선승과 사대부들에게 답한 서신을 제자들이 모아 펴낸 서간집이다. 원오선사는 간화선의 창시자인 대혜종고의 스승으로, 선종의 ‘종문제일서(宗門第一書)’로 꼽히는 <벽암록>의 저자로 유명하다.

원오선사는 휘가 극근(克勤)이고, 자는 무착(無著)이며, 원오는 남송 고종에게 받은 사호(賜號)다. 또한 휘종은 불과(佛果)라는 호를 하사했다. 선사는 중국 송나라 1063년에 사천성 팽주에서 태어나서, 1135년에 세수 73세로 입적하였다. 벽암록의 본칙과 송을 지은 설두중현 선사와는 고향도 같고 생존연수도 같아서, 두 분 사이의 깊은 불연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설두선사는 운문종을 연 운문문언의 4대 법손이며, 원오선사는 임제종 양기파의 적손이다.

원오선사는 대대로 유학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으나, 묘적사에 놀러갔다가 불경을 보고 크게 놀라 출가하였다. 처음에는 경론을 배우다가 중병을 앓은 후, 생사일대사는 문자언구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사교입선(捨敎入禪)의 행각에 나섰다.

처음에는 황벽산의 유승선사를 찾았다가 이어 옥천승호, 대위모철, 황룡조심, 동림상총 등 여러 선사들에게 법을 물었다. 그러나 능변과 지혜가 뛰어난 극근이 선지식을 긍정하지 않자, 경장주라는 선배가 양기파 제3조인 오조법연(五祖法演) 선사를 찾아가보라고 권했다. 법연선사는 겸양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극근에게 “네가 이론으로는 말을 잘 하지만, 그것으로는 생사에 대적할 수 없다. 최후에 병상에 누워 스스로 체험해보라” 하고 경책했다. 다시 행각에 나선 극근은 진강 금산사에 이르러 열병에 걸려 크게 앓으며 깊이 뉘우치고, 법연선사에게 돌아가 참회하고 10년을 시봉했다.

하루는 사대부 진씨가 벼슬을 그만 두고 고향을 돌아가던 중 법연선사를 찾아 법문을 청했을 때, 선사는 당시 유행하던 소염시(小艶詩)를 들어 설명했다.

‘자주 소옥이를 부르지만 원래 소옥에겐 일이 없네(頻呼小玉元無事). 다만 낭군에게 목소리를 알릴뿐(只要檀郎認得聲)’

양귀비가 몸종 소옥이를 부르는 뜻은 애인 안록산에게 자신의 소재를 알리는 암호였으며, 선(禪)의 심요도 이와 같다는 의미다. 진씨가 돌아간 뒤 시자였던 극근이 이에 대해서 묻자, 법연선사는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인가? 뜰 앞의 잣나무니라”하고 말했다. 이에 극근은 통쾌함과 환희를 참을 수 없어 방밖으로 나오자, 마침 수탉 한 마리가 홰를 치며 길게 울었다. 극근은 그 순간 “아! 이것이다. 바로 이 소리다!” 하고 외쳤다. 마침내 대오(大悟)한 것이다.

법연선사의 제자에 불과극근, 불감혜근(佛鑑慧勤), 불안청원(佛眼淸遠)의 삼불(三佛)이 있었다. 어느 날 스승이 공부를 점검하고자 요즘의 소식을 말해보라고 했을 때, 극근은 “발밑을 보십시오(看脚下)”라고 대답해 삼불 중에서도 단연 뛰어나다는 인정을 받았다. 호법거사 장상영의 간청으로 호남 협산 영천원에 머물 때, 편액 ‘벽암(碧巖)’을 걸었다. <벽암록>의 이름은 여기서 나왔다.

선사는 대혜종고와 호구소륭 등 100여 명의 걸출한 임제종 양기파 전법제자들을 배출하고, 장상영과 소식 등 뛰어난 송대 사대부들의 귀의를 받았다. 무엇보다 스승 오조법연에서 시작된 공안참구법을 더욱 체계화하여 제자인 대혜종고에게 물려줌으로써, 간화선이 확립되는 토대를 마련한 공로가 크다 하겠다. 또한 이 책은 그 형식과 내용에서 대혜선사의 <서장>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수불스님 |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불교신문 2014년 3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