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학생들의 목탁순례를 아시나요？

‘부산불교 100년의 발자취’ 어떤 내용 담았나

근현대 부산불교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부산불교 100년의 발자취-물처럼 살거래이>가 곧 나온다. 부산불교 100년의 자취를 찾아 모은 이 책에는 과거 부산불교의 사료는 물론 미래의 희망을 제안하는 내용도 담았다.

○… “하늘은 녹 없는 사람(중생)을 태어나게 하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동래 범어사에 주석하고 있던 동산(東山)스님이 굶주림에 직면한 대중에게 한 말이다. 당시 범어사에서 동산스님을 시봉했던 부산 미륵사 회주 백운스님이 회고한 60여 년 전 이야기다.

한국전쟁으로 국가 경제는 어려웠고, 그 여파는 사찰까지 미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범어사의 논과 밭은 대부분 대처승 소유여서 비구 스님들은 탁발에 의지하는 상황이었다. 백운스님은 “이때 초량에 살던 나이 지긋한 복덕심 보살은 참으로 고마우신 분”이라면서 “살림이 궁핍했던 범어사 스님들을 위해 쌀과 보리를 선뜻 내주었다”고 회고했다.

○… 백운스님은 일제강점기 독립자금을 임시정부로 보낸 일화도 전했다. “오성월, 이담해, 김경산, 백용성, 김구하 스님이 독립자금을 제일 많이 냈다”고 회고한 백운스님은 “오성월 스님은 김상호 선생을 통해서 보냈고, 백용성 스님은 각설이 스님을 통해 보냈다”고 밝혔다.

“용성스님은 사흘나흘 굶고 버티며 아껴서 모은 돈을 독립자금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비밀요원인) 각설이가 내려오면 양철통 밑에 돈을 넣고, 그 위에 밥을 깔아서 보냈습니다.” 일본군의 감시를 피하려는 위장술이었다.

매주 토요일과 방학 때 ‘도량석’

부산불교학생운동 효시는 1949년

전쟁에도 중학생 혼성합창단 활동

○… 1945년 해방이후 부산에는 일본인이 남기고 간 사찰이 적지 않았다. 법산스님(원효불원 회주, 전 신라대 총장)은 1954년 금호스님(당시 옥정사 주지)을 모시고 일본인이 남긴 사찰을 돌아보았다. “서구 아미동 청천사는 후일 2년제 부산사범대학이 있었다가 지금은 아미초등학교가 되었다.

초장동 장송사(長松寺)는 통도사 출신의 이하담스님이 인수해 1970년대까지 부산 스님들의 집결처가 되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없어졌다. 영도구 대평도 대평사는 복천암 임영주스님이 인수해 6ㆍ25 이후 피난민들의 거처로 사용됐는데, 1950년대 후반 없어졌다.

부산진구 전포동 화엄사는 (공주) 신원사 영파스님이 인수해 영락양로원, 행려병, 정신병환자 수용시설까지 만들었으나 현재 동의공고 자리에 들어가고 말았다.” 법산스님은 “(일본인이 남기고 떠난) 사찰 10여개 가운데 현재 절로서 유지되는 곳은 대각사, 소림사, 반야사 등 3곳뿐이니 참으로 애석하다”면서 “1950년대 부산의 범어사 말사들 외에 사설사암들이 150여개 이상 있었다”고 회고했다.

○… 광복 후 부산불교 학생운동의 효시는 1949년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학교 2학년 이상이 대각사에 둥지를 틀고 모임을 시작했다. 대각사는 조계종 범어사 경남부산 교무원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전쟁의 격동기에도 부산불교 학생들은 1951년 50여명이 참여한 진달래 혼성합창단을 만들었다.

현익채 편집위원장은 “법회와 경축행사에 합창단이 참여했고, 5~6개 학교에서 불교학생회가 활동했으며, 유일한 지방조직으로 경남 밀양 무봉사 불교학생회도 창립될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밝혔다.

○… 1950년대 중반. 불교 강연회 포스터나 벽보를 거리에 붙이려면 어려움이 많았다. 풀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포스터와 풀통, 몽당비를 들은 교복차림의 학생들이 거리에 벽보를 붙이고 대각사로 돌아오면 검은 교복은 풀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매주 토요일과 방학 때에는 30~50여명의 학생들이 대각사에서 간단하게 예불을 드린 후 용두산 공원 이순신 장군을 참배하고 목탁순례를 했다. 광복동, 대청동, 보수동 등 3개 팀으로 나눠 목탁을 치면서 거리를 돌았던 것이다.

현익채 편집위원장은 “일제강점기에 범어사와 동래포교당 등에서 불교소년회, 소녀회, 일요학교, 싯달야학 등이 활동한 흔적이 있다”면서 “추후 연과과제로 남겨둔다”고 아쉬워했다.

■ 현익채 편집위원장

“과거를 거울로 삼아 미래 부산불교 모색”

박익민 교수 모친으로 부산불교 발전에 기여한 고(故) 정금강행 보살의 뜻을 기리는 차원에서 시작된 <부산불교 100년의 발자취>는 조계종 원로의원 정관스님이 법주(法主)로 동참하면서 탄력을 받아 진행됐다.

특히 현익채 편집위원장은 사찰과 신행단체는 물론 정부기록보존소, 시민도서관, 부산대도서관 등을 샅샅이 살피며 부산불교 100년의 자취를 찾기 위해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12년 2월 금정중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현익채 위원장은 <대불련 부산지부 40년의 발자취> <부산불교 50년사> <불자 신행의 길잡이> 등 20여권의 저서를 펴냈다.

■ 부산불교 발전을 위한 제언

“지금은 사부대중이 대동단결 화합할 때”

“지금의 불교는 사부대중이 대동단결하여 화합을 해야 할 때입니다. 모닥불이 흩어지면 꺼지듯 서로 도와가면서 나가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고산스님(쌍계총림 쌍계사 방장)

“친목을 넘어 불교의 참된 가르침을 설파하는 많은 단체들이 일어서길 바랍니다.” 정관스님(조계종 원로의원)

“부산을 대표하는 범어사가 군소종단을 포용하면서 소통과 화합으로 불교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려 가길 소원합니다.” 정련스님(동국대 이사장)

“재가와 승가가 하나가 돼야 합니다. 불교회관을 건립하고 시대의 변화에 부합하는 포교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혜총스님(전 조계종 포교원장)

“수행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가치관에 뜻을 두면서 사부대중의 의견을 반영할 것입니다. 큰 뜻을 이루기 위해 동참하는 것은 승속을 떠나 해야 할 입니다.” 수불스님(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참선하는 사람은 화두일념을 하고, 염불하는 사람은 마음을 모으고, 강의하는 사람은 경을 열심히 읽어야 합니다.” 원산스님(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부산불교의 발전을 위해 진정한 불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어떠한 일이든 이뤄낼 수 있습니다. 사부대중이 원력과 화합, 지혜를 모을 때 더욱 발전하리라 봅니다.” 이윤희 부산광역시불교연합신도회장

“불자들은 감사, 봉사,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항상 지니면서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합니다.” 류진수 전 부산광역시불교신도회장

“어려운 여건에서 전법활동에 힘쓰는 활동가를 격려하고 부산불교 발전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필요합니다.” 공병수 부산광역시불교신도회장

“나라는 것을 내려놓고, 한마음으로 뭉쳐야 합니다.” 설동근 동명대 총장

“어떤 행사든 나부터 스스로 참여해야 합니다. 많은 인원이 참여해야 발전 가능성이 높아요.” 왕선자 부산여성불자회장

“불교발전은 나 혼자 힘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포교를 위해 나 먼저 행동으로 보여야 합니다.” 이영숙 (주)코모도호텔 대표이사

이성수 기자 | soolee@ibulgyo.com
[불교신문 2014년 2월 6일]